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여행 - F&B

[여행]노르웨이 (오슬로-베르겐) 출장기⑤ - 뭉크와 사슴고기

by 만술[ME] 2004. 3. 25.
계속되는노르웨이 출장기 제5탄, 오슬로에 셋째날인 화요일 이야기입니다.

월요일처럼 일찍 일어나 씻고, 똑같은 부페를 먹고 컨퍼런스에 참가했습니다. 오전에는 공동 컨퍼런스로 분과토의가 없기 땜에 천여명이 한 홀에 앉아 강의를 듣습니다. 강의 내용중 인상 깊었던 것은 UNEP의 Hall선생이 말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정말 우리 후손들이 우리들의 무관심땜에 당할 일들을 생각하니 오싹~~~!

이렇게 오싹한 맘을 지니고 계속 들을 수도 있었지만, 다른 강사분들의 말씀은 재미 없는 기술적 사실들인것 같아 나와서 호텔에서 걸어 20분 거리에 있는 뭉크박물관을 향합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예술가를 꼽으라면, 음악에는 그리그, 문학에는 입센, 회화에는 뭉크, 조각에는 비겔랑... 그중 일반인에게도 가장 유명한 뭉크의 그림들을 직접볼 수 있다니...

오기 어려운 노르웨이까지 와서 뭉크의 그림도 안보고 간다면, 넘 억울하죠? 천천히 걸어 뭉크 박물관으로 향하는데, 근처를 보니까 약간 가난한 사람들(아랍계)이 사는 곳이네요. 호텔등에서 써빙하는 분들이 주로 이곳에서 모여 사는가 봅니다. 이렇게 천천히 걸어올라가니 아직 열시가 안되 문은 안열었지만, 일찍부터 단체관람객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마 고등학생(또는 중학생)들 인것 같은데... 요즘은 우리도 그렇지만, 노르웨이 학생들은 많이 성숙한 타입이네요.

정확히 열시가 되자 미술관 문도 열립니다. 가이드북을 잘못봐서인지 공짜인줄 알았는데...입장료가 60크로네나 하네요. [다시 생각해 보면 특별전 때문에 돈을받았던 것도 같습니다.]뭐 그정도야 하면서 계산하는데, 표파는 아주머니가 절 보고 일본에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 한국 잘안다고 하네요. 여동생이 한국애를 입양했다나... 지금은 다 커서 한국에 가있다고... 이론... 우리나라 망신... 암튼 제가 입은 남방을 보면서 "그거 버버리꺼지?"하면서 남방이 맘에 든다는 둥, 뭣땜에 오슬로 왔냐는 둥 이것저것 얘기 나누다 뒤늦게 입장합니다. 뒤에 사람들 줄서고 있음에도 이렇게 손님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래도 뒤에 선 사람들 불평 안하는 여유로움이 부럽더군요.

참고로, 입장할 때는 가방과 외투를 지하의 락카에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할인점의 그것처럼 동전을 넣고, 꺼낼 때 돌려받는 스타일이고요. 흐흐흐... 전 아줌마랑 얘기하다가 그 사실 깜빡 해서 다시 쫒겨나왔답니다.

제가아는한 "비명"을 포함해서 뭉크의 대표작들은 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뱀파이어" 씨리즈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몰랐던 작품들 중에도 의외로 저의 맘을 끄는 구석이 있는 것들이 많네요. 헌데, 뭉크의 그림만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제 마음도 자꾸만 뭉크해져서... 암튼 집에 걸어두고 즐기며 볼 수 있는 성질의 그림은 아닌듯... "비명"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그 앞에는 사람들이 늘 몰려 있네요. (참고로 "비명"이 단 하나의 작품은 아니며, 그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도 몇점 됩니다.) 단체관광객이 있어 그틈에 끼어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해주는 것을 들으니 더 이해도 잘되고...

▲뭉크 박물관입니다. 손에든 쇼핑백에는 화집을 하나 구입해왔습니다.

지하에서는 입센과 뭉크의 관련에 대해 전시도 하고 있더군요. 뭉크의 일생을 사진자료와 그림을 연계해서 볼 수 있어 좋고, 어릴적 뭉크의 그림솜씨도 알아보고...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뭉크의 그림 한점은 소장해야 될 것 같지만 그럴순 없는 일이고, 걍 화집을 사버렸습니다. 국내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더 싼 것 같더군요. 영어, 불어, 독어, 일본어 버젼까지 있는데 우리말 버젼이 없는 것은 어디가나 서운한 일이죠. 언제쯤 우리도 일본 넘들처럼 일본어로 된 안내책자 받아보나...

이렇게 뭉크 그림을 본 뒤 미술관 옆 식물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컨퍼런스장으로 돌아와 다시 박사님들, 사무관님 등에게 눈도장찍으니, 이분들 사정도 모르고 "이과장은 정말 열심히 컨퍼런스 듣는다"는 소리를 하네요.호텔에 무거운 화집이니 자료들 던져두고 점심을 먹는데, 점심 메뉴는 연어 스테이크. 원래 연어를 스테이크로 먹으면 퍽퍽해서 별로 많이는 못먹지만, 전날의 돼지고기 보다는 훨 난 것 같아 맛나게 먹습니다. 연어의 본고장이라서인지 육질도 좋고.

두시부터 이어지는 오후발표. 이번 컨퍼런스의 하릴라이트인 저희회사의 홍은동 아파트 사례발표입니다. 이번엔S 박사님이 발표하시는데 여전히 OHP필름을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이번 분과토의의 진행은 놀랍게도(?) GBC(그린빌딩 챌린지라는 그린빌딩 관련 학술단체) 회장인 라슨 박사입니다.원래 진행하기로 한분이 사정이 있어 땜빵으로 들어 왔다고 하네요.끝나고 나니 예리한 질문도 던지고... 박사님들이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을 잘몰라 좀 틀리는 대답을 하시길래 정정발표할까 하다가 박사님들 존중하는 뜻으로 말았지만, 이때 우리나라의 발표는 라슨 선생에겐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나중에 길에서 만났을 때 아는척 하더군요)

▲국내 최초의 그린빌딩 아파트인 홍은동 아파트의 사례 발표를 하시는 S박사님

헌데... 아직까지 클리어 되지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컨퍼런스 주최인 플러스 컨벤션과 제가 묵고 있는 호텔간의 예약과 대금지불 문제였습니다. 결국 제가 플러스 컨벤션의 메니져인 벨랑이란 녀석에게 따지고 또 따지고 해서, 더이상의 추가비용 없이 스윗룸에 떠날 때까지 투숙하는 것으로 확실하게 마무리... 휴~~~! 하마트면 빠듯한 출장비에 고생할뻔 했네요.

이렇게 호텔문제 클리어 하고 나니 오후시간이 남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도 엇갈렸고해서 지난번 일요일 버스투어로 갔던 비겔랑 공원에서 보낸 시간이 짧았던 것이 못내 아쉬워 비겔랑 공원으로 향합니다. 지도를 보아하니 왕궁까지 거리의 두배정도... 저녁에 있을 500크로네(85,000원)짜리 컨퍼런스 디너 시간까지는 무리가 없을 듯해서 걸어가보기로 하는데... 우선 왕궁에 들어가 (궁내에는 못들어 가지만 밖의 정원은 거의 질러가는 통로로 쓰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칼 요한 거리를 내려다 보니 정말 좋군요. 이렇게 한동안을 앉아 거리를 보다가 다시 출발, 비겔랑 공원으로 가는데... 가는 길이 주택가여서 인지는 몰라도 생각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리도 아프고...

▲왕궁앞 광장에서 바라본 카를 요한 거리의 모습 - 제가 오슬로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기도 합니다.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지만 그냥 의자에 걸터 앉아 거리를 내려다 보면 정말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왕궁과 왕궁의 광장 - 뒷편에는 정원이 있는데 이곳은 출입이 가능해서 가로질르는 통로로도 사용됩니다.카를요한 거리 사진은 위에 보이는 동상 앞에서 찍은 것입니다.

가까스로 지친 발걸음으로 공원에 도착... 다시 한참을 걸어다니며 비겔랑의 조각들을 다시 감상합니다. 얽히고 섥혀 있는 조각들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는 느낌이 참 묘하면서도 평화스럽네요.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친 몸도 쉴겸 앉아 있자니 어느덧 저녁이 됩니다. 이참에 버스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타볼까 하다가, 가이드북에서 본 고급 쇼핑의 거리를 가보자는 생각에 다시 걸어서 이동... 갈 때야 좀 쉬엄 쉬엄 가면서 집구경 했기 때문에 덜 힘들었던 것 같은데, 올때는 넘 거리도 먼것 같고... 지쳐서 다시 호텔로 돌아옵니다. 쇼핑의 거리요? 별로 볼 것도 없더군요. 아마 제가 지쳤기 땜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비겔랑 조각공원의 상징적인 조각품인 모노리쓰 얽히고 설킨 인간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노리쓰 주변에는 인간의 태어남에서 죽음까지를 묘사하는 조각들이 빙 둘러 있습니다.

컨퍼런스 디너... 이번에도 드레스 코드가 있습니다. 물론, 정장이죠. 옷갈아 입고 디너장(컨퍼런스 룸이랑 같은 장소)에 도착하니 다른분들이 와있네요. 같이 자리하나 잡고 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정확한 시간에 디너파티가 시작됩니다.

우선 식사전 행사로 그간의 컨퍼런스에 대한 시상도 있고, 주방장의 오늘의 요리에 대한 소개도 있고 (주방장이 젊은 여성이네요) 내무부 장관의 인사도 있고... 참고로 컨퍼런스 시상에서 아까 우리나라 발표 때 질문 많이 하던 라슨 박사가 우리나라의 연구결과를 두고 "인상적"이 었더고 특별히 언급해서 우리들도 깜짝 놀난 에피소드가 있답니다. 물론, 상은 스페인에게 돌아갔지만, 그래도 미국과 함께 3위권에 든듯한 느낌이더군요. 아님 먼 곳서 왔다고 기운차리란 뜻인지도...

식사는 애피타이져-메인-디져트의 간략한 만찬 코스였지만, 음식의 질은 좋았습니다. 육류와 어류에 각각 와인이 따로 제공되는 점도 좋았고요. 메인은 사슴고기 스테이크 였는데, 원래부터 퍽퍽한 고기를 바싹 익혔기 땜에 씹는 맛이 별로였지만, 제법 맛나게 먹었습니다.(간 구운 맛을 생각하심 됩니다) 코스중간에 쇼도 보여주고, 탐 존스 짝퉁 아저씨도 나와 노래하고... 정말 탐 존스와 거의 구분이 안가는 노래실력^^.

흥이 겨워지자 탐 존스 아저씨 노래할 때 몇몇이 짝을 지어 춤추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았습니다. 다들 담부터는 대학원 조교라도 데리고 와서 우리도 멋들어지게 춤추자고 한마디씩...ㅋㅋㅋ...남정네들이란...

노르웨이도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는 어린이들 동원하는지... 끝에는 어린아이들이 나와 재롱도 보여주면서 환경과 그에 적합한 그린빌딩에 대한 홍보를 했답니다. 다들 애들이 귀여워서 사진 찍고 난리...귀여운 것들...

이렇게 끝이 나자 다들 아쉬운 듯, 탐 존스 아저씨를 다시 불러내라 난리...춤을 더 추고 싶다는 얘기죠. 술도 더 마시고프고. 저희도 응원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공식적인 답변... 해서 오슬로에서 유일하게 새벽까지 하는 나이트를 SB02 지정 나이트로 정하고 모두들 가는 분위기.. 저희들은 걍 술이나 더 마시자는 생각에 호텔 꼭데기에 있는 바에 올라갔습니다. 헌데, 바가 완죤 양키들 스타일 바더군요. 걍 원하는 술 한잔씩 사다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마시는 분위기... 저야 이렇게 부담없는 걸 좋아하는데, 교수님들과 특히 사무관님은 싫어하는 눈치...

결국 못내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SB02 지정 나이트로 갔죠. 헌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미 차있었기 땜에 춤은 커녕 서있을 자리도 비좁더군요. 물론, 이곳도 양키 스타일 나이트기 땜에 우리의 나이트와는 다릅니다. 하야트 나이트인 "JJ마호가니" 정도 생각하심 쉬울 듯.

흠... 내 분위기인데...하면서 소란한 틈을 이용, 이곳 기웃, 저곳 기웃거리며 술마시고 있는데, 한쪽에서 무대를 독점하 듯 요염한 춤을 추고 있는 흑인 여성이 있더군요. "호~!, 역시 춤은 흑인이 잘추지~!" 하고 있는데 그녀가 접근...제게 말을 겁니다. 물론, 작업(?)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옆에 같이온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그녀의 춤솜씨가 부담도 되고 해서 걍 건배만 제의하고 빠졌죠.

헌데 제가 여복만 있는게 아니라 남자복도 많은가봅니다. 춤꾼 아가씨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기니 한무리의 남자넘들이 달겨드네요. "너 어디서 왔냐"로 시작, "노르웨이 처자들에 대해 어케생각하느냐" 등등... "노르웨이 여자들, 죽~~~인다. 빛나는 금발에 파란눈, 쭉쭉 빵빵한 몸매..." 뭐 이렇게 추켜세우니 녀석들 좋아하면서, 자기네들은 노르웨이 처자들만 보면 죽겠다나... 암튼 이렇게 노르웨이 20대 초반 넘들 하고 웃고즐기고 있자니, 다들 가자고 하네요.

물론, 우리들이 걍 이렇게 나이트만 갔다가 끝낼 스타일은 아니죠. 나이트에서 나와 맥주한잔 하면서 놀다가 새벽 2~3시쯤 호텔로 헤어졌지만, L사무관님과 K박사님은 또 3차를 갔다고 하네요.

암튼 이렇게 노르웨이의 화요일이 저물어 갑니다.

다음은, "피짜와 쇼걸" 편입니다.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