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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게임]진짜 야구 슬러거 이야기

by 만술[ME] 2009. 3. 20.
몇달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묘하게 사업부내에 불어닥친 바람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야구 게임인 "진짜야구 슬러거" 열풍인데 이어지는 밤샘과 야간작업속에서 직원들에게 짬짬이 즐거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스타나 포트리스 이후에 직원들이 이렇게 한가지 게임에 몰두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WBC 열풍과 함께 안하던 직원들도 동참하고 있죠.


슬러거는 "진짜"야구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이런저런 요소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아케이드적인 요소도 강하지만 결국은 장,단기적 안목에 입각한 구단 경영이 중요하다는 점이 그것인데, 예를들어 지금 아무리 화려한 스타급 선수로 무장했다고 해도 차기를 대비한 선수를 육성하지 않으면 곧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주전만 혹사하면 나중에는 체력저하로 경기력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직장인들에게 무척 어필할 수 있는게 "현질"의 유혹이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경기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유니폼을 현금으로 구입하면 그에대한 보상으로 게임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 머니인 캣을 주는데 이 캣은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데 사용될 수 있죠. 물론 "현질" 없이도 게임은 가능하지만 재미를 위해 몇천원이나 몇만원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지출할 수 있는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늘 "현질"의 유혹이 있습니다. 저희도 유니폼 내기 또는 구단주 조르기 내기 정도는 늘 하거든요.

결국 진짜 프로야구 처럼 "돈"으로 많은게 해결됩니다. 성적이 좋으면 구단에 돈도 쌓이고, 구단주가 일종의 스폰이라 할 수 있는 "현질"을 해주면 구단은 더욱 강해질 수 있죠. 그리고 이 돈에 의한 아이템은 경기력으로 연결되고 또 오래된 명문(?) 구단과 신생구단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단지 오랜 경험 플레이 했다는 것 말고도 게임의 기준으로 오래 된 구단에는 좀 더 좋고 성장이 잘된 선수들이 즐비하니까요.

아울러 저 같이 80년대 프로야구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80년대 추억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80년대 삼성의 투수중 가장 좋아했던 황규봉 선수를 드래프트로 뽑으려다 구단 운영비를 탕진 할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덕분에 김시진, 이선희 선수를 영입했으니 만족해야 겠지요.^^ 더구나 동료들과 만루되면 꼭 이선희를 투입하라고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건 게임 자체말고도 많은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운영과 성장이란 의미가 큰 게임이기 때문에 능력치는 낮고 지명도도 없지만 정찬헌 선수가 의외로 1시즌에서 7승2패에 0.854의 방어율로 팀내 최다승을 거두며 2시즌에서는 당당히 제2선발을 꿰어차는 모습을 본다든지 지난 시즌 에이스지만 5승4패에 4.680의 방어율로 부진했던 박명환 선수가 5승에 0.303의 방어율, 더구나 4완봉승으로 팀의 에이스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재미도 있습니다. 시즌을 진행하다 보면 선수 하나하나에 정이 가서 방출하기도 쉽지 않더군요.

물론 소위 투육이나 캣벌이 등 비정상적 게임운영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게임이 성장시켜 놓은 막강 선수들로 승리를 얻는것 보다 그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즐거움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안다면 더 재미 있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고도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1시즌에서 가까스로 50%를 웃도는 승율을 기록한 저희 팀은 10승2패로 초반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팀방어율이 0.904로 투수진의 놀라운 호투가 돋보이는 반면 타격에서는 0.378의 나쁘지 않은 팀타율에도 기복이 심해 매번 불안분안한 경기운영을 하고 있죠.  

얼마나 부서내에서 슬러거 열풍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매니징의 재미에 빠진 저로서는 한동안 다른 직원들이 슬러거를 떠나도 제가 키운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자 붙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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