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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야나첵 피아노 음악집 - Rudolf Firkusny

by 만술[ME] 2009. 5. 27.
음악을 아무리 오랜 기간을 열심히 들었다고 해도, 클래식 분야에만 한정해도 모든 작곡가의 모든 장르 음악을 좋아하기는 힘들더군요. 아직도 유명한 작곡가의 필수명곡중에도 즐겨 듣지 않는 음악들, 아예 이게 왜 명곡이고 다들 좋아하는 곡인지 도통 모르겠는 곡들도 많고, 남들은 전혀 듣지 않는지만 늘 즐겨듣게 되는 음악들이 있죠. 아울러 즐겨 듣는 음악이지만 (연주의 질이 아닌) 연주 스타일에 따라 전혀 즐길 수 없는 경우도 있죠. (지난 주말 와이프 친구집에 갔다가 우연히 셰릴 스튜더의 모짜르트 아리아집을 들었는데 시대연주를 오랜기간 들어온 영향 때문인지 듣는 내내 뭔가 조치를 취하고 싶더군요^^) 

음악을 듣다보면 어떤 곡을 "득음"하게 되는 순간을 종종 겪곤 합니다. 그 전까지는 그 곡을 아무리 들어도 감명을 받지 못했다거나 했는데 어떤 순간 갑자기 필이 꼿히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또는 늘 듣던 그 감동과는 또다른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도 하구요.

이 "득음의 순간"을 불러오는 것은 때로는 늘 듣던 음반이기도 하고 때로는 처음 듣는 음반이거나 오랫만에 듣게 되는 음반일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많이 듣다 보면 주로 늘 듣던 음반 보다는 처음이거나 오랫만에 꺼내 듣는 음반에서 이런 "득음"의 순간을 경험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죠.

이 "득음" 이후에 이 득음을 불러 일으킨 음반들의 운명도 두갈래로 나뉩니다. 첫번째 경우는 제 개인적으로 늘 그 음악을 듣기 위한 1순위 음반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1순위 음반이 되는 것이죠. 두번째는 득음을 불러 일으킨 이 음반이 이후에는 다른 음반들에 자리를 내주고 단지 귀를 트이게 해준 것 이외에 별로 의미 없는 음반으로 전락하는 경우죠. 이 경우는 "득음" 이전에 아무리 들어도 감흥이 없던 다른 음반들이 갑자기 득음 이후에 감동적인 음반으로 등극하게 되는게 보통입니다.

처음 제 귀를 트이게 해주고 지금까지고 그곡을 들을 때면 제일 먼저 손이가는 음반의 하나가 루돌프 피르쿠스니(Rudolf Firkusny)의 야나첵 피아노 연주집입니다.


저는 위에 보이는 리마스터링 버전이 아닌 예전 버전으로 처음 들었는데, 이후 이런저런 음반들을 갖게 되었지만 이 음반의 감흥을 안겨주지는 못하는 군요. 이 음반은 야나첵이란 음악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어떤 "관점"을 전혀 다르게 바꿔준 두개의 음반중 하나입니다.

피르쿠스니의 접근법은 간결하고 직접적입니다. 이점이 이 음반을 듣는 순간 야나첵의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헌데 그 이후에도 다른 음반들에 비해 피르쿠스니의 음반을 듣게 만드는 힘은 이 간결함과 직접적인 접근이 단순무식하고 깊이감이 없는게 아니고 무림고수의 손동작 처럼 깊은 연륜에서 나온 군더더기 없음이란 것이죠. 단순한 음 하나하나에서도 야나첵 음악의 아름다움과 피아노 소리 자체의 아름다움을 들어내면서 여기에 체코의 정서까지 담아내고 있으니까요.

디지탈 초기의 음반에 비해 오리지널즈 씨리즈로 나온 이 음반은 음질도 향상 되었고, 더구나 미드1장 가격에 두장으로 묶여 있습니다. 음질은 좋아지고 가격은 저렴해 진거죠.

야나첵의 음악을 전혀 모르는 분이라도 피아노 음악을 좋아한다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반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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