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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Martha Argerich - Evening Talks

by 만술[ME] 2008. 9. 23.

아마 요즘 수입된 클래식 영상물들 중에서 애호가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만한 타이틀이 아르헤리치와의 대화를 담은"마르타 아르헤리치 - 저녁의 대화" (Martha Argerich - Evening Talks) 일 것입니다. 여러 온라인 판매점에서 Must Have 아이템으로 홍보하고 있고, 그녀가 차지하는 위치와 특성을 생각할 때 이런 홍보가과장된 것만은 아닙니다. 더구나 수입 DVD임에도 별도의 한글자막을 제공한다고 하니 금상첨화죠.

아르헤리치는 피아노의 여제라 불릴만큼 엄청난 지명도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공동작업으로만 활동하기 때문에 그녀의 독주를 만나는 것이 쉽지않고, 잦은 연주회 취소로 그녀를 여러명과 함께라도 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죠. 그런 그녀가 카메라 앞에서 그녀를 들어낸다는 광고문구는 정말 애호가로서는 혹하지 않을 수없죠.

더구나 이 영상물은 2002년 '프릭스 이탈리아'의 음악 예술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 '골든 프라그(Golden Prague)'상, '프레미오 아솔로(Premio Asolo, 2003)'상,'유네스코'상 수상 등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 영상물이 볼만한 영상물일까요? 일반적으로 연주자에 대한 영상물은 두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스타일로 연주자에 대한 인터뷰, 정보, 영상물과 음악 등이 담긴 "정보" 중심의 영상물이죠. 그리고 두번째는 그야말로 영상과 짧은 대담들이 서료 교차하면서 연주자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스타일의 영상물입니다. 두번째는 정보는 많이 생략되고 연주자에 대한 어떤 이미지와 느낌을 갖게하죠.

불행히도 광고에서 늘어 놓은 수식어들과는 달리 "Evening Talks"에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아르헤리치는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합니다. (주로 불어입니다) 하지만 그걸 영어자막으로 들으나 한글 자막(안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영상물을 보면서 어떻게 읽으란 것인지 책자로 제공됩니다.)으로 보나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글 번역도 매끄럽기 보다는 직역에 가까와서(아마 영어를 중역한듯합니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죠. 쉽게 선문답에서 그것도 긴 호흡이 아닌 매우 짧은 호흡의 대화들을 잠깐잠깐 캡쳐한 느낌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들어 홍보문구의 다음 문장들을 보고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아래는 실제 DVD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 몹시 존경했던 그녀의 선생 프리드리히 굴다에 대한 이야기
- 굴다가 어릴적 스승이었다. 존경한다. 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나는 아르헨티나 사람이다.

* 아라우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에 충격 받은 이야기
- 듣고 충격 받았다.그래도 난 안쳤다.

* 쇼팽 콩쿠르, 제네바 콩쿠르, 부조니 콩쿠르 우승 이야기
- 이 콩쿠르들에 나갔고 우승했다. 좋았다.

물론 과장이 심하지만 이정도 이야기로 끝입니다.아르헤리치의 캐릭터를 생각하면굴다와의 이야기가 아기자기 하게 펼쳐지리라 기대하면 오산이죠.

슈만 협주곡의 리허설을 제외하면 그녀의 연주회 영상도 많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릴적 그녀를 볼 수 있는 점은 즐겁습니다만 이건 그녀의 팬입장에서죠. 보너스 영상은 슈만 협주곡 영상의 디렉터스컷 버전(좀 시간만 길뿐입니다)과 몇몇 공연의 짧은 순간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와의 대화가 촬영된 곳은 아마도 레스토랑으로 보이는데 그때문에 가끔 잡음이 들립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극단적 클로즈업만 사용해서 그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단조롭고 화질은 나쁩니다. 공연장면의 화질도 별로고, 오직 슈만 리허설 부분만 최신 영상물의 느낌이 납니다.

결국 그녀의 팬이 아니면서 아르헤리치에 대해 알고픈 분이라면 패스해야할 DVD입니다. 물론 그녀의 팬이고그녀의 이미지, 그녀와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눌때의 느낌이 어떤지 알고싶은 경우라면 추천할만한 영상물이구요. 저도 후자의 경우지만 좀 아쉬웠던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피아니스트를 다룬 영상물로 모범적이라 할만한 것은 EuroArts의 Legato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라이센스로 1편 베레좁스키와 2편 아믈랭이 나와 있습니다.화면에서 한글자막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상과 음질이 뛰어납니다. 아울러 내용이 정말 풍성하죠. 유일한 단점이라면 부록의 인터뷰 영상에 트랙구분이 없어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것 뿐입니다.


Legato 시리즈는 현대의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들을 집중 조명하는데 본편에서는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과간략간략의 인터뷰들이 곁들여 진 포트레이트 부분(약30분)과 실제 연주회 실황 전체(100여분)가 들어 있으며, 부록으로 포트레이트를 위해 이루어진 한시간 가량의 인터뷰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그리고 본편에서 부록까지 정말 정보는 물론 느낌까지 잘 살아 있죠. (이래도 안지르실 분을 위해 링크도 걸어 드리겠습니다.^^ [1편 베레좁스키 / 2편 아믈랭])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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