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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이야기

[오디오]오디오 감상에 있어서의 플라시보 효과,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

by 만술[ME] 2022. 5. 18.

<내가 차이를 구분하는데 과학이 뭔 소리냐>하는 분이나 <극단적인 실용 오디오파>라면 모두 좋아하지 않을 내용을 적고자 합니다. 그러니 이런 내용을 듣기 싫은 분들은 얼근 뒤로 가기 눌러주시면 됩니다.

 

[오디오 취미에 있어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위약(僞藥) 또는 플라시보(영어: placebo)는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제를 심리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환자가 의학이나 치료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실제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글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정의입니다. 케이블, 진공관을 제외한 앰프의 차이에 대한 무용론,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디지털이건 아날로그 건) 케이블 교체로 음질 변화를 <느꼈다>는 것은 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며,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시행하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삐딱선 정신을 발휘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과한 사례가 없다는 것보다 극단의 실용오디오론자들도 애호가들이 <비>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저는 플라시보 효과의 정의에서 <가짜 약제>라는 말보다 <실제로 효과가 나타난다>라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을 먹어서 그냥 환자가 기분만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짜 알약을 먹고 암이 낫지야 않지만, 간단한 통증 등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약은 가짜지만 효과가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오디오 세계에서 그 무용하다는 케이블이 나타내는 효과가 바로 이런 간단한 통증 완화 정도 아니던가요? 

 

비 블라인드 테스트는 가짜약을 진짜 약이라고 하면서 주는 것과 같습니다. 빨간 케이블은 음악이 열기 넘치게, 파란 케이블은 시원하게 들릴 수 있어요. 같은 케이블을 피복만 색을 바꾸어도 그럴 수 있죠. 그게 플라시보 효과입니다. 가짜약 먹고 두통이 낫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빨간 케이블은 음악이 열기 넘치게 들린다 이거죠. 그러나 블라인드 테스트란 건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가짜일 확률이 50%라고 이야기하고 약을 주는 것이에요. 즉, 플라시보 효과가 나려면 환자에게 진짜 약이라고 속이는 것처럼 청취자가 빨간 케이블인지 파란 케이블인지 알려줘야 효과가 나는 것이죠.   

 

원하는 분위기 따라 색만 바꾸면 음악이 바뀝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는 플라시보 효과가 환자의 입장에서 <도덕적인가>하는 오래된 논쟁이죠. 보도 듣지도 못한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수천만 원짜리 케이블은 플라시보 효과를 위해 쓰기는 아까운 돈이죠. 하지만 그냥 기분 좀 좋게 듣기 위해 일정 금액을 막선이 아닌 뽀대 나는 다른 케이블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몇십만 원 투자해서 플라시보 효과로 지금 사용하는 시스템의 바꿈질 욕망을 잠재운다면 경제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요. 그리고 이런 마당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자는 건 애초부터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케이블 바꿈질에 의한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일 수 있어요. 아마 디지털은 99.999999999%, 아날로그도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진짜 플라시보 일 겁니다. 

 

케이블 바꿈질은 그 과학성과는 별개로 (사실 플라시보 효과도 과학적으로 설명된 내용이지만) 진짜로 (플라시보) 효과가 있고, 블라인드 테스트는 불행히도 그 효과를 위한 조건(어떤 케이블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것이죠.^^

 

결국 우리가 케이블 바꿈의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플라시보 효과도 효과라고만 인정하면 싸울 필요가 없어요. 그러면 케이블 가지고 사기 치는 놈들을 잡는데 열정을 쓸 수도 있겠죠.

 

 

[랜선 등의 디지털 전송경로의 케이블 변경에 의한 효과]

 

케이블 유용론 중 가장 막 나가는 분야가 랜선 또는 공유기를 바꾸면 스트리밍 서비스 또는 NAS에 저장된 음원의 음질이 좋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플라시보 효과인데 어쩌라고 이야기한다면 위처럼 이야기한 제가 뭐라 논쟁할 수야 없지만, 그래도 너무 막가지는 말자는 차원에서 간략히 적어봅니다. 아날로그 케이블은 인간이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지는 별개로 전송신호에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만, 디지털은 그럴 수 있는 확률이 전혀 없다는 것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우선 그 음질의 향상이 타이달을 듣는데 랜선이 바뀌고, 공유기가 바뀌니까 MQA음원은 버퍼링 하느라 재생이 안되고, 보통 음질 음원만 재생되던 것이 MQA도 재생이 되더라는 이야기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는 자꾸 음악 재생을 하면서 끊기던 것이 케이블 바꾸니 술술 재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는 공유기나 랜선보다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라 말하고 싶지만요. 또는 그냥 랜선이나 공유기가 불량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의미가 똑같은 MQA 음원이 공유기나 랜선이 바뀌었다고 소리가 달라진다(예를 들어 저역의 단단함이 늘어났다거나 고역이 피어오른다)고 한다면 이건 사기죠. 왜냐하면 타이달은 스트리머에 <음악>이 아니라 <파일>을 전송하고, 그것도 리니어 하게 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패킷으로 전송하고, 전송 오류가 있으면, 다시 전송하기도 하며, 이 파일을 스트리머는 버퍼에 넣었다가 시간에 맞춰 재생을 하기 때문이죠. 이 경우에는 <지터> 어쩌고 하는 것도 사기예요. 어떤 랜선이 지터를 방지한다? 파일 전송에 무슨 지터가 있어요. USB 케이블을 전원선으로도 사용하는 경우에나 전원문제로 음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오디오용 케이블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제대로 된 짧은 케이블이 필요한 경우죠. 네트워크 플레이어 안에서 재생과정에 발생하는 지터는 케이블 바꿈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죠. 즉, 랜선은 파일을 전송하는 것이고, 음악은 그 전송된 파일을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겁니다. 따라서 랜선이 음질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보고서 파일을 여러 번 카피했더니 그 보고서의 내용이 바뀌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물론, 저는 디지털 만능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은 디지털 상태에서 이리저리 가공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만능이에요. 프로세싱을 여러 번 해도 품질의 저하 없이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스튜디오에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 그리고 소비자들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어서, 즉 A-D 컨버팅과 D-A 컨버팅의 과정에서 아날로그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D-A 컨버팅 과정이 그냥 칩하나 쓱 지나면 0101이 바로 아날로그 파형이 되는 게 아니고, 몇 개의 아날로그 프로세싱을 거쳐야 우리가 원하는 앰프로 증폭하여 스피커로 보낼 수 있는 아날로그 파형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게 좋은 DAC와 그렇지 못한 DAC가 단지 칩 하나로 결정되는 게 아닌 이유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방법의 블라인드 테스트 제안]

 

 

앞에서 플라시보 효과 때문에 현재와 같은 블라인드 테스트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으니 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테스트 방법을 제안할까 합니다.

 

애호가들 사이에 케이블 재질에서 은선과 동선은 그 음색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케이블 유용론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이 두 가지 재질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린다고 말할 것입니다.

 

①두께가 같은 은선과 동선을 같은 피복으로 감싼 뒤에 한 케이블에는 북한의 어뢰 표준을 따라 <1번>이라고 표기하고 다른 케이블에는 <2번>이라고 표기합니다.

②피험자에게 두 개의 케이블을 제공합니다. 제공되는 1번과 2번의 재질이 같은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피험자는 모르고, 시험자는 알고 있습니다. 또는 시험자도 모르고 나중에 피복을 까보는 것으로 해도 좋습니다.)

③피험자는 두 개의 케이블을 가지고 가서 자신의 시스템에 연결해서 듣고 싶은 만큼 일주일이건 한달이건 원하는 음원으로 테스트합니다.

④피험자는 자신이 받은 두개의 케이블이 같은 종류인지 다른 종류인지를 맞추면 됩니다.   

⑤이런 시험을 반복해서 피험자 중 수만 명이 통계적으로 무의미 한 정답률이지만, 한 명이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케이블 재질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결론 내리면 됩니다. 왜냐하면 케이블 무용론은 <누구에게나>를 주장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정당성을 잃고 <네가 황금귀가 아니라면>으로 전제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충 누군가 다섯 번만 연속으로 맞추면 게임은 끝난 거고, 세 번만 연속으로 맞춰도 케이블 유용론자들은 황금귀의 존재를 확인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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