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Wonderful Life

가족 인문학 강좌 1년

by 만술[ME] 2016. 7. 21.

이전에 SNS의 글을 재활용하면서 잠깐 언근한 적이 있었는데, 주말마다 가족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아이와 아내를 대상으로 한 강의인데, 어느덧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원래는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책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는데, 때에 따라서는 교양강좌 스타일의 강의도 있었습니다. 기록의 차원에서 지난 1년을 정리해 봅니다. 하나의 강의는 보통 한번에 1시간 30분 단위로 약5주 정도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인지라 가능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려 노력했는데, 때로는 별도로 관련 영화를 보기도 하고, 수업시간에도 동영상 클립들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1. 박지원 <허생전>


<열하일기>가 아닌, <허생전>을 대상으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열하일기>를 쓰게 된 배경, <허생전>으로 알 수 있는 조선후기의 생활상과 실학의 대두, 명-청의 관계 등을 공부했습니다. 나중에는 실학박물관도 방문했습니다.



2. 로버트 스티븐슨 <보물섬>


대항해 시대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 이야기,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던 소설이 큰 인기를 끌 게 된 이유로 보는 출판기술의 발전과 의무교육의 시행 등 당시의 사회상, 소설에서의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에 대한 이야기, 진짜 해적의 모습과 소설에 묘사된 해적의 모습의 차이, 향후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클리셰에 대한 이야기 등을 했습니다.  



3.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왜 세르반테스는 본인이 쓴 소설을 본인이 쓰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 했는지로부터 시작해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과 시대적 배경, 뮤지컬 <라만차의 사나이>를 통해 본 돈키호테에 대한 시대별 관점의 변화, 두가지 키워드인 <이룰 수 없는 꿈>과 <둘시네아>의 진정한 의미, 중세와 봉건제도의 이야기, 돈키호테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스페인의 명소들을 이야기했습니다. 



4. CS 루이스 <사자와 마녀와 옷장>


다양한 장르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니아와 성경속 이야기의 비교, 세계대전과 전쟁속의 아이들의 문제, 자기만의 환상 속 나라 만들어 보기 등을 했습니다.



5.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우리말로 축약된 동화로 읽으면 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재미 없을 수 밖에 없는지를 화두로 해서 작가 도지슨과 앨리스 리델의 이야기를 배경에 두고 원서와 완역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각각의 내용에 대한 주석을 달아 낭독을 했습니다. 코커스 경주의 기원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선거제도를 이야기 하고, 모자 장수가 미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환경오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강의가 가장 길기도 했지만, 가장 호응도 좋았던 강의였습니다. 봐서 올해 연말쯤에는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직접 체스를 두어가면서 강의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6. 서양의 클래식 음악


겨울방학에 방학특강으로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세계각국의 음악과 서양의 클래식 음악, 악기와 편성으로 보는 다양한 음악의 종류, 소나타 형식 등 여러 음악의 형식, 유럽식과 미국식 등 오케스트라의 악기와 배치, 다양한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연주 들어보기, 오페라를 감상하면서 보는 종합 예술로서의 오페라 등을 다루었습니다.



7. 앤소니 기든스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물론,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고 나오는 개념들 중 상당부분은 성인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므로 아이들 수준에 맞는 키워드들을 풀어서 해설하고 우리주변에서 그 개념을 적용해 보는 것을 중심으로 강의했습니다. 사회와 과학의 정의, 영화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로 보는 사회의 모습, 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 이야기, 계급과 갈등 이야기,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능한 실생활에서 마주치는 인정투쟁, 분배와 정의 같은 문제를 다루고자 했습니다.



8.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 로봇>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강의입니다. 알파고를 화두로 시작해서 인공지능의 문제, 로봇의 권리에 대한 문제,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의 기원 등을 다루고, 로봇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계화, 로봇을 침입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주자로 받아들일 것인가 등에 대한 성찰을 통해 로봇의 문제는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함께 고민하려합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하게 하는 게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욕심을 내서 이야기하다보면 지루해지고, 그렇다고 동영상만 주구장창 틀어주면 의미가 줄어들구요. 아울러 강의식이 아닌 토의식으로 진행하고자 하면 더 힘든 일이 많습니다. 주입식으로 배운지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더 편합니다. 교육현장에서 계신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됩니다만, 더 분발하고 노력해주셨음 좋겠습니다.


MF[ME]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