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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nderful Life

지난 반년 이야기

by 만술[ME] 2024. 3. 14.

지난 마지막 글로부터 어언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행여 블로그를 닫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 (이런 관심이 있으실리 없지만) 있을지 몰라 반년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업데이트할까 합니다.

 

 

[먹고사는 이야기]

 

작년 말로 회사서 잘리고 소위 전관예우인 비상근 자문역으로 물러났습니다. 예전 같은 연봉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는 않은 금액을 월급 루팡하고 있습니다. 잘린 이유는 전격적인 그룹의 칼날을 제가 모시던 부사장님부터 주르륵 그 라인의 임원들이 모두 맞은 건데, 한때 그룹 수뇌부 무서워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던 <건방짐>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H 다니는 후배에게 전화가 와서 소식을 전했더니 후배는 오히려 웃으며 "형, 그 나이까지 살아남다 이제야 잘린 거지, 뭘 그래? 형이나 C 다니다 얼마 전 잘린 K형이나 길게도 했지!" 뭐 이런 반응입니다. "그래, 넌 후배에게 임원자리 뺏기고 아직 부장이라 정년까지 다닐 수 있어 좋겠다" 정도로 응수해 주었습니다. 

 

아무튼 몇개월간은 언감생심 연봉과 혜택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노릴지, 이 나이에 이 정도면 되지 하는 겸손한 직장인이 될지, 그도 아니면 알바몬을 뒤지고 있을지 왔다 갔다 할 것 같습니다. 수년 전 잘린 학교 선배들 보면 알바몬 뒤질 확률이 제일 높을 것 같기는 합리다만, 아직 헤드헌터들이 가끔 연락이 오니 (구직 사이트에 구직 중으로 해놓으니 뭔지 몰라도 보험사 기업/법인 컨설턴트 하라는 전화가 엄청 와요...ㅠ.ㅠ) 지금 상황이 항룡유회(亢龍有悔) 후의 잠룡물용(潛龍勿用) 상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잠룡을 오래하기에는 이제 저도 나이가 있어서...^^

 

[건강 이야기 + 알파]

 

노는 김에 매년 건강검진을 하면 지적 받던 사항들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 두건에 약물적 치료 한건입니다. 수술 두건이야 쓱 수술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고혈압입니다. 늘 건강검진을 하면 기계로 한번 쟀다가 좀 높다고 잠시 후 수동으로 재면 아슬아슬하게 고혈압 범위에 못 미치곤 했는데, 드디어 어떻게 재던 고혈압인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술이나 담배를 안 하니 의사에게 늘 듣는 소리가 <운동>인데 혈압약까지 먹게 된 마당이라 애플워치가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약 먹기 시작한 뒤로 링 연속달성 기록을 매일 경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수술적 치료 관련해서 언론에 회자되었던 실손보험 관련 문제를 저도 당하고 있습니다. (제 분야 EBS 명의에도 나온 대학병원 과장 출신 최고 권위자에게 수술했음에도) 의료자문을 핑계로 청구비용의 50%로 합의를 보자고 하다가 거절하니 70%로 상향, 그래도 거절하니 플러스 알파를 이야기하다 그냥 우수리로 100만 원 단위로 끊을 것 아님 소송을 가겠다고 했더니 전액 미지급을 통보해 와서 소송준비 중입니다. 회사일로야 수 없이 해본 게 소송업무지만, 개인적 소송은 처음이네요.

 

요즘 벌어지고 있는 (전 다른 것이지만 백내장 관련한 이슈가 많죠) 실손보험 소송은 뭐 이런 겁니다. 예를들어 위암이라고 하면 (위암관련한 아래내용은 그냥 환상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A방식 : 기존방식. 일단 종합병원 예약하고 죽기 직전까지 수술일정 기다림. 복부 절제 후 위절제로 2/3쯤 잘라냄. 의료보험 적용됨. 향후 생활에 이런저런 불편 있음. 혹시 어딘가 전이된 것이 있다면 재발함. 5년 정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불안불안 살아야 함.

 

B방식 (이런 건 없어요) : 신기술. 동네 병원에서 그냥 주사 한방 맞으면 몸 안의 암세포를 다 죽여줌. 의료보험 적용 안됨. 전이된 암도 죽이니 재발 위험 낮음. 절제술이 아니니 향후 생활 불편 없음. 조심해서 살면 불안불안 살필요도 없음. 다만 결정적으로 주사 값이 엄청나게 비쌈. 그런데 실손보험이 적용됨!!!

 

보험사는 그냥 A방식으로 하지 니 정도 암에 왜 비싼 B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었냐면서 시비 거는 거고, 구태여 주사한방 맞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6시간을 입원할 필요가 있었냐는 거죠. (보험약관상 6시간 이상의 당일입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실손 보험 문제는 보험사가 자초한 겁니다. 보험 팔아먹겠다고 자기들이 도수치료 몇 번만 하면 낸 돈 다 찾아 쓰는 거라는 둥, 백내장 다들 나중에 수술해야 하니 그거면 낸 돈 뽕을 뽑는다는 둥 하면서 팔아놓고, 막상 가입자들이 늙고 병들어 보험 혜택을 받으려 하니 꼬투리 잡는 거죠. 이래서 건강보험 민영화가 엄청나게 위험할 수 있는 거고요. 민영화되면 보험 믿고 죽지 않으려고 빚져서 수술했다가 빚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생길 겁니다. 

 

[문화생활 이야기]

 

가끔 연락 오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헤드헌터에 이력서 업데이트해 제공하거나 하는 외에 딱히 바쁜 일이 없는 관계로 가사에 투자하는 시간도 늘었지만 문화생활할 시간도 늘었습니다.

 

문학으로는 올재클래식 시리즈 구입해서 쟁여주었던 <홍루몽>, <동주열국지> 등 중국 고전을 읽고, 요즘은 오랜만에 SF를 읽자는 생각이 들어 <별의 계승자>와 <링월드> 시리즈를 교차로 읽고 있습니다. 여건이 되면 간략한 리뷰를 올릴 생각입니다.

 

인문 예술 쪽은 주로 미술 관련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책이 있지만 흥미롭게 읽은 책은 안동선의 <내 곁에 미술 - 피처 에디터의 내밀한 미술일기>입니다. 대학부터 그쪽을 전공하지 않고, <보그>지에서 피처 에디터를 하면서 그나마 한자리 꿰찬 작가의 약간은 이방인 적이며 불안한 <내밀한> 일상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이 좋습니다. 미술전문가도 작가도 아니고 삶에 대한 성향도 전혀 다른 그냥 애호가지만 아이들과 함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한 달간 프랑스를 돌아다니고 보고픈 전시회가 있으면 짬짬이 찾아다니는 아내와 오버랩되는 듯한 부분이 있어 더 정감이 갔는지도 모릅니다. 

 

뭔가 진행하던 일이 있어서 집에 있는 베토벤 교향곡 7번 음반들을 뒤져 비교 감상을 할 일이 있었는데, 그 숫자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7번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CD 중에서만 절반정도 골랐더니 20장이더군요. 같은 연주에 리마스터링만 다른 건 세지도 않았으니 절대 숫자로는 더 많은 거죠. 아무튼 카라얀이 4종(DG 3종, EMI 1종)으로 지휘자 중에는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반은 조르디 사발의 전곡 녹음 2권이 되겠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간략 감상평 정도 올려보겠습니다.

 

대충 6개월 뒤에 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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