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를 것들은 많지만 시간이 없어서 (라고 말하지만 돈도 없어요) 못지르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는 쇼핑할 시간이 없는게 아니고 지르고 나서 향유할 시간을 말합니다.
제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취미는 음악과 독서인데 (이 얼마나 고색창연한 현모양처 스타일의 취미인가!) 둘다 제법 시간을 잡아먹고, 집중해야 하는지라 자칫하다가는 지름이 향유를 못따라가는 형국입니다. 이와중에 음반들 나와주고, 읽고 싶은 책들 나오고 더구나 세일까지 하면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 남들이 보기에 환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조금 호사스런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들을 음악, 읽을 책은 많은데 시간이 정말 없더군요. 두가지 다 무엇인가와 함께 병행할 수 없고, 둘다 시간을 잡아먹는 취미거든요. 음반 한 장을 들으려면 최소 한시간을 집중해야 하고, 책은 말할 것도 없죠. 새로 나와 위시리스트에 올린책들도 많은데 책장에 보면 읽은지 제법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제법 많더군요.
아무튼 지르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것들입니다.
1. 브루노 발터 에디션 (Bruno Walter the Edition)
완벽한 콜렉션은 아니고 그냥 주요 레파토리를 묶어 놓은 것이지만 탐나는 품목임은 틀림없습니다. 저는 성음에서 라이센스로 발매하던 DG, Decca, Philips 레이블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뒤늦게 지구레코드에서 RCA, Colombia의 음반을 라이센스로 (물론 전에도 나왔지만 정말 드믈었죠) 내면서 발터를 본격적으로 접했습니다. 그의 컬럼비아 심포니와의 베토벤 교향곡들, 모차르트 교향곡들이 그것이죠. 당시 반복구 없이 낙관적으로 연주하던 베토벤 5번 등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오랜만에 그의 콜롬비아 시절 연주를 듣고파 집니다.
이 구성은 이미 라이센스로 나와 있습니다. 박스형태는 LP사이즈로 (쓸데없이) 재현한 수입반에 비해 더 좋은데, 라이센스로 구해야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더군요. 라이센스는 오리지널 자켓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 오리지널이 흔히 말하듯 LP를 말하는게 아니고 CD시절 나왔던 Sony의 Edition의 자켓을 의미하는 듯하기에 꼭 자켓 때문이라면 라이센스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이번 수입 박스도 어찌되었건 LP재현이나 CD재현은 아니지만 밍숭맹숭한 스타일이 아니고 매번 발터의 다른 이미지를 이용해서 새로 자켓을 만들었거든요.
원래는 수입반이 국내반 보다 싼 상황이었는데, 요번에 국내반의 가격이 조금 내려간 듯합니다.
2. 아바도 심포니 콜렉션
음반이 몇천장인지 셀수 없는 상황임에도 생각보다 아바도의 음반들이 많지 않고, 구성도 전곡보다는 드믄드문 있더군요. 이 기회에 한방으로 어느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지를까 고민중입니다. 구성이나 내용을 보자면 아바도 음반이 별로 없으면 안전한 선택이죠.
3. 불레즈 작품집
전 노력은 하지만 아무래도 현대음악은 잘 안듣습니다. 들어도 잘모르구요. 오히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박스입니다. 불레즈가 직접 선택한 음반으로 13장을 채웠습니다.
4. 브리튼 전집
무려 65장짜리 나름 럭셔리한 박스입니다. 브리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음반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가져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박스죠. 이 기회에 브리튼이나 들어보자 뭐 이런거?
5. 봄여름가을겨울 - 앤솔로지
이미 다른 포스팅에서 베스트음반을 소개해드렸지만 이렇게 박스로 나왔고, 라이브 앨범도 포함되어 있어 안지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은 거의 이들의 음악을 안듣는다는게 함정인데, 이번에 못사면 절판되고 못구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클래식쪽이야 대충 몇 년 주기로 더싸고 허름하게 박스로 나와주지만 가요쪽은 기대하기 힘들 듯.
6. 은하영웅전설
저는 삼국지를 읽고, 대망을 읽고 자랐습니다. 당시 친척 누군가 한명쯤은 (못나서) 출판사에 들어가 영업을 하고, 그때 팔아먹는 책이 삼국지, 대망, 라이프 시리즈 뭐 대충 이랬죠. 인근에 사시는 고모님 댁에는 라이프 시리즈들이 있었고 (덕분에 2차대전사 같은건 엄청 볼 수 있겄죠) 저희집은 삼국지와 대망이 있었습니다. 은영전은 삼국지에 대한 열망이 없어진지 한참 된 시절에 국내에 나왔기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주인공들 이름과 대충의 성격 정도가 전부입니다. (솔직히 멋만 잔뜩 부린 독일식 이름들 보면 유치하죠.)
보기에 그냥 삼국지를 우주로 옮겨 놓은류 인듯한데 과연 15권씩이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을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3~5권이면 도전해볼만한데) 그냥 교보에서 반값세일이 예정되어 있어 땡긴다고나 할까요.
7. 비엔나 1900년
미술, 음악, 건축, 문학 등 어느 분야건 문화쪽에 관심이 있다면 비엔나 1900년이라는 제목만 가지고도 충분히 어필할만 합니다. 다만 가격이 그냥 지르기에는 부담이 되고 무게가 1.6Kg에 책크기나 두께가 들고 다니며 보기는 좋지 않아 집중적으로 읽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기는 합니다. 나중에 정가제 풀려도 많이 싸지지는 않을 듯해서 조만간 읽게 될 것 같기는 합니다.
이중에 제가 언제 어떤 것을 지르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볼 때 "비엔나 1900년"을 제외하고 제 입장에서 MUST아이템은 아닌듯하긴 하네요.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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