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크리스마스 이야기

[몽상클레르 슈톨렌]

슈톨렌은 크리스마스에 독일에서 만들어 먹는 빵으로 과일, 견과류를 럼에 담가 두었다가 넣은 빵인데 겉에 슈가파우더가 두껍게 발라져 있어 두 달 이상 보관하면서 조금씩 먹을 수 있는 디저트용 빵입니다. 열량도 높고 제법 달아서 한 번에 다 먹는 것이 아니고 가운데부터 조금씩 잘라먹고는 두쪽을 붙여 잘 싸서 보관했다 또 가운데를 잘라먹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몽상클레르 프로모션 이미지

몽상클레르의 슈톨렌은 올해부터 한정 출시된 제품인데 좋은 친구들이 선물해 준 덕분에 크리스마스에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몽상클레르의 빵이나 케이크는 입에 넣었을 때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좋은 재료를 썼다는 느낌이 먼저 와닿는 스타일인데, 슈톨렌의 경우에는 입에 닿는 순간 재료는 물론 맛도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고마운 친구들의 고마운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10여 년 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행사로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듣는데, 올해는 가장 좋아하는 아르농쿠르의 2007년 녹음 음반을 듣기로 했습니다. 이 음반은 2007년 크리스마스 전에 발매된 한정판 하이브리드 SACD 음반으로 크리스마스 기분을 물씬 풍기는 패키지로 되어있습니다.

 

쉐퍼, 핑크, 규라, 핀리, 게르하허 등이 솔로로 참여하고, 아놀드 쉔베르크 합창단과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이 합장과 연주를 맡았습니다. 연주는 시대악기 연주답게 투명하면서도 관과 타악이 통통 튀는 듯한 리듬감이 매혹적이며 녹음도 분리도가 뛰어나며 좋습니다.

[크리스마스 플레이 리스트]

그래도 집집마다 CD 플레이어가 있던 시절에는 T&F 뮤직의 이름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연말연시 플레이 리스트를 음반으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배포했습니다. T를 대표하는 B는 팝과 재즈, 월드뮤직을 아우르는 음반을, F를 대표하는 저는 클래식으로 구성된 음반을 만들어 누구의 음반이 더 선호되는지 경쟁하기도 했죠.

B는 캐나다로 떠나고, CD의 시대가 사실상 끝난 뒤에는 제가 크리스마스 즈음의 해외 공연 실황(핸델의 메시아나 베토벤 9번 교향곡 같은 곡들)을 녹음해서 편집한 뒤, B와 둘이 공유하는 정도로 행사는 축소되었습니다. 그나마 올해는 놀고먹으면서도 여유가 없어 생략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타이달을 보니 클래식, 크루너에 K-Pop까지 다양한 크리스마스 플레이 리스트가 있더군요. 올해는 그냥 타이달에서 제공하는 장르별 플레이 리스트나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년에는 다시 실황녹음 음반을 내거나 귀찮으면 제 나름의 타이달 플레이 리스트라도 만들어 볼까 합니다.

 

T&F 뮤직의 2015년 크리스마스 음반 - 모차르트 편곡 버전의 핸델 메시아

[크리스마스 와인]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저나 와이프나 술을 좋아하지 않고, 평소에도 거의 마시지 않고 저도 올해 들어서는 가끔 즐기던 와인이나 맥주대신 무알콜 맥주 정도만 마시지만 얼마 전 큰 아이에게 술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모스카토 와인 한 병을 땄고, 크리스마스에도 매년 그랬듯 집에서 와인을 마실 것 같습니다. 다만 올해는 마실 사람이 둘이 아니고 셋이 되었네요.

 

집에 쟁여놓은 와인 중 이번 크리스마스를 위해 선택된 와인은 덕혼 디코이 까베르네 쇼비뇽 2018년입니다. 덕혼 디코이 와인 시리즈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명절 선물로 활용하던 품목 중 하나라 친숙하고 집에도 몇 병 보유하게 된 와인인데, 미국 나파밸리 소노마 와인으로 아주 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못 마실 정도로 비싸지는 않으면서 이런저런 수상을 한 가성비 와인입니다. 이 와인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는 Decoy라는 묘한 이름에 있는데, 윗등급인 덕혼 레이블의 와인으로 안내하기 위한 미끼상품이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국내 모 호텔에서 원앙 느낌의 오리그림도 있어 웨딩와인으로 제공했는데 신부 측에서 신부가 미끼상품이냐는 컴플레인이 들어온 사건으로 웨딩와인 시장에서 퇴출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