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느정도 지겨워진 실용오디오 논쟁이 몇몇 싸이트에서 다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늘 음악을 소리보다 앞에 놓아왔기에 (다른 의미에서) 실용적 오디오를 추구해 왔는데 논쟁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보면 꼭 이래야 할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싸이트가 있음에도 다른 싸이트에서 논쟁을 주도하시는데 때로는 정보의 제공보다는 동어반복, 남의 글 꼬투리 잡기 처럼 보여 보기에 안스럽게 까지 합니다. ("진실"을 알고 있는데 남들이 몰라줄때의 심정은 이해합니다^^)
실용오디오를 추구하시는 분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①각기 다른 스피커의 소리는감지할 수 있다.
②진공관 앰프의 차이점 역시감지할 수 있다.
③제대로 만들어진 CDP나 TR앰프의 경우라면 그 차이를 유의미 하게 감지할 수 없거나 극히 미미하여 의미가 없다.
④또한 매칭, 구동력 등에 따라 어떤 앰프는 어떤 스피커를 구동 못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대부분 헛소리며흔히 울리기 어렵다는 스피커도 AV리시버로 잘울리며, 실제 AV리시버면 앰프로서는 충분하다.
⑤하이엔드 오디오의 가치는 롤렉스나 오메가 시계가 더 정확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 듯, 소리가 더 좋거나 음악을 더 잘 재생하는데서 찾아서는 안된다.
뭐 이정도 되겠네요. 물론, 실용오디오의 입장에서는 제대로된 전기줄이면 케이블에 따른 차이도 없다고 하죠. 또한 가장 강력한 테스트 방법으로 잘 통제된 블라인드 테스트를 이용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 블라인드 테스트에 의하면 최고급 TR앰프와 값싼 AV앰프와의 차이는구분할 수 없다는게 정답이라 합니다.
항상 이런 논쟁은 경험과 과학적(이라 주장되는) 방법에 의한 테스트 결과의주장과 반박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니귀는막귀라 아무거나 들어도 되니좋겠다, 넌 박쥐귀냐 사람의 가청 주파수 밖의 소리가 재생된다고 소리가 좋아진다고 하게... 뭐 그런 소리도 나오죠.^^
전 그냥 나는 (가격도 알고 제품명도 알고 빤히 오디오를 보면서 들으니) 다르게 들리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는 안해봤고, 제대로할 자신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사회학과 물리학을 더블 메이저로졸업한 특이한 케이스랍니다) 양측에서 내세우는 전자, 전기공학 이론들과 실험결과들을 보면 까막눈이 된 것 같아 이론적으로도 그냥 관심 있는 정도가 끝이죠. 따라서 이어지는 글은 전혀 다른 견해에서 실용오디오론에 대한 불평(이 정도가 적당한 수준의 논의죠^^)을 해볼가 합니다.
최근재미 있는 그림을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래 보이는 그림이죠.
윗 그림에 (A)와 (B)가 쓰여진 바탕색이 어떻게 보이시나요? 보통은 (A)의 바탕색을 (B)의 바탕색 보다 어두운 색이라고 인지합니다. 당연하다고요? 아래그림을 보시죠.
그냥 아무것도 안건드리고, 그림판 프로그램에서 (B)만 따서 (A)위로 옮겼습니다. 이제 어떤가요? (A)와 (B)가 아직도 다르게 보이시나요? 놀랍게도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에서 앞 그림(제가 (B)를 떼어내지 않은)을 불러서 RGB값을 체크해 보면눈에는 분명히 전혀 다른 색인데도 불구하고같은 RGB값을 표시합니다.
위 그림의 Checker-shadow illusion의 하나라고 하는데 사람은(동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주변과의 대비를 통해 무엇인가를 인지 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에 따라 (A)와 (B)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죠. (일족의 착시입니다)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회색일 때는 물러서게, 흰색일 때는 다가오게 훈련을 시킨 뒤 회색과 검은색으로 실험을 하면 회색일 때 다가오고(물러나야 함에도) 검은색일 때 물러난다고 합니다. 개의 인지에 있어 회색이라는 절대값 보다는 상대값이 더 본질에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다시 오디오 이야기로 돌아가서....
실용오디오의 모든 주장들을 인정하더라도 (전 이 부분에 대해 이론적으로 논쟁할 능력도 못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과할 자신도 없습니다.^^)블라인드 테스트는 결국주위 환경을 모두 차단한 뒤 (A)와 (B)를 따로 떼어 내어 비교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종 실험 장비에 의한 측정은 (A)와 (B)의 RGB값을 뽑아내는 것과 같죠. 결과는 (A)와 (B)가 차이가 없다고 나올 것입니다.즉 앰프와 CDP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이죠.
헌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윗 그림을 보면서 (A)와 (B)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절대 명도값 산출능력을 가진 분들을 전 오히려 이상하다 생각하고 싶습니다. 정상인이라면 실재(실재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는 할말은 많습니다-제 부전공이 철학이었죠^^)야 어떻던 (A)와 (B)를 다르게 느끼는게당연한데 말이죠.
실용오디오론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주장대로 인간의 귀는 박쥐귀가 아닌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잘 실험된 결과에서 보듯인간의 청각 인지력에도 한계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실용 오디오론자들의 주장대로 음악과 소리는 박쥐가 아닌 인간이 듣는데, 위 그림처럼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A)와 (B)를 다르게 느끼는게 인간입니다. 음악을 듣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잘 통제된 블라인드의 환경이 아닌 일상에서) 앰프의 차이를 (비록측정값이 같더라도,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면 같더라도) 느낄 수 있고, 결국 그 일상적 환경에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이며 때문에 감히 크렐 앰프와 스텔로 앰프가(선호도를 떠나서도)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빨간 다이오드를 파란 다이오드로 변경하는 것이, 샷시 색깔을 은색에서 샴페인 골드로 바꾸는 것이, 케이블을 동선에서 은선으로 바꾸는 것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20Khz 이상을 재생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흰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B)를 진한 회색이 아닌 흰색에 가깝게 보이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소비자던 엔지니어던 간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다이오드를 바꾸었더니 (B)가 더 희어지더라 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험적, 과학적 데이타들 또는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자면 현재 잘 확립되어져 있는 이론이나 실험 결과들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상식이죠^^) 아니, 사기성이 농후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수많은 과학사와 과학사회학의 연구들에 의하면 과학자들은 때로는 남은 물론 자기 자신 까지 기만하며, 실험 데이타를 속이고, 조작하고, 분명히 반증사례가 있음에도 불복하고 엄한 이론으로 방어하며, 같은 실험 데이타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를 표명하기도 합니다. 중세의 사제들이 꼭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지 만은 않은 것처럼 현대의 과학자들도 자연의 말씀을 따르지만은 않습니다.
고클(www.goclassic.co.kr)내의 SACD/DVD-A 포럼의 차세대 미디어에 대한 논쟁에서 볼 수 있듯 수많은 논문들과 실험 결과들, 측정 수치 등이 언급되고, 논쟁에 참여하는 분들의 이쪽 분야에서의 지식수준 또한엄청납니다만 같은논문과 측정치들에 대해서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항상 과학은 필요하면 필요한 사람편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죠.
도저히 감당 안되는 가격의 하이엔드 오디오를 들이 밀며 여기서 재생되는 소리 아님 소리도 아니고, 음악 듣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하는게 오디오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면, 수많은 애호가들, 업체, 오디오 리뷰들이 뭐라 하던 이넘이나 저넘이나 결국 똑같으니 니가 보기 좋은 걸 사라고 하는 것도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MF[ME]
위에 적은 글만으로도 제 글의 의도를 인지할 수는 있지만, 수사법과 농담에 가려저 왜곡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아, 아래 답글을 달면서 제 의견을 요약한 것을 여기에 옮깁니다.
시각, 청각 등은 "인지"의 영역인데, 인지의 주체가 인지자이고 그렇다면 "잘못된" 인지와 "바른" 인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 앰프의 소리가 "다르다"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엄연히 다르고, 이 점을 인정하고 다르게 느끼는게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사실 실용 오디오 논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결론 : <소리가 다르다>와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전혀 다른 말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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