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1 부고(訃告)에 대한 주석 매끈하게 잘 쓰인 논문들에서 쉽게 발견되는 주석은, 흔히 본문과 비교하면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주석은 우리의 무의식을 닮았다. 무엇인가를 감춤으로써 유지되는 글의 연속성이란, 다스릴 수 없는 진심에 대한 알리바이와도 같다. 주석의 글이 본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의식이 거짓의 모습이 아니고서는 의식의 영역에 공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위에 인용된 제15호에 실린 남수영 교수의 하룬 파로키의 부고를 가장한 의 첫 대목은 제게 있어서는 그것만으로도 책 한 권의 값어치를 다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윗글을 읽으면 왜 제가 그간 주석을 그토록 열심히 읽었는지, 때로는 왜 본문보다 밑줄긋기가 많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 번도 구체적으로 .. 2014. 12.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