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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여행]야쿠츠크 - 2007년 12월, 영하 45도의 겨울

by 만술[ME] 2007. 12. 17.
러시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주요 방문지역이 사하공화국 야쿠츠크 였기 때문에 영하 45도를 넘나드는 추위와의 싸움이 가장 큰 걱정이었던 출장이었죠. 물론, 업무상 출장이었고 공항에서 별도의 체크인/아웃을 할정도로 극빈대접을 받았던 관계로 대부분을 차량과 호텔, 사무실에서 보냈지만 잠깐 잠깐 느끼는 추위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정도 추위에서 10분정도 밖에 있으면 노출된 부위가 도려내듯 아파오며 머리가 띵해지죠. 레닌광장에서 동료들과 10분쯤 있다가 다들 못버티겠다고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돌아가자로 하자마자 다들 뭔가 홀린 사람들처럼 (옆에 동료를 챙길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호텔로 뛰어들 돌아갈 정도의 추위였습니다.


한 5분쯤 지나면 입김이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위의 사진과 같은 모습이 됩니다. 이정도 중무장을 하면 제법 다닐만은 한데 노출된 부위가 아파오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죠. 안경은 쓸 생각도 못합니다. 혹시라도 습기가 차면 바로 얼어버리고, 잘못하면 깨지기 쉽습니다.

이곳 온도계는 우리가 쓰는 일반 온도계와 달리 영하 70도 까지 눈금이 있습니다. 호텔 입구에 걸린 온도계를 찍어 보았습니다. 아침의 온도인데 낮이 되어도 일교차가 거의 없어서 기온이변동이 거의 없습니다.


기온이 추운 관계로 일반적인 복장들은 털로된 코트와 털로된 모자입니다. 사실 이런 취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피를 입지말라고 하는건 얼어죽으라는 이야기에 가깝죠.




자동차는 시동을 늘 켜놓습니다. 그렇기에 길을 다니면 늘 매연에 시달리게 되죠. 여기서는 시동켜놓고 주차하는게 일상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하 40도 이하의 날씨에도 건설현장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국내라면 상상할 수 없지만 이 달씨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하더군요.




시내에는 아직 옛 스타일의 목조주택에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마 점차 재개발 되어 새로운 도시로 변모하게 되겠죠.




이런 재개발 지역의 화장실은 과연 저기서 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모습으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의 야쿠츠크는 9시쯤 해가 떠서 3시 이전에 지기 때문에 늘 낮고 뿌연 태양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사진찍기에는 꽝이죠. 특히나 출장을 간 입장에서는 해 떠 있는 시간에는 일하고 있으니 사진을 찍을 틈이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에 습기가 차지만 여기서는 습기가 바로 얼어붙어 안쪽에도 성애가 낍니다. 특히 카메라는 조심해야 하는데, 배터리가 빨리 방전될 뿐아니라 차가워진 카메라가 조금이라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가면 바로 결로현상이 생기고, 다시 차가운곳으로 나가는 순간 그 습기가 얼어붙어 버리니까요. 또 액정도 차가운 기온에서는 느려집니다. 그래도 다른 카메라들이 뻣어버리는 와중에도 가지고간 니콘 D70은 큰 무리없이 작동하더군요.

저희와 사업을 논의하는 사장님이 지역 유지에다가 와이프가 유명한 오페라 가수이기에 저희를 위한 깜짝쇼도 준비했습니다. 저희를 박물관의 세미나실에 모아놓고 깜짝 갈라 콘서트를 보여준 것이죠. 그야말로 학예회나 해야될 장소에서 야쿠츠크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하는 사하공화국 최고의 프로 오페라 가수들 네명이 모짜르트, 푸치니, 베르디, 그리고 러시아 음악들을 오로지 저희만을 위해 한시간 가량 공연했습니다.




윗 사진의 여성분이 사장님 와이프고, 아래는 이날 공연의 유일한 아마추어였던 플룻주자입니다. 사장님 와이프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는데, 모짜르트의 "할렐루야", "밤의 여왕의 아리아", "돌아오라 소렌토", 그리고 러시아 민요들과 마지막으로 베르디 "축배의 노래"까지 멋진 노래를 들려주었죠.

마지막으로 오후 4시경의 레닌광장입니다. 당시 영하 40도 정도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와 얼음조각을 구경하러 나와 있었죠.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데, 이 추위에도 아이들과 함께 구경나온 부모들이나 광장을 뛰어다니며 눈장난을 하는 아이들이 제법 많더군요.










사하공화국은 일반적인 러시아 와는 달리 몽고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주민들의 40% 정도가 야쿠트인이라는 동양계 사람들이죠. 워낙 넓은 땅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순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날씨는 정말 추웠지만 사람들의 마음만은 무척이나 따뜻했습니다.

MF[ME]

*모든 사진은 니콘 D70 + 니콘 AF-s 18-70 렌즈로 촬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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