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어린이날이 겹쳐 토,일 양일간 주말 나들이를 했습니다. 시우나 가빈이 정도의 나이인 경우 가족여행지를 가격이 비싼 장소로 선택할 수록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비싸고 화려하고 큰 곳에 가면 좋기야 하지만 막상 체류시간, 그리고 즐긴 정도를 생각하면 돈값을 못한다는 생각이죠. 예를들어 에버랜드 같은 곳에 주말에 가면 우리애들도 비싼 에버랜드 다녀왔다는 증명사진을 남기는데야 좋겠지만 어린 아이들이 탈만한 것도 별로 없고, 탈 수 있다해도 줄서고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끔찍하죠. 애들에게도 백과사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브리태니커 사주는 격이랄까요?
평일 박물관 등을 돌아다녀 보면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에서 “현장학습”으로 단체 관람을 온 것을 보게 되는데 관람 스타일을 보면 그냥 아이들 부모 보여주려고 “증명사진” 찍는게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야 돈벌자고 하는 일이니 수박 겉핥기식으로 지나갈 수 있다고 해도 부모와 동반하는 경우에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견학시키는 것은 마음에 안들더군요.
때문에 저희는 저렴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시우나 가빈이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호합니다. 그 정도 나이의 아이들은 (어른도 다를 바 없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와 느낌을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놀이공원으로 따지면 에버랜드나 서울대공원이나 효과면에서는 비슷하다는 거고, 효율에서는 서울대공원이 우수하다는거죠.
월초에 다녀온 포천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의 경우도 오전에 도착해 오후내내 있으면서 세 번의 공연을 관람하고 박물관내외부도 세밀하게 돌아봤습니다. 남들은 그냥 15분정도 훑고 지나가는 소규모 박물관이지만 저와 시우는 한시간 이상 관람했음에도 시간 부족(공연시간)으로 2/3 정도만 본 것 같습니다. (물론 시우가 연못에서 물고기 구경에 너무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박물관에 늦게 들어간 이유가 크죠)
지난 어린이날을 맞아서는 토, 일 양일간 어린이 생태미술체험관과 철도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생태미술 체험관의 경우 소규모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관람객이 사실상 거의 없어서 (전시공간의 규모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관람객이 없는게 당연합니다) 관람, 체험은 물론 인근의 공원과 연결되는 정원을 거의 가족 정원으로 사용해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었고, 철도박물관은 의왕시의 축제공간중 하나였기 때문에 조금 복잡했지만 다른 축제장소에 사람이 몰린 관계로 사람에 치인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무료체험 행사들이 제법 많았는데 유료행사로 바뀐 것은 좀 아쉽더군요.
저희 가족의 이런 느긋한 관람은 부모와 아이들간의 코드가 맞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철도박물관에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포인트가 있어 앉아서 지나가는 열차를 볼 수 있는데 저와 시우는 거기 앉아 40분 가량을 열차 지나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빈이는 엄마랑 자기 하고픈 걸 하고 있었죠) 저희가 그러는 동안 열가족 이상이 왔다가 잠시 앉아 열차 기나가는 것 한두대 보다가 가고를 반복했죠. 저희 가족은 그냥 이렇게 느긋한게 코드에 맞고 그래서 빡빡한 일정에 많은 장소를 섭렵하는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합니다.
관람도 다양하게 많이 보는 것보다는 한 장소에서 그리고 그 장소가 넓은 경우, 전부보다는 몇 개의 관심 있는 쪽에 집중에서 길게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런 관람 방식이 사람 많은 장소에서는 어딘지 흐름에 방해되는 것 같아서 가능하면 사람 없는 장소를 선호하게 되죠.
사진도 찍는 것도 비슷합니다. 가능하면 어디 줄서서 찍어야 되는 장소는 피하고 아이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사진 찍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사진찍으려고 아이들 스트레스 받게 하는 부모들이 많이 보이던데 취향 나름이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하는 곳이면 흐름에 방해가 되는 경우 사진을 찍지 않고 (이번 기차박물관에서도 증기기관차 전면 모형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사진찍는데 방해될까봐 비켜주느라 관람을 못하거나 말거나 한가족이 전체 가족사진, 애안고 찍는 사진, 아이들만 찍는 사진 등 다양한 조합의 사진을 그것도 잘안나왔는지 한번더를 외쳐가며 주구장창 찍는 가족을 봤습니다) 특별히 사진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DSLR도 들고가지 않고 저는 아이폰으로 와이프는 똑딱이로 찍습니다.
그냥 이것만 명심하면 답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그곳에 간 목적이 무엇이냐? 나들이나 여행의 목적이 아이들과 놀고 즐겁기 위해서였다면 그냥 그것을 위해서 다른 것을 희생합니다. 사진을 남겨야 겠다는 강박관념, 돈 내고 들어왔으니 모든 곳을 둘러봐서 본전 뽑아야 한다는 생각, 애들 두뇌 또는 감성에 무엇인가 주입해야 한다는 생각...
그냥 저희 가족은 이러고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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