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버진 클래식스의 프로모션의 펌프에 당한(?) 이야기를 쓰려 했는데, 게으름 탓에 글을 올리는데 필요한 DVD캡쳐를 못받아서 그건 내일쯤 올리기로 하고 홍차를 마시던 중에 생각난 음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전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와이프는 커피를 안마시는 관계로 둘이 있을 때는홍차나 녹차 같은 차를 즐겨 마십니다. (요즘은 커피도 잘 마시더군요)결혼전에도 식사를 한 뒤 가능하면 홍차가 맛있는 집으로 찾아다녔죠. 그중에 "까페 플로르 드 쥬르"라는 약간 어려운 이름의 단골로 가던 집이 청담동에 있었는데, 인테리어와 써비스가 공주풍으로 와이프와 넘 잘 맛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공주풍 인테리어 덕에 한때 드라마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꽤 오래전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까페 플로르 드 쥬르"는 좋은 찻잎을 써서 제법 근사하게 차를 우려내는 매력도 있었지만, 티팟과 잔 등의 소품을 고급으로 쓰는게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처녀적은 물론 지금도 세간살이 늘이는데 별로 관심없는 와이프가케잌 접시와 티팟이 이쁘다며 브랜드를 알아보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곳 써빙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노리다께" 더군요. "노리타께"는 자국산에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가장갖고 싶은 혼수품1위로 늘 꼽히는 브랜드로 "로열 코펜하겐" 같은 서양 브랜드 보다 훨씬 더 쳐준다고 하네요.당시 그 까페는 사장님이 직접 일본에서 공수해 온 물건들을 사용하고 있었고, 국내에는 갤러리아 명품관 정도에만 소량 입점해 있었습니다.
일본 처녀도 아니면서 "결혼하면 꼭 노리다께 쓸꺼야"라고 다짐하던 와이프는 저와 결혼을 하면서 드뎌 노리다께 식기 셑을 구입하게 됩니다. 그것도 "까페 플로르 드 쥬르"에서 맘에 가장 들어하던디자인을 특별 한정 기획가에...사실 둘이 밥도 잘안해먹으면서 살껀데 양식기 셑을, 그것도 노리다께 처럼 조심해 다루어야 할 도자기를 구입한다는게 쫌 낭비스러웠지만, 어차피 그릇이란게 한번사면 두고두고 평생을 쓸 수 있으니까... 하면서 무리를 했죠.
헌데 문제는... 결혼하고도 차 맛나게 먹겠다고 찻집 찾아다니기도 그렇고해서 티팟과 티셑이 있었음 하는데 구입한 노리다께 셑에는 홍찻잔과 티팟이 아니라 커피 셑이 포함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홍차를 위한 티셑이 필요하게 된거죠.
다행히와이프와 제 생일이 인접해 있었고, 둘다 차를 좋아하니까서로 결혼 첫해생일선물로 걍 티팟을 해주기로 한거죠.말하지만 서로 선물 안받고 그돈으로 티셑을 사자... 뭐 이런 씨나리오였습니다. 그리하야숙원의 노리다께 티셑을 구입하게 되었답니다.
위의 사진이 문제의 노리다께 티셑인데 맨뒤의 큰 녀석이 티팟이고, 기타 찻잔과 거름판 등 부속물입니다. 이중 구색을 맞춘다고 밀크와 설탕 그릇도 같이 샀는데, 차를주로 스트레이트으로 마시는 관계로 장식물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네요.
저녁을 먹고 한가한 시간에조용한 음악(전 조용한 편이라고 틀어도 와이프는 늘 시끄럽다 하지만)을 틀어 놓고 잘 우려낸 차한잔을 하는 여유로운 시간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멋집니다.차는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와 그걸 담는 그릇도 중요하거든요. 어찌보면 다도란게 별거 있나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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