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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아발론 - 그섬에 가고 싶다

by 만술[ME] 2004. 3. 8.
정말 오래전에 다른 동호회에 썼던 글인데 영화쪽 새로운 글이 없어 올려봅니다.


예전에 “맥놀리아”를 회사 동료에게 추천해서 칭찬을 받은 총애를 등에 업고 “맥놀리아”정도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것도 괜챦겠지 하는 마음에 “아발론”을 추천했었 답니다. 헌데…결과는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그 동료집에 가정불화(왜 이런 비됴 빌려왔냐…^^)까지…

해서 얼마전 “아발론”이 왜 잘만들어졌고 재미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한 강의 아닌 강의를 점심시간에 했던 바, 까짓거 내친김에 대충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고자 하니 이 영화에 대해 더욱 정통하신 분들의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 영화가 “공각기동대”라는 꽤 재미있고 히트도 친 애니매이션을 만들었던 오시이 마모루가 만든 영화인 것은 잘들 아실 것이고… 그 “공각기동대”에서 제기 했던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이번엔 게임이란 형식을 빌어 제기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찌보면 “매트릭스”가 같은 문제를 화려한 영상과 특수효과로 표현했다면, “아발론”은 암울한 색상과 침묵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발론”을 설명하자면 어쩔 수 없이 줄거리에 대해 언급해야 합니다. 어거 제가 영화평이나 영화소개 프로그램 보면서 가장 짜증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아발론”은 어쩔 수 없네요. 영화 줄거리 알려주면 도저히 못본다는 분들은 먼저 보시고 이 글 읽으시고… 암튼, 가능한 줄거리를 최소한만 이야기 하면서 진행해 보겠습니다.

“아발론”은 세가지 색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그 색에 따른 공간적 배경이 다르고요. 우선 그레이색상으로 표현되는 현실세계입니다. 헌데 이 현실은 전혀 현실 같지가 않습니다. 폴랜드 특유의 암울한 분위기에 주요등장인물을 제외한 인물들은 모두 “배경”입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인공 “애쉬”에겐 그녀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냥 회색빛 죽어버린 공간 이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죠. 이 세계에서 실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개 이외에는 없는 듯합니다. 또한 그 현실에서 그녀가 의미를 두고 하는 일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개에게 먹이는 일 뿐이죠. 그녀는 식당에서 음식 조차 먹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현실은 사실상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죠.

두번째 세계는 그녀가 게임을 통해 들어가는 세계, 바로 “클래스A”의 세계입니다. 이 세계는 엘로우 스케일로 처리됩니다. 흑백은 흑백이되 노란색 흑백이죠.(유식하게 모노톤이라 합니다^^) 헌데 이 세계는 주인공 애쉬에게는 진짜세계입니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파괴됩니다. 오직 그 사물들이 파괴될 때 파괴되는 모양이 인공적인점, 그리고 알고보면 입체로, 그래서 현실로 보이던 그 대상들이 2차원의 3차원 흉내를 낸 착시효과의 부산물에 다름아니란 것만 비현실성을 내포하지만, 그건 영화를 보는 사람의 관점이지 애쉬의 관점에선 2차원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환상을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이 없었던 것과 같은 것이죠. 우리는 한 준거틀에서 차원이 다른 준거틀의 사물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서 애쉬는 최고의 전사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겐 바로 그런 “애쉬”(이건 "만술" 처럼 실명이 아닌 하나의 아이디에 불과합니다.)가 그녀의 실체죠.

세번째 세계… 비숍의 안내로 과감하게 클래스A를 클리어하고 도달한 클래스 SA의 세계는 총천연색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애쉬가 느꼈던 당혹감은 바로 관객들(저는 그랬습니다)도 느낍니다. 그간 답답하리만큼 모노톤으로 진행되던 화면이 갑자기 총천연색으로 바뀌니까요. 동시에 그 세계는 일상적인 소음들, 생동적인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는 진짜 같은 세계입니다. 애쉬와 마찬가지로 관객들은 “엑스텐시스”(정말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빌려보세요 )에서 경험했던 것 처럼 “혹시 그동안의 세계가 게임속의 환상이고 이것이 진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그런 의심은 애쉬가 머피에게 음악회장 앞에서 방아쇠를 당기고…머피가 순식간에 부서져 버리기 까지 지속되죠. 암튼 머피가 애쉬에게 건넨 말처럼 클래스SA는 현실보다 더 현실스러운, 그래서 계속 남아 있고 싶고 또 보고 싶은대로의 현실입니다. 비록 게이머의 육신은 온몸이 촉수에 감겨 배양액 속에 담겨져 있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뇌사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지만…

비숍에 의하면 이 마지막 세계를 빠져 나가는 길은 다른 미귀환자를 처리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클래스A를 클리어 할 때처럼 다시 고스트가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천사의 모습을 했지만 악마보다 더 무서운 유혹의 미소를 애쉬에게 보냅니다. 마치 니가 이처럼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허상을 뒤로하고 그 암울하고 보잘 것 없는 현실로 돌아갈 용기가 있냐고 묻는 듯이… 고스트의 미소… 매트릭스의 많은 대사들 보다 한번에 많은 것을 함축하면서 더 몸에 소름을 돋게하는 바로 그런 미소죠. 애쉬의 선택이요? 애쉬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죠. 그리고 나오는 마지막 자막… “Welcome to Avalon”... 여러분도 이제 아발론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MF[ME]

*내일은 보다 자세한 분석을 담은 제2편 "아발론 - 두번째 생각"이 이어집니다. 2편에서는 예전 "출발 비디오여행"의 "왜?" 코너의 형식을 빌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하게 됩니다.

①왜 "Welcome to Avalon"인가?
②왜 애쉬의 애완견이 클래스 리얼의 아발론 포스터에 등장하는가?
③왜 현실은 회색으로 표현되는가?
④왜 고스트를 통해 다음 세계로 진행하는가?
⑤왜 세가지 언어가 등장하는가?
⑥왜 아발론에 대한 책은 비어 있는가?

*2007년 8월 영화 트레일러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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