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보물섬(Treasure Island)"을 읽었습니다. 20분 남짓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하루 약2개의 챕터씩 읽었는데 오랫만에 다시 접하는 내용이라 처음 읽는 것 처럼 흥미 진진 하더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보물섬"을 제가 읽은적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어찌보면 읽은 것도 같은데 동화책이나 만화 또는 영화로 본 것 말고 실제로 "소설"을 읽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게 있어 "보물섬"의 추억을 준 작품은 소설이나영화 또는 만화 보다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1980년인가 방송되었던 (KBS로 기억합니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TV판 "보물섬"이죠. 원작과는 캐릭터의 성격이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꺽다리 실버(Long John Silver)"를 이 만큼 멋진 바다사나이로 묘사한작품은 없을 듯합니다.실버야 말로모든 해양 모험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에나오는 캐럭터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국내에 발매된 "보물섬" 극장판 (TV판은 안나왔습니다) DVD 표지
스티븐슨의 원작을 읽어 보니 데사무의 실버가 아주 원작과 벗어난 캐릭터는 아닌 듯 합니다. 곳곳에 보여지는 실버와짐과의 관계라든가 다른 해적들을 제압하는카리스마는 원작에도 나와 있죠. 다만, 원작의 경우목표 독자의 나이를 생각해서 이런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고 조금 더 권선징악 쪽으로 흐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쓰여질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한다면오히려 실버는 상당히 포스트모던한 캐릭터였죠.
스티븐슨 자신도 실버에 대한 미련이 있었던지 원작에서도 실버의 입장에서도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묘사합니다. 마지막에 짐이 말하는 플린트(앵무새)의 울음 소리는어쩌면짐이 가지고 있는 성장 모델로서의 실버에 대한 오마쥬일지도 모르죠.
원작의 영어는 비교적 쉽습니다만, 뱃사람들의 대사가 대부분인 관계로 특유의 구어체가 많이 나옵니다.분량도 얇아서 쉬엄 쉬엄 읽어도 잘 넘어가죠. 더구나 교보문고에서는 제가 읽은 Oxford World's Classics 버전의 책들을 저렴하게 특가 판매하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고 저렴하죠.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보물섬"의 옛추억이 겹쳐져 즐거웠습니다. 더구나 스티븐슨의 원작은 문학사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니까 보람도 있고요. 읽는 내내 제 귓가에는 애니메이션에서의 마지막 대사가 맴돌더군요. - "있었어, 나의 실버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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