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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Maria Bachmann - Glass Heart (마리아 바흐만 - 유리심장)

by 만술[ME] 2011. 1. 25.
어떤 가요 애호가가 소녀시대의 음악은 듣지 않으면서 펄시스터즈나 토끼소녀들의 노래만 주리장창 듣는다면 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겁니다. 헌데 클래식 음악쪽은 쇼스타코비치나 프로코피에프 정도의 현대음악도 안들으면서 바흐나 베토벤만 들어도 이상하다는 사람없고, 래틀은 안듣고 푸르트뱅글러만 들어도 "존경"받는 이상한 동네죠. 한때 저도 도저히 제대로 된 녹음이라 할 수 없는 음반들을 들으며 "명반"을 운운하고 "음악적 깊이"를 말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런 저음과 고음이 다 잘리고 중역도 뭉개져 악기소리도 구분되어 지지 않으며 때로는 복각의 실수로 피치나 템포도 제대로 맞지 않는 음반들을 들으며 "감동"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감동"과 제대로된 녹음의 음반을 제대로된 오디오 시스템으로 듣는 "음악적 체험"과는 다르다는걸 이제는 알고 있죠. 때문에 누군가에게 음반을 추천할 때 (한때 푸르트뱅글러 추종자임을 자처했음에도) 푸르트뱅글러의 음반을 권하는 일은 없습니다.

또한 가능하면 요즘은 우리시대의 음악과 음반들을 과거의 유산들 보다 많이 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21세기 음악은 아니더라도 20세기의 음악은 많이 듣고자 합니다.

 
얼마전 마리아 바흐만(Maria Bachmann)의 신보인 "유리심장"(Glass Heart)가 수입되었습니다. 제가 바흐만을 처음 접한건 95년에 발매된 "Kiss on Wood" 음반 때 부터인데 당시 RCA에서 현대음악 전문 레이블을 지니고 있었다는게 지금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Glass Heart"는 제목이 암시하듯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음악과 글래스의 음악세계에 영향을 준 작곡가들의 음악을 엮은 일종의 "헌정" 음반입니다. 이 음반의 중심에 놓인 글래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자체가 바흐만을 위해 작곡된 곡이며 바흐만은 물론 그녀의 오랜 파트너 피아니스트인 존 클리보노프(Jon Klibonoff)와의 협업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당연히 이 음반은 이곡의 최초녹음이고 바흐만은 음반기획까지 담당했죠.

2008년 작곡된 곡이지만 매크로한 틀에서는 고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고색창연한 "소나타"고 빠른-느린-빠른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마이크로한 부분으로 들어가 보면 글래스의 전형적인 반복을 이용한 미니말리즘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 "반복과 변용"이 극히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함과 박진감, 그리고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더구나 흔히 생각하는 현대음악과 달리 귀에 착착달라 붙는점에서 역시 글래스고, 바흐만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특히 2악장의 아름다움은 필청할만 합니다.

커플링 된 곡들은 바흐/구노의 아베마리아, 슈베르트 A장조 소나타, 라벨의 유작 소나타입니다. 이곡들이 꼭 바흐만과 클리보노프의 연주로 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현대음악이 아닌쪽에서도 이들 듀오의 연주는 훌륭합니다. 아울러 글래스의 소나타를 듣고 이곡들을 들으면 글래스의 음악이 탄생하게된 과거로의 플래쉬백의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아무튼 글래스의 소나타 한곡만으로도 음반값이 아깝지 않고, 덤으로 좋은 커플링들까지 들을 수 있으니 강력 추천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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