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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펌)오디오넷 - 중립에 대한 小考

by 만술[ME] 2004. 4. 21.

아래 글은 오디오 동호회인 "하이파이클럽"(www.hificlub.co.kr)에 오준용님이 올리신 글입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오디오에 대한 관점을 잘 정리해 주신 것 같아 이곳에 올립니다. 실제로 제가 오디오넷 앰프를 사용하게 되는데 많은 힘을 주신 글이기도 하죠.

물론, 내용이 오디오넷에 대한 펌프에 있지는 않기 때문에 오디오와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글의 블로그 게재에 대해서는 글을 쓰신 오준용님께 메일을 통해 허락을 받았습니다만 다른곳에 전재하시는 것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글의 원문 링크와 답글들의 링크를 맨 아래 첨가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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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넷 - 중립에 대한 小考

모든 사람들은 중립을 동경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이 중립적인 특징의 한 일면(무색,무맛,무취..)을 접하게 되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삶이 중립적이지 못하며, 무엇보다 인간이 주관적인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런지..

많은 오디오 메이커들이 ‘중립’을 표방하는데, 왜 그렇게 소리들이 전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오디오 역사가 수십년이 되었는데도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재생음악은 영원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나 봅니다. 단지 나름대로, 주관적으로 정의된 또 다른 의미의 중립을 이룩하기 위해서 많은 오디오가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의 오디오 이력은 일천한 편입니다. 처음 오디오 세계에 빠져들었던 것은 1988년 1월인데, 당시 턴테이블(Denon 37F), 스피커(B&W DM220), 인티앰프(YAMAHA)로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인티앰프 시스템을 유지하다 몇 년전에 분리형으로 바꾸면서, 약간의 갈등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값비싼 물건들을 써본 것은 아니었지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몇몇 기기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풀 오디오넷 시스템을 장만하면서 중립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음향에서 중립성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가, 실제 연주장의 느낌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들어본 오디오 중에는 상당한 해상도와 스테레오 이미징으로 듣는 이를 압도하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실제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같은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실내악 같은 경우 아무리 작은 리사이트홀이라 할지라도 오디오만큼 빠짐없이 음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들을 수는 없겠지만 실연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에 위의 조건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말한 실제 연주장에서 듣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특질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볼륨 컨트롤이나, 인위적인 음역을 강조하는 테크닉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재생이 아닌 실연이기 때문에, 또한 실제이고, 실존이므로 당연히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피아노 학원 앞을 지날 때 연주 실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가 치는 피아노 음을 들을 경우, (설령 안좋은 피아노를 미숙한 실력으로 칠 지라도) 우리 귀에는 그 소리가 무척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실제라는 사실만이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일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정체성은 자연스러움입니다. 자연스럽지 않다면 실제와 거리가 먼 것이죠.

우리가 듣는 오디오도 자연스러운 것이 바람직한 오디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 언제부터인지 음악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워 졌습니다. 여기 저기 음이 신경 쓰이고, 분석의 오감장치를 가동하니,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저의 짧은 오디오 구력중 자연스러움이라는 면에서 만족할 만한 조그만 성과가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년여에 걸쳐서 장만한 풀 오디오넷 시스템은 정말 자연스러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최상급 제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오디오넷 제품군의 가격이 저에게 만만치 않지요 ^^) 사운드 스테이징이나, 질감을 따지기 전에 우선적으로 자연스럽다고 할만한 소리입니다. 1년여 전, 처음으로 오디오넷 ART V2를 장만하기 이전에 메리디안 588을 사용하였는데 이전 버전들에 비해서 저역의 개선이 뚜렸했지만 약간의 화장기가 느껴졌었고, 사운드 스테이지면에서 약간 불만족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최근 G08은 크게 개선되었다는데 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ART V2와 비교한다면, 전체적인 음의 아름다움은 메리디안이 나아 보였습니다. 질감이나, 음악의 성부 하나 하나를 아름답게 뽑아주었기 때문이죠. 특히 성악곡에서 아날로그적인 질감묘사는 상당히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여 ART V2로 교체한 후, 중고역의 상쾌함은 정말 시원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사운드 스테이지도 만족할만한 수준이고, 질감 묘사도 두루 능한 상당히 여러 재능을 갖춘 CDP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실 탑로딩 방식의 견고한 만듬새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정도되어서 저는 파워앰프 오디오넷 앰프1을 구입하였습니다. 일단 확 변화한 것은 파워앰프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음악의 본형만을 재생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위, 오버하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상당히 투명하면서도 구동력이 훌륭한 앰프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토템 포레스트를 사용중입니다.)

이렇게 되자 프리에 대한 욕심이 났습니다.(^^) 파워앰프 구입한지 3개월이 되어서 오디오넷 PRE 1 G2를 구입하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변화를 체험하였습니다. 무슨 맹물을 먹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맹물이 정수기 물이 아니라 완전히 맛까지 제거된 증류수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저의 와이프도 “뭐 소리가 밍숭맹숭하네’라고 말했습니다.
중역은 꽉찬 느낌이 들었고, 사운드 스테이지가 썩 넓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소리의 맛이 부족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이 제가 중립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반면에, 좌우 스피커 소리의 위상이 완전히 합쳐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좌우 스피커의 소리가 약간은 따로 놀면서 입체적인 사운드 스테이지가 느껴졌는데, 이제는 입체적인 면이 약간 줄면서 좌우의 음상이 완전히 합쳐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일을 더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한마디 합니다. “이것 듣다가 예전 것 들으면 좀 피곤할 것 같아” 저도 그 말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이 얘기가 해상도를 죽이고 듣기 편안하게 만든 소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해상도도 기본적인 수준급 이상입니다. 저역의 윤곽도 훌륭하고, 흡사 진공관 프리앰프의 냄새도 약간 납니다. 이전의 ART V2 CDP만 가지고는 상상이 잘 안가는 소리입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프리가 가장 큰 소리의 변화를 안겨준 셈입니다. 이렇게 되자, 오디오넷으로 완성을 하고 싶어서 더 욕심을 내어 프리에 대한 DC전원 서플라이(제품명 : 오디오넷 EPS) 마저 구입하였습니다. 그러자 소리의 안정성이 더욱 확보가 되었습니다. 여린 음을 어느 정도 고음량으로 들었을 경우, 확실히 안정적입니다. (단, EPS에 파워코드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펑퍼짐하고 부드러운 경향의 파워코드를 과용시에는 accuracy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민감하더군요.)

위의 오디오넷 시스템이 중립은 아니더라도 중립에 가까운 음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듭니다. 처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것을 보면, 오랫동안 자극적인 소리에 익숙해져 온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디오넷은 음의 질감과 오디오적 팩터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훌륭한 메이커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서 말한 시스템의 특성 때문에, 케이블 교체시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시스템은 색깔이 없으니, 다른 것으로 색깔과 맛을 조절해야 한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음의 경로인 케이블이 말 그대로 양념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 이 부분이 약간 피곤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최종적인 사운드 완성의 과정이라면 즐길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중립과 오디오넷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 오디오넷 업그레이드기가 된 것 같은데, 풀 오디오넷 시스템을 들어보지 못하신 분께는 한번 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골드문트 같은 브랜드는 풀 시스템을 권장하는데, 오디오넷 역시 풀 시스템에서 매우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기존의 ART V2 CDP만 운용할 때와는 다르게 질감까지 처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프리를 구입하러 ?乍 갔을 때 오디오넷 풀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시스템과 저의 시스템은 약간 다른 소리입니다.(스피커 특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디오넷이 가는 길은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한 ‘그것’이죠. 자극이 없는, 그러면서도 투명한 무색 무취의 음.. 그러면서도 현대오디오의 특질을 두루 겸비한 음.. 이것이 오디오넷 사운드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펌프성 글로 이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판단은 각자 개인이 하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언젠가 다시 기기를 바꾸겠지요. 저의 기기들이 저의 분수(?)에는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자극을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

P.S 예전에 프리에 몇백 투자하는 사람들 보면 약간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는데 제가 그렇게 될 줄이야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꺼이 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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