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터넷에서 정일우 신부님이란 분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 보니 제가 아는 분과 캐릭터는 많이 다르지만 비슷한 분이시더군요.그 글이 동기가 되어제 블로그에 제가 아는 비슷한 삶을 사시는 분을 간단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릴 분은 박문수 신부님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20여년전 (이런... 나이가 노출되는군요!) 귀화하신 신부님인데, 대학시절의 은사십니다. 당시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요즘도 당시와 많이 비슷해지기는 합니다^^) 전경과 백골단이 학교내로 진입해서 학생들을 연행해가고, 매일 화염병과 최루탄이 끊일 날이 없던 시절인데, 왜 이런나라에 귀화를 하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죠.
신부님의 전공은 도시 사회학인데 이론적인 내용을 가르치시기도 했지만 저희들을재개발이 한창이던 도화동 등으로 직접 나가서 실상을 느끼고 함께 공감하도록 지도해 주셨죠. 짧은 기간이지만 이 때의 경험은 철거민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하면서추상과 관념에서 존재하던 사람들을 진짜 사람으로 느낄 수 있던 제 삶에 있어서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비록 그 만남의 최종적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학점을 위한 페이퍼였는지는 몰라도 그때 제가 냈던 페이퍼의 제목인 "빈민은 개념으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은 제 가슴에 계속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음에 대한 답을 위해 많은 시간을 가슴아파 했어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박문수 신부님의 강의를 몇과목 들었습니다.전공 필수과목이던 사회통계학도 가르치셨습니다. 수강하면서 제 스타일이 튀는 스타일이 아니라 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으신줄 알았는데, 훗날 신부님께서 사회통계학 과목의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모아서 저와함께 공부하라고 추천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더 훗날, 대학원생들에게도 통계적 처리와 특히 SPSS(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라는 통계 프로그램)를 이용한 분석은 저에게 자문을 구하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더욱 놀랐죠. 겉보기에 별로 관심 있는 듯 보이지는 않았지만 학생들 하나하나를 세밀히 관찰하고 계셨나 봅니다.
이상하게도 저희는 박문수 신부님을 박문수 교수님으로 부르기 보다는 박문수 신부님으로 부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여학생들은 로만 칼러를 입으신 핸섬한 신부님을 많이 흠모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신부님께서 주관하시는 미사에도 (순전히 미사에 대한 체험 차원에서)참여 했었구요. 그때 성당에서 느껴지던아우라는 교실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르더군요. 신부님은 역시 신부님이 맞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때만해도 대학교수들 중에도 처세 보다는 양심쪽에 더 무게를 두는 분들이 많아서 무엇인가이슈가 생기면 "시국선언문" 같은 것이 많이 발표 되었는데, 그런 시국선언을 하는 교수님들의 명단에는 박문수 신부님의 성함은늘 있었습니다. 그리고학문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실천을 하셨구요.
그 실천의 중심에는 늘 도시 빈민이 있었습니다. 신부님이 제일 잘 아시고 늘 공부하시고 관심을 두셨던 분야니까요. 지금은 교직에서 은퇴하시고 독립문에서 "독립문 평화의 집"을 이끌고 계십니다.졸업 이후에는 행사 등에서 뵐 일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더군요.
오늘 우연히 또다른 한국으로 귀화한 푸른눈의 신부님 이야기를 읽다보니 평화의 집에 매달 몇푼 보내드린다고사회에 대한 책임을 벗어버린양 행동해 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가슴 한켠이 쓰려오는 군요.
신부님의 예전 성함은 Francis X. Buchmeier, Jr. 인데 이때 Buchmeier의 Buch는 책이란 뜻이고, meier는 지킨다는 뜻이기에 한국명을 文守로 지으셨습니다. 성씨인 박은 Buch와 음이 비슷한데서 따왔구요. 이후 신부님은 이름처럼 학문을 지키는 삶을 사셨습니다. 이때 지킨다는 의미는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뜻 보다는 학문을 통해 배운 가치를 지키기위해 실천한다는 넓고 깊은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공자님 말씀대로 배우고 때때로 익혀야 하는데 (學而時習之) 저는 언제나 신부님 처럼 배운 것을 늘 실천하는 단계가 될지...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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