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크고 작은 많은 음악회와 오페라를 다녔습니다. 그 중에는 못참고 중간에 나와야 했던 운동장 오페라 "아이다"에서부터 오빠부대가 동원되는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 윤디 리의 피아노 독주회 등 각종 연주회와 오페라 공연이 있었지만 올해 최고의 연주회를 꼽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었습니다.
바로 교향악 축제 기간의 수원시향+손열음 연주회가 있었기 때문이죠. 교향악 축제의 하루로 편성된 이날 연주회는 전혀 기대없이 갔던 연주회에서 받은 충격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일부 애호가들 중에는 손열음 팬클럽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근래 보기 드믄 센세이셔널한 연주회였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특히 이날 손열음양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3번 연주는 제가 들어본 (물론 연주회장에서) 라흐마니노프 3번중,가장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라흐마니노프 3번은 영화 "샤인"에서 늘언급되는 바로 그 곡입니다) 열일곱살짜리 어린 소녀가 완벽한(미스터치 쫌 빼고) 기교로 큰 흐름을 잡아가며 연주한다는게 놀라왔죠.무엇 보다도종악장의 몰아지는 추진력은 압권이었습니다. 몰아치는 3악장으로 유명한 아르헤리치의 실황녹음 보다 더 파괴력이 있는 듯 느껴졌다면 짐작이 가실런지? 이연주로 인해"고클래식" 같은 싸이트는 그녀의 팬들이 엄청 생겨 위대한 피아니스트 투표에 후보로 추천되기까지 했죠. 암튼 이런 의미에서는 역사적(?) 연주의 반열에 오른 연주죠.
만약, 이 연주회의 녹음을 다시 듣는다면 미스터치나 가끔 보이는 디테일의 문제들이 귀에 쏙쏙 들어와 실연당시의 감흥은 사라지고 그냥 평범하거나 어딘지 부족한 연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점에서 연주자-지휘자-악단-관객이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는 실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연주였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연주후 관객의 엄청난 반응에 들려준 앵콜곡 쇼팽의 연습곡 3번 "이별의 곡"은 훌륭한 명연주자들도 쉽지 않은 연습곡의 차원을 넘어선 경지를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단순한 악상의 변화 뿐 아니고 감정의 변화가 곡에 투영되어 있는 그런 연주를 했던거죠.
휴식후 이어진 "환상교향곡"도 수원시향의 "관"의 특성이 엄청 잘 발휘된데다 악단과 지휘자의 정성과 열정이 섞여 카샤드쉬-KBS향의 "환상교향곡"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수원시향의 연주가 특별히 더 "프랑스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연주에 대한 몰입도,음색의 질감, 단원들간의 호흡 등이 더 뛰어났죠. 우리나라 교향악단에 대한 신뢰도가 팍~ 올라가는 연주였답니다.
이상으로 MF Award 2003 - 최고의 연주회 부문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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