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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Furtwangler 바이로이트 9번에 대하여

by 만술[ME] 2005. 1. 11.
모 싸이트에서 푸르트뱅글러(Furtwler) 소동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만 해도 "음료를 캔에 담아 먹는 것의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타당성" 같은 허무맹랑한주장들을 논증하기 위해 걸핏하면 논쟁에 휘말려 들곤 했지만 (말하자면 이때는 "인정된" 모든 것의 기반에 도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 탓인지 어떠한 논쟁이나 토론에도 끼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사건을통해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까 합니다. 말하자면 이번 소동(?)은 한 분이 푸르트뱅글러의 51년 바이로이트 베토벤 9번 실황녹음에 대한 권위에 대한 폄하를 했고 그에 따라 여러 의견들이 개진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글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명반의 반열에 항상 탑클래스를 장식하는 이 음반이 (지금은 세기의 레코딩이란 뜻의GROC 씨리즈로 발매되어 있습니다) "논어", "군주론", "죄와 벌", "정신분석 입문" 같은 위치는 아닌가란 의문입니다. 대학시절 4학년 학생들을 모아놓고 하던 전공 수업시간에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 본 사람을 조사한 결과 단 두명 밖에 없었는데 (제가 그중 한명이었답니다^^) 이 음반도 어쩐지 명성은 자자하지만 실제 많이 팔리지도 많이 애청되지도 않는 음반은 아닐까요?

헌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푸르트뱅글러의 바이로이트 9번을 들은지 거의 2년이 넘은 것 같더군요. 오히려 42년 베를린 실황이나 루쩨른에서의 마지막실황을 더 자주 들었던 것 같네요. 솔직히 얘기하면 어떤 종류의 푸르트뱅글러 9번이건 1년에 두번이상 듣지도 않은 것 같구요.^^



△지금은 폐반되어버린 42년 베를린 실황과 54년 루쩨른 실황 음반 (Tahra)

이번 소동을 계기로 푸르트뱅글러의 왕팬이라 자처하면서도 그간 신진 음악가들에 심취해서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가란 반성을 하던차에 바이로이트 9번과 관련된 이야기 하나가 생각나 올릴까 합니다. (바이로이트 9번의 녹음과정과 그 후의 일들에 대해서는 많이들 아시니 생략하고...)

푸르트뱅글러의 지인들에 의하면 엄청난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던 푸르트뱅글러였지만 자신의 연주에 대해항상 확신에 차 있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아내인 엘리자베스의 증언에 의하면 51년바이로이트 연주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바이로이트의 9번 교향곡을 끝낸 뒤 연주자실로 들어서는 푸르트뱅글러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아직 방금 지휘를 끝낸 음악에심취되어 있었고 조금은 행복해 보였고 들떠 있었죠.월터 레게가 들어 오자 푸르트뱅글러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그를 바라보곤레게의 반응을 살폈는데 레게의 반응은 "난 당신이 지휘한 더 멋진9번 교향곡을 많이 들었었지..."였답니다. 레게의 이 이야기에 푸르트뱅글러는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아마도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연주중에 있었다고 여긴 것이죠.

그날밤 푸르트뱅글러는 밤새 잠을 못이루었고 다음날 아침 바이로이트로 돌아가 비일란트 바그너에게 어제의 9번 교향곡 연주가 어땠는지를 물었답니다. 바그너는 너무나 훌륭했다고 답했지만 아직 푸르트뱅글러의 마음속에는 확신이 없었죠. 그날 밤 잘츠부르크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푸르트뱅글러는 아내 엘리자베스가 몰던 차를 세우고는 차에서 내려 30분 이상 밤길을 걸으며 생각을 한 끝에 걱정하고 있는 아내에게 돌아와 "좋아, 이제 가두되...모든게 정리되었어"라고 했답니다.

피셔-디스카우에 의하면 마태수난곡 연주중 푸르트뱅글러는 인터미션에 객석의아내에게 찾아가 "너무 부드럽거나 강한 것 같지 않아?"라고 물어본 일도 있답니다. 베를린 필 단원들에 의하면푸르트뱅글러의 카리스마는 리허설중 그가 문 앞에 들어선 그 사실만으로도 단원들의 연주 자체가 달라게 할 정도였고, 자신이 지휘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의속 모습에 이런 연약함도 존재했나 봅니다.

만약 그가 살아 그 싸이트에서 벌어졌던 논쟁 또는 소동을 보았다면 또 밤을 새고, 한두시간은 밤길을 걸어야 했겠지요...^^

MF[ME]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9번 음반에 대한 이야기는 관련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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