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기사 등을 통해 몇몇 부고를 접했습니다. 누군가와 카페에 앉아 환담이나 한담을 나눈다면 각각에 대해 이런저런 할 말이 많겠지만, 막상 글로 올리려니 부적절한 것 같아 한꺼번에 모아 간략하게 올려보려 합니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Claudia Cardinale)
극장(당시는 영화관 보다 이 용어가 더 친숙했죠) 보다 안방 TV로 해주는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익숙하던 시절, 정치권에는 DJ, YS, JP가 있었고 영화계에는 BB, CC, MM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커서 (아마 칼라 TV의 시대에 접어들어서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MM의 매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제가 보기에 셋 중 가장 매력적인 여성은 CC였습니다. 흔한 미국, 조금은 세련된 프랑스를 넘어 보다 더 이국적인, 당시로는 내가 그런 전설적인 나라에 가볼 수나 있을까 하던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에 금발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시에 본 영화로 그녀가 기억나는 영화는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외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물론 철들고 본 영화들에는 다들 짐작하시는 영화들(핑크팬더, 8½, 부베의 연인 등)이 있지만 그 시절에는 다른 배우들이 제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큰 의미는 없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마치 함께 늙어가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근래까지 로버트 레드포드의 영화를 보아왔지만, 묘하게 제게는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추억, 코드네임 콘돌 시절의 그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라스트 캐슬, 스파이 게임 시절에서부터 이후의 그로 양분되어 생각됩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앞 시절의 레드포드는 TV를 통해 접했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부터는 영화관에서 접한 것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본 그의 첫 영화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이니까요. 제게 각인된 두 개의 이미지를 말하자면 젊은 시절의 레드포드는 선댄스 키드이고, 나이 든 그의 모습은 스파이 게임의 네이선입니다. 특히 두 번째 이미지는 실 생활 속의 그와 브래드 피트와의 관계가 오버랩되며 배우이자, 감독이자, 멘토이자, 영화제 창시자로서의 로버트 레드포드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Christoph von Dohnányi)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묘하게도 도흐나니의 음반으로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그가 데카에서 남긴 클리블랜드와의 음반 40장을 살펴보니 모차르트, 브룩크너, 말러의 곡들과 바그너의 오페라가 절반이 넘는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영상물이 아닌 음반으로는 이제 오페라 감상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잘 듣지 않고, 다른 작곡가들에는 각각 제가 선호하는 지휘자들이 운집되어 있어 도흐나니가 끼어들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부고를 계기로 여러 음반을 들어보니 그가 살아 있을 때 들었다면 더 좋았겠다 생각되는 음반들이 제법 됩니다.

지아니 콰란타 (Gianni Quaranta)
지아니 콰란타는 오페라 애호가에게는 메트에서 24/25 시즌에 마이클 메이어의 새 프로덕션을 도입하기까지 40년간 수많은 쟁쟁한 가수들이 노래한 소니아 프리셀 프로덕션 아이다의 압도적인 규모의 무대 디자이너로, 영화 애호가에게는 전망 좋은 방의 미술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페라와 영화를 동시에 좋아한다면 제피렐리가 감독하고 프로덕션 디자인에도 참여한 1982년작 오페라 영화 라 트라비아타에서 제피렐리와 공동 미술감독을 했던 것으로도 기억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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