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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MF Award 2003] - 2003년 가장 즐겨 들었던 음반

by 만술[ME] 2003. 12. 17.
다시 이어지는 MF 어워드 2003 순서입니다. 오늘은 언제 발매되었건 간에 1년간 가장 즐겨 들었던 음반을 골라 봤습니다.

수상자는 Stephen Varcoe (Baritone)와 Graham Johnson (Piano)이 함께한 Hyperion Schubert Edition 가곡 전집의 제2권입니다. 이 음반은 하이퍼리언에서 야심차게 추진해서 완성한 Schubert의 가곡을 집대성하는 씨리즈의 두번째 음반으로 "물"에 관한 노래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중 제1번곡인 Fischerlied D351은 아마도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일 것입니다. 사실, 전 가곡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었지만 보컬의 재생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고 하는 3/5a로 스피커를 바꾸고 나서는 그 영향인지 보컬이 들어간 곡들을 즐겨 듣게 되었는데, 이 Fischerlied D351은 쉬운 멜로디와 아름다운 반주, 그리고 Varcoe의 뛰어난 가창으로 항상즐겨 듣는 음악이 되었죠.

특히, Varcoe의 바리톤 음색과 절묘한울림은 잘된 녹음과 함께 오디오의 재생능력을 테스트하는 레퍼런스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10월31일자 블로그 "고무링 가지고 놀기" 참고) 개인적으로는 이곡을 틀어 놓고 오디오가 Varcoe의 깊고 풍성하면서도 깨끗한 음색을 제대로 표현하는지(연주 홀의 틀이 잡힙니다.), 음하나 하나의 미묘한 떨림과 공간상의 울림을 제대로 재생하는지, Graham Johnson의 피아노 소리가 얼마나적절하고정확한지를 비교하곤 했죠. 제가 느끼는 이곡과 Varcoe 음성의 매력을 제대로 오디오가 표현한다면 소규모 가곡을 듣기에는 전혀 지장없는 오디오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뻣어나가는 소리라든지, 관현악에서의 투명성과 밀도감 같은 것은 다른 음반으로 들어보면 되고요.

Varcoe의 음반은저뿐 아니고 와이프도 즐겨 듣는 음반이 되었으며, 지난번 여름휴가때에는 방콕과 푸켓까지 따라가 저희 부부를 즐겁게 해주기도했습니다. 아마 새로 마련할 앰프를 제일먼저 테스트할 음반도 바로 Varcoe의이 음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Varcoe의음색은 깊고, 풍성하면서도 매우 깨끗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그의 목소리를 완전히 표현하는 것은 아니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 - 묘한 색깔이 들어 있죠. 이 색깔이 그의 목소리를 듣기 편하게 하면서도 다른 여타의 바리톤들과 달리 평범하지 않게 들리게 하는 것이고요. (솔직히 위대한 Fischer-Dieskau같은 바리톤은 듣기 편한 목소리는 아니죠.)Varcoe는 이 음반에 담긴 모든 노래를 결코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강조되어야 할 곳은 정확히 강조를 하면서 불러냅니다. 또한 Graham Johnson의 공동 협연자로서의 능력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죠.

이미 말씀드린 Fischerlied D351 말고 특히 인상적인 노래는 마지막곡인 Der Taucher D111입니다. 우리말로 "잠수부"라 해석되는 이곡은 예전 당대 바리톤에 있어 대세를 양분했지만 Fischer-Dieskau에 비해다소 처지는평가를 받았던 Hermann Prey가 장기로 했던 곡으로이곡에 대해서만은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고 했던 곡입니다.(전 Prey의 따뜻하면서도 깊은 음색을 좋아 했답니다) Varcoe는 다소 빠른 템포를 취했음에도 무려25분이나 소요되는 이곡에서 감정의기복들을 적절히 소화해 내고 있어 긴 시간동안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음반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한시간이 안되는 연주시간뿐이죠.

Hyperion의 신보 수입이 신통치 않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 좀 오래된 음반을 구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신나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녀 보면 이 귀한 보석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지?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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