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예술 - 공연357 [음악]첫 음반, 첫 사랑 (1) - 쇼팽 왈츠 모음집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 RCA) 인생사에서 첫 만남이 첫사랑이 되기도 힘들고, 첫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음반과의 인연은 의외로 첫 음반의 경험으로 어떤 곡이나 연주자를 좋아해서 그 취향이 이어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 시리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제가 처음 들은 음반 덕에 그 곡을 좋아하게 된 경험을 늘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어떤 곡을 좋아하게 된 첫 음반이 아니라, 제가 그 곡을 들은 첫 음반이 동시에 그 곡을 좋아하게 한 음반인 경우에 한정하기에 제 음악감상의 연식 때문에 대부분은 LP 및 그 LP의 복각에 대한 소개가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음반은 제가 쇼팽의 왈츠를 지금까지도 자주 듣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루빈스타인의 두 번째 녹음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은 1981년에 지구레.. 2024. 12. 27. [음악]세르지우 첼리비다케 브루크너 교향곡 박스 (3~9번 외) 2024년 안톤 브루크너 탄생 200년을 기념하여 나온 음반들 중에 가장 회자되는 것은, 첫째가 브루크너의 음악이라고 할 때 첫 손에 꼽히는 비인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교향곡 전곡 박스로 줄리니, 카라얀, 마젤, 아바도 등의 지휘자가 녹음한 것을 묶은 음반일 것입니다. 나름 탐나는 구성이었는데 박스에 포함된 연주 중 좋아하는 지휘자들의 연주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음반이고, 음반 소비는 경제적 공간적 제약으로 수년 전부터 타이달에 의존하기로 한 터라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회자되는 음반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 교향곡 등을 모은 박스인데, 2011년 발매된 기존 박스의 재발매이기는 하지만, SACD 하이브리드로 발매하면서 SACD레이어를 위한 리마스터링을 다시 했고 더구나 AI를 이용한 보정도.. 2024. 11. 29. [음악]패키징이 호화로운 음반들 박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음원이 다양한 패키징으로 나왔던 이야기를 했었던 김에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에 패키징이 고급스럽고 호화로왔던 음반 몇 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소개할까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조금 더 나은 박스] 종이슬리브를 통해 원가절감을 하기 이전인 80~90년대 일반적인 박스는 적당한 두께의 아웃케이스에 담긴 주얼케이스에 음반을 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중 아웃케이스의 종이질을 업그레이드하고 두껍게 하면 더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필립스에서 이란 이름으로 발매한 21장짜리 세트였습니다. 이 세트는 아래 사진처럼 21장을 몇 권으로 나누어 각각 두꺼운 종이 아웃케이스를 제공했죠. [책자형 음반 패키지] 뭔가 기념하거나 설명할 이야기가 많은 경우에 많이 쓰는 방법.. 2024. 11. 18. [음악]예당 클래식스 100 (aka 러시아 클래식 100선) 예당 클래식스 100 박스(저는 최후의 염가버전으로 구입했습니다)를 구입한지 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체계적으로 듣지 않고 몇몇 음반들만 골라서 들은지라, 작년 말부터 시간을 내서 순서대로 100장의 음반을 모두 들어왔고 얼마전 끝을 본 김에 이 음반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만 없다면) 여행지로 쉽게 갈 수 있고 저도 곳곳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소련 시절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저편의 수수께끼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그곳의 예술가들이 어쩌다 한 번씩 서방을 방문해 충격을 주면 신비로운 예술의 보고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음악 분야에서도 호로비츠, 리히테르,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등 그 사례가 많았죠. 물론 이렇게 계속해서 러시아의 숨겨진 보물 타.. 2024. 11. 14. [미술]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출간물 PDF 서비스 소개 베스트셀러인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더 친숙해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공공기관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물론 상설전 무료관람에 때때로 기획전도 무료로 개방하는 국립 중앙박물관도 훌륭합니다만, 메트 미술관의 서비스는 한 차원을 넘어선 느낌입니다.첫째로 를 통해 50만점에 육박하는 미술관의 전시품 이미지를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 이미지를 자유롭게 다운로드하거나 사용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습니다.둘째로 1,700권에 이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출판물을 PDF로 무료 다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운 받을 수 있는 출판물에는 서적, 전시도록, 정간물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에반스와 윅솜이 편집한 같은 비잔.. 2024. 11. 8. [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11월) 재미 삼아 진행하는 음악 듣기 프로젝트들 덕에 그 프로젝트 외에 듣는 음반의 숫자가 현저히 줄은 관계로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많지가 않습니다. 첫 음반은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인 (이런 멋진 한자어로 제목을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이제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의 재즈 버전 때문에 가을이면 즐겨 듣게 되는 캐넌볼 애덜리(라고 쓰고 마일스 데이비스라고 읽는)의 입니다. (Autumn Leaves)을 재즈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은 많지만 아마 캐넌볼 애덜리의 이 음반의 버전 보다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버전은 없을 듯합니다. 워낙 유명한 음반이고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명반인지라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족일 뿐이죠. 낮이라면 가을과 어울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 밤이라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2024. 11. 7. [미술]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Vespucci)에 관련된 추억 슈베르트의 에 대한 글을 쓰면서 비더마이어 시대의 젊은 청년들만 에 울고 웃고 하지는 않았고 역사 이래 수 없이 많은 또는 이 있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의 선배인 르네상스 시대의 보티첼리도 당대 최고의 미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에 대한 관념적 사랑을 불태웠고, 결국은 그녀의 발치에 묻히기를 희망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유명한 나 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보티첼리가 이상화한 시모네타가 등장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요. 저도 어릴 적 악타이온과의 에피소드에 반해 보티첼리의 시모네타 보다 더한 인 아르테미스에 대한 사랑을 품었고 이라는 습작 단편까지 쓴 적이 있습니다. 현대의 젊은 가수나 배우들이 로 불리는 것도 이런 풍부한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통일 겁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2024. 10. 23. [음악]모차르트 오페라 <미트리다테(Mitridate)>에 대한 이야기 (영상물 및 음반) [들어가는 말 - 불멸의 오페라 프로젝트] 전에 언급한 바 있지만, 캐나다로 이민 가는 동료의 책장 정리의 일환으로 박종호 선생의 1, 2권을 얻게 되었고, 내친 김에 그 책에 나온 오페라들을 체계적으로 들어보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지만 꾸준히 진행해서 2015년 시작한 프로젝트가 이제는 2권 중반인 모차르트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와중에 는 3권이 나왔고, 그리고는 전권이 절판되어 언젠가는 새롭게 개정판을 내겠다는 박종호 선생의 호기로운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지부진한 것 같지만, 제 게으름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 제 취미생활이 오페라 듣기만도 아닌지라 프로젝트에 투자할 시간이 만만치 않고, 오페라라는 것이 짧으면 두 시간, 길.. 2024. 10. 17. [음악]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및 그 음반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슈베르트의 세 개의 연가곡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 슈베르트의 세개의 연가곡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들으며 LP를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세 연가곡을 묶음으로 구할 수 있는 음반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DG박스와 헤르만 프라이의 필립스 박스가 전부였는데, 당연히 누구나 추천하는 음반은 피셔-디스카우의 음반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약간은 반골기질이 있었고, 오페라, 가곡을 통해 두 가수의 노래는 이미 접했던 터라 따뜻하고 친축한 프라이의 음성에 더 끌렸습니다. 남들이 다 추천하는 피셔-디스카우가 아닌 나만의 프라이를 듣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프라이의 슈베르트 유명 가곡을 모은 LP를 만족하며 들었던 것도 한몫을 했죠. 서교동에 살았기에 가장 보편적인 음.. 2024. 9. 27. [음악]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24-25 시즌 개막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24-25 시즌이 어제 (현지 9/23) 시즌 프리미어 공연인 테조리의 를 시작으로 개막했습니다. 아울러 주요 공연 실황 오디오를 무료로 스트리밍 해주는 서비스도 어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개시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메리 조 히스의 은퇴로 데브라 류 하더가 윌리엄 버거와 호흡을 맞춘 지 제법 오래되었는데, 목소리는 비슷한 톤이면서 좀 더 발음을 알아듣기 편해서 좋습니다. 레퍼토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메트답게 이번 시즌에도 늘 보던 공연과 새로운 프로덕션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덕션은 우선 개막공연으로 상연된 테조리의 인데, 조지 브랜트의 동명 희곡을 브랜트 자신이 리브레토로 개작한 내용으로 F-16 전투기 파일럿이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리퍼 드론을 조종하게.. 2024. 9. 25. [미술]<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의 인기에 편승한 뭉크와 관련 약간의 사담 [2024.09.11 update] [2024.09.11 update] 아래 원문에서 와이프의 취향 때문에 전시를 볼 것 같지 않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와이프의 변심은 아마 자신이 앞으로 노르웨이에 가게 될 일은 거의 없으니 그래도 이번 기회에 가보기는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의 구성은 극소수의 뭉크 미술관 소장품에 세계 각지의 컬렉션(상당수 개인 컬렉션)을 모아 140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대다수는 판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유화는 정말 극소수) 뭉크가 워낙 같은 주제를 반복적으로 작업해 왔기에 같은 작품이 상당수입니다. 판화라 해도 채색 등의 방법으로 다양성을 추구했기에 작품에 따라서는 이런 다양성을 체감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만,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 2024. 9. 11. [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08월) 제목에 년/월을 특정했지만, 특정한 달에 즐겨들은 음반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올린 이후 몇 달의 기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난번 올린 후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놀면서 열심히 음악을 들은 결과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 음반은 (수개월 이상 들어보고 올리는 이 글의 성향과 달리) 따끈 따끈한 신보입니다. 지난 23~24 시즌 메트에서 스핀오프 버전인 듯한 캐리 크락넬의 새로운 프로덕션 으로 데뷔한 (최근에 VOD로도 올라왔습니다) 아이굴 아크메시나의 데카 데뷔 앨범입니다. 장기인 을 시작으로 , , , 등의 아리아를 담고 있습니다. 완벽한 메조라기보다는 낮춰 부르는 소프라노에 가까운 음색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아직 나이가 있는 만큼 완성형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 2024. 8. 5. 이전 1 2 3 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