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2일(금)에 있었던 미끌로스 페레니와 안드라스 시프의 수퍼 듀오 콘서트와 24일(일)의 시프 독주회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연주회 후기를 올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올리는 순간에는 어차피 과거의 재현될 수 없는 추억일 뿐이고, (제가 좋았다고 한들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 연주회를 갈 수도 없는 일이죠) 또한 음반 감상과는 다르게 연주회 감상은 좀더 "참여"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라객관적이 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함께 간 사람들과는 가끔 분석적인 토론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건 연주회의 감흥을 더욱 돋구기 위한 수단일 뿐 대부분의 연주회는 그냥 그 순간의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죠. 아무튼 양일간 올 상반기 가장 기대 되었던 연주회중 둘을 다녀왔습니다.
[미끌로스 페레니와 안드라스 시프의 수퍼 듀오 콘서트]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22
Ludwig van Beethoven
Sonata for cello & piano No.2 in G minor, Op.5 No.2
Sonata for cello & piano No.4 in C major, Op.102 No.1
***
12 Variations in F major on ‘Ein Madchen Oder Weibchen’ from , Op.66
Sonata for cello & piano No.3 in A major, Op.69
앵콜곡은 제 기억이 맞다면 멘델스존의 "무언가", 베토벤 "마술피리" 변주곡 WoO 46, 쇼팽의 첼로 소나타 3악장을 연주했습니다.관객이 만석은 아니었기에 더욱즐거운 연주회였습니다. (시프 독주회 때는 관객이 많아서인지 매너들이 좀 별로였죠.) 첼로와 피아노가 어떻하면 최고의 화음을 만들어낼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연주회였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그들의 (연주회와 같은 프로그램+알파의) 베토벤 음반을처음 들을 때 신선한 해석과 호흡에 첫곡 부터 시종일관 경탄을 금치 못했는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여러 연주회장에서연주한 레파토리인 만큼) 그 이상의 감동을들려주었습니다. 음반 내지 해설에서 언급된 대로 연주를 들으면서 어느 순간 시프와 페레니가 차례로 사라지고 베토벤만 남더니 (정말 베토벤은 위대합니다!) 이어서 베토벤도 사라지고 그냥 "음악"만 남더군요. 음악과 직접 대면할 수 있었던정말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연주회장이 좀 작았다면 음향적으로도 완벽했을텐데 그점은 좀 아쉽더군요.
[안드라스 시프 독주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25
J. S. Bach
French Suite No.5 in G major BWV816
Italian Concerto BWV971
Partita No.2 in C minor BWV826
***
Robert Schumann
Fantasia in C major, Op.17
Ludwig van Beethoven
Sonata for piano No.21 in C major, Op.53 “Waldstein”
앵콜곡은 슈만 아라베스크, 슈베르트 헝가리안 멜로디, 파르티타 1번을 연주했습니다. 1부는 바흐의 곡들로 편성되어 논 페달링으로 연주했는데, 발을 안쓸꺼면 티켓 값 좀 깍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물론 농담입니다^^) 손만으로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음색과 선율들의 명확한 대비가 입을 다물수 없게 만들더군요. (물론 바보 같아 보일까봐 실제로는 입을 벌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관객들은 좀 저를 짜증나게 만들었는데 이탈리안 콘쩨르토와 파르티타 2번 끝에 보여주었던 안다 박수를 넘어서는 마지막 음과 함께 터지던 박수는 안타까울 지경이었죠.
전반부의 바흐로 관객의 혼이 빠지게 만들었던 시프는 2부의 슈만으로 더이상 몸을 가눌수 없을 지경까지 만들더군요.사실 좋아하는 곡도 아니고연주하기나 이해하기 쉬운곡은 아니었음에도슈만의 "환상의 세계"를 멜로디와 화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만들더군요. 시프가 안내하는 슈만의 궤적을 따라 방황하다 보니 어느덧 곡이 끝나버렸다고나 할까요? 다만 1악장 종반에 터진 핸드폰 소리와 종악장마지막의 여운을 즐기지 못하게 터진소음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아무튼 안다 박수 치는 분들도 슈만이 끝나고 나서는 아무소리도 못내더군요. 저도 시프가 피아노에서 몸을 움직이고 나서야 긴장을 풀고 "휴우~"하는 탄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발트슈타인"은 슈만으로 워낙 정신이 없어진 통에 듣기는 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주였습니다. 물론 제가 기대하는 파워의 측면에서는 좀 해석을 달리했지만 다채로운 음색과 템포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란 측면에서는 정말 멋진 연주였습니다. 앵콜곡들도 모두 훌륭했습니다.
늦은 밤 돌아오는 차안에서 연주회 준비하느라 아이팟에 넣어둔 그들의 음반들을 들으며 다시금 행복해졌습니다. 두 연주회 모두 제게 음악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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