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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시우 이야기

by 만술[ME] 2011. 11. 25.
시우가 어렸을 때 좀 걱정 했던 것 중 하나는 그림을 너무 못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들은 사람도 그리고 동물도 그리는데 그냥 지하철 노선도나 그리는게 전부였죠. 유치원에서 그린 사람을 보아도 거의 외계인 수준이었죠. 저와 와이프는 일단 시우는 그림에는 재능이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이런 저런 그림을 그리는데, 여전히 사람은 그리지 않지만 각종 건축물, 철탑, 기차, 노선도 등을 그리는 그림의 내용이 어딘지 독특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했죠. 헌데 지난 여름 어느날 와이프와 왕래하는 이웃친구 중에 미대교수가 있는데 집에 왔다가 시우의 그림을 봤습니다. 그 교수는 시우의 그림이 일반적인 아이들의 그림과 달리 남다른 면모가 있다고 말했죠.

이에 필받은 와이프는 별도의 검증을 받고자 평소 아이들과 다니던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시우의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큐레이터는 젊은 여성이었는데... 이뻐~! 암튼 그 큐레이터가 마침 미술영재들에 관한 큐레이팅 경험이 몇번 있었고, 시우의 그림을 보면서 영재테스트를 받아보거나 하는게 좋을 것 같다면 미술영재 관련 전문학원을 두군데 소개했습니다.

결국 두군데의 학원장들과 미팅을 하고 그중 이쪽 분야에 대한 연구경험과 저서도 있는 원장쪽을 택해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전 미술계를 아우르는 일종의 낚시극이 아니면 아무튼 시우가 "하필" 미술쪽에 재능이 있는거죠. 사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가 예능쪽에 "재능"이 있으면 이건 사실상 "재앙"의 수준인데 하필 시우가 재능이 있다니...ㅠ.ㅠ 애들은 공부나 잘하는게 장땡인데 말이죠.

조금 다행(?)스러운건 시우가 순수미술쪽의 재능 보다는 응용미술(디자인, 설계, 구조, 공학)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 같다는 원장님의 진단입니다. 아무튼 매주 한번씩 학원에 가서 이런 저런 수업을 받고 오는데 유치원은 가고 싶지 않아하던 시우가 미술학원은 엄청 좋아하네요. 결과물도 좋고, 원장님도 시우의 재능을 아끼는 것 같구요.

(지난 여름 일본에 휴가 다녀온 후 타보았던 대관람차에 필받아 대관람차를 그리는 시우)

사실 영재라는게 일종의 개념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학자들중에는 영재의 개념을 부정하는 사람도 있구요. 즉, 이번에 시우의 그림들을 본 분들이 모두 영재의 개념을 인정하고 그쪽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라 시우를 일종의 "영재"로 정의 내리는거지. 반대의 경우라면 그냥 평범한 아이일 뿐이죠.

아무튼 시우가 뭔가 재미 있는 일을 찾았고 또 실력이 늘어간다는건 좋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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