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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근황 몇 가지 - 두 가지 소송, 그리고 꽃 피우지 못한 글들을 애도하며

by 만술[ME] 2025. 11. 14.

제미나이, 한글 좀 공부해라....

 

 

옛 회사와 관련된 소송

 

직전 직장에서 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하자면 피고인 A에 제가 다니던 회사인 B가 컴퓨터를 파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고 (물론 진짜 이런 계약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예시입니다), A가 요청한 스펙에 맞춰 견적을 주고 계약을 체결하자고 했더니 A는 전에 조립식 컴퓨터 업체에게 받은 견적을 근거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그 가격에는 계약을 할 수 없다 하여 시간이 지연되던 중, 핫딜로 SSD가 싸게 풀린 것을 본 A는 일단 그 SSD를 지릅니다. 이후 협상과정에서 추가적인 스펙의 변화가 있었고 (메모리 추가, 그래픽 카드 변경 같은) 원래 SSD를 포함하여 견적한 B사는 당초 제안했던 견적에서 SSD 가격을 제하고 추가적인 변경사항을 반영한 금액으로 A와 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납품합니다. 아울러 최종 견적 내용은 회사 대표 이메일로 송부했죠. 그런데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 A는 갑자기 SSD는 자신이 따로 구매했으니 그 가격은 잔금에서 공제하고 주겠다고 생짜를 부렸고, 결국은 B는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잔금 지급 시점에는 이미 이직한 상태라 제 손을 떠난 일이었는데, 실무 담당자나 팀장도 제 퇴사 후 퇴사를 했고, A사 회장이라는 분이 자수성가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단점의 총합 같은 인물이라 딜의 처음부터 끝은 그 회장과 저 사이에 이루어졌고 (B사 담당 40이 넘은 여성 과장에게 계집애가 찾아와서 나랑 무슨 업무협의를 한다고 그러냐는 막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담당이나 팀장이 모르는 부분도 많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룹사들이 그렇듯 누군가 퇴사하면 기다렸다는 듯 계정부터 삭제했던 터라 제가 그 회장과 주고받은 모든 기록이나 제가 노트북에 남긴 기록, ERP로 보고되지 않은 비공개/비밀 보고서 등은 자동삭제, 그리고 유달리 과거의 기록이나 업적을 따로 챙기지 않고 보안유지 서약에 쓸데없이 충실한 저는 어떠한 별도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는 상태(혹시나 몰라 저와 같이 일하던 직원이 제 노트북을 백업은 해두었다고 하던데, 그 직원도 퇴사)라 B사 입장에서 A사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제 기억에 의지하여 짜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물론 공식적인 기록은 ERP 등에 남아 있지만, 상대는 기록을 넘어 내란재판에서 윤석열이 하듯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B사 입장에서는 공식 기록 밖에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을 겁니다. 더구나 신임 부문장이나 제 후임 본부장은 자기가 하지 않은 과거에는 무관심으로 그냥 법무 쪽에만 맡기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었죠. 

 

제 소속 부서는 아니었지만, 법무법인 만술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최소한 제 프로젝트와 관련된 법무사항에는 관심이 많아 각종 법무법인 업무협의 등에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면서 법무팀장과 막역한 사이였기에 결국은 법무팀장이 제게 SOS를 보냈습니다. 회사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미운털 라인에 끼어 있다는 이유로 털려나갔던 입장에서 B사를 도와주고 싶었던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법무팀장이 보내준 A사의 변론 내용을 보니 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제 이름이 엄청나게 등장하더군요. B사에서 A의 변론을 근거로 저를 원흉으로 보고 뒷담화를 하건 말건 딱히 상관은 없지만, B사가 소송에 진다면 프로젝트에 관계되었던 직원들이나 저와 친분이 있던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몇 번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1심에 B사가 전부 승소를 했습니다. 법무법인은 승소에 따라 성공보수를 두둑이 챙기겠지만, 저는 법무팀장에게 밥 한 끼 얻어먹으면 그만이겠지요.

 

문제는 끈질긴 A가 항소를 제기하고 또다시 제 이름으로 도배된 진술서를 첨부한 변론을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곰이 되어 또 재주를 부리고 성공보수는 법무법인이 챙기는 일이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사실관계가 나올 일도 없어 1심의 전부승소 판결이 뒤집힐 것 같지는 않고, 설사 A사가 상고를 하더라도 법률심이니 제가 뭔가를 할 일은 없어 제 역할은 이번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번 항소에 대해서도 B사가 승소를 하면 벽제갈비 급에서 한우 정도는 얻어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 등급의 식당 고기는 마블링이 너무 심해 많이 먹지도 못하고 건강에도 안 좋을 듯하다는 것이 함정이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치르고 있는 소송

 

작년 봄 실손보험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보험사를 상대로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1년 반이 지나 2년이 다되어가도록 1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에 결심재판이 끝나고 선고기일도 잡혔었는데, 단체소송이라 원고도 다수지만, 피고도 다수라 피고 중 (저와 관련 없는) 하나가 변론재개 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져 아마 내년으로 이월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원고들의 처지는 각각 다를 것으로, 어떤 분은 보험사와 병원 믿고 치료했다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 텐데, 우리의 법률 시스템은 늘 여유만만합니다. 물론 저도 회사일을 하면서 검사가 미운털 박힌 사람을 상대로 다수의 기소를 진행하듯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목적으로 각종 수단을 동원해서 소송을 지연한 일도 많으니 사필귀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사평가와 진급의 시즌

 

회사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인사평가나 그것을 반영한 승진에 대한 개략적인 윤곽은 가을에 시작됩니다. 인사평가를 먼저 하고 승진 심사를 거의 연말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회사는 봄에 승진을 발표하고 급여를 소급해 적용하기도 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전 계열사가 가을에 평가를 하고 곧이어 승진 심사에 돌입합니다. 

 

많은 회사를 다닌 것은 아니지만 인사평가와 진급에 있어 대부분의 회사가 문제가 많고 합리성을 가장한 비합리성도 많아 보인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어떤 회사는 팀단위로 상대평가를 해서 결국 팀 내에서 제로섬 게임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아예 팀장이 줄 수 있는 평가 권한을 한정해서 각 등급별 TO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 덕분에 소수인원으로 유지되는 팀은 모든 팀원이 같은 등급을 받는 것 이외에 평가할 방법이 없게 만들거나 지나치게 KPI 등의 실적평가에 치중을 두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부여받은 수주/영업/개발 부서가 상대적으로 관리부서에 비해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던가, 업종이나 계열사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그룹단위에서 진급 TO를 확정해서 하달하는 관계로 적체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것이죠.

 

특히나 진급이라는 것이 대상자 입장에서는 진급을 혜택이나 보상이라기보다는 상수로 생각하고 누락되는 것을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많은 기업들이 소수의 대상자만 진급시키는 방식은 사기진작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만해도 특진을 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진급은 늘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지 뭔가 제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차라리 직급과 연봉을 분리해서 어지간하면 진급은 해주고 연봉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명함발, 직급발이 큰 역할을 하는 국내 사정에는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전 회사는 그룹 전체에서 직급을 폐지하고 승진 공고도 하지 않고 개인에게 연봉 카테고리를 통보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는데 많은 직원들이 오히려 그러면 나는 평생을 부장대우로 불리며 살아야 한다거나 평생 대리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직급을 없애고 직책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지금의 승진 누락을 양산하는 시스템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늙수그레한 사람이 팀원이나 매니저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차장이나 부장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아직은 말발이 먹히는 세상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저로서는 이직 후 첫 인사평가를 하게 되었는데, 이곳도 심각한 적체현상이 있더군요. 그리고 결국은 제 소속 직원들 중 승진 대상자를 선별하여 우선순위를 달고 그에 맞춰 인사평가 점수를 수정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더 이상 진급할 곳이 없고, 제가 진급을 결정할 일도 없는 부장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었죠. 물론 어느 회사나 이런 식의 인사평가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침이 있습니다만, 제가 경험한 어느 회사나 그 지침을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 기업들이 언제까지 이런 멍청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제가 추천한 대상자들은 다행히 회사 허들은 넘어 그룹에 넘어갔으니 결과를 기다려 보아야겠지요. 

 

좋은 의도, 나쁜 결과

 

스타워즈 - 애콜라이트의 리뷰를 하면서 궁극적으로 제작진은 선한 의도라 해도 결과는 선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이야기 한 바 있는데, 현실에서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최근 제가 담당한 부서, 넓게는 회사, 더 넓게는 그룹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또는 오너가 회사를 망치려고 어떤 지시를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지시가 정확하게 라인을 타고 내려가지 않으면, 늘 문제가 발생합니다. 많이 발생하는 일이 라인이 아닌 쪽에 라인을 도와주라거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으니 챙겨봐 주라는 지시가 결국은 그 일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특히 그 라인이 아닌 쪽에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더 그렇게 되죠. 

 

제 휘하 팀 중 하나가 추진하는 A프로젝트는 수년간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모멘텀을 받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고 있었었습니다. 헌데 그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고 최고 경영자 레벨에서 언급이 잦아지자 그룹 내의 중요 이슈로 떠올랐고,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결국은 일이 좀 더 순조롭게 되도록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라인 밖의 인사들의 개입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개입이 늘어나면서 일이 좀 더 강한 추진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A 프로젝트의 난점 때문이 아니라 담당자나 팀장의 무능과 불성실 때문일 수 있다는 이야기, 최근의 모멘텀을 이끈 것도 사실은 비선 사이드의 지원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비선 사이드의 개입이 사실은 모멘텀을 다시 주져 앉히고, 담당이나 팀장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어 자칫하면 프로젝트가 다시 표류할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간 이런저런 그룹사를 다녀보고 다른 그룹에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늘 문제는 소위 그룹 내의 전략기획본부, 전략실, 미래전략실 등 그룹 최고경영자를 보필하는 부서들이 현업의 진행에 간섭을 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를 하면서 일이 잘되면 자신들의 코칭의 효과라는 명목으로 그 결실을 얻고, 일이 잘못되면 책임은 지지 않고 현업의 실행력의 문제라며 책임은 현업에게 지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 조직은 늘 TV를 보면서 하는 시청자 입장의 축구감독 스타일인데, 그들 말 대로라면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우승 정도는 브라질 보다 더 쉽게 달성했을 것입니다. 보통 그런 조직은 소위말하는 선수출신이나 하다못해 감독 출신이 아닌, 입사시절부터 그런 기획/관리 부서에서만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평생 부모님, 선생님 말씀만 잘 듣고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던 사람들이 판사가 되어 세상물정 모르고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는 것처럼, 영업/개발/생산 등의 현업을 모르면서 책으로 회사일 배운 사람들이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상당수 기업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꽃 피우지 못하고 사라진 많은 글들을 애도하며

 

블로그에 올리는 글 중에는 한 번에 완성해서 올리는 글도 있지만, 상당수는 제법 긴 시간을 들여 추가하고 수정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 카테고리의 글들이 그러한데, 모든 음반이나 영상을 본 뒤 글을 정리해 올리는 것이 아니고, 감상할 때마다 당시의 생각을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전반적인 내용을 수정하여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카테고리의 글 중에도 생각의 단편이 짧아 조금 더 묵히거나 새로운 내용을 첨가해서 올려야 할 것 같아 임시저장을 해두었다가 올리곤 합니다. 저는 티스토리의 임시저장 기능이 포스팅만 안 될 뿐 어느 정도 항구적인 기능이라 생각했는데, 90일의 기간한정이 있더군요. 덕분에 불멸의 오페라 시리즈의 다음 글인 모차르트의 후궁탈출에 대한 글을 포함해서 제법 많은 분량의 글이 복구할 수 없는 지평을 넘어 사라졌습니다. 다른 글들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후궁탈출 음반/영상물 리뷰글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음반 한둘만 더 추가하면 완성되어 올릴 수 있는 상태로 제법 긴 시간을 들였고, 이런 상황이 되자 다시 시작할 마음도 없어져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리즈를 계속해야 하는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임시저장 기능의 한계에 대해 정확히 몰랐던 제 탓이니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고요.

   

이상 근래의 일상 몇 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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