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뭔가 물욕이 없는 수준까지 지름신을 배척하고 있는 경지는 아니지만, 오래전보다는 그리 쓸데가 없다거나 합리적인 효용성이 없는 경우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음반, 도서 등 취미생활의 소비도 많이 줄었고, 패션 아이템 구입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리스트는 아마 예전 같으면 그냥 소유한다는 잠깐의 만족으로 위해 구입했을지도 모르는 제품들의 리스트입니다.
[코드 엠스케일러]
제가 사용하고 있는 코드 큐티스트 DAC에 붙여 사용하면 무려 100만 탭을 가능하게 해서 코드의 최상위 DAC인 데이브가 부럽지 않은 소리로 변모시켜 준다는 마법의 아이템입니다. 물론 이 엠스케일러(M Scaler - M은 당연히 백만을 의미합니다)를 데이브에 붙이면 다시 게임이 역전되지만, 그러자면 지출이 너무 커지죠. 엠스케일러 + 큐티스트 가격이면 데이브 가격의 절반에 못 미치니 옛날 같으면 개꿀이라고 생각하고 질렀을지 모르지만, 혼자서는 딱히 티 나게 하는 일 없는 장비에 7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쓴다는 것은 요즘 입장에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 귀가 그 변화를 감지할 것 같지도 않고요.
[반지의 제왕 오페라 음반]
음악을 취미로 하거나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인데, 이런저런 라이선스에 까다로운 톨킨 재단의 승인하에 작곡가 폴 코필드 고드프리(Paul Corfield Godfrey)가 작곡한 <반지의 제왕> 오페라 음반의 프리오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려 17시간이 넘는 음악을 15장의 CD에 담은 이 디지북 음반은 일종의 데모 버전으로 웰시 내셔널 오페라 소속의 가수들을 중심으로 35명이 배역을 맡고, 오케스트라는 (이런 방대한 프로젝트에 실제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면 제작비가 엄청날 것이 분명한 바) 디지털 오케스트라를 사용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오페라는 최초 원작의 구성처럼 6부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드프리는 이미 <실마릴리온>을 오페라로 작곡하여 발매한 바 있는데, 10장의 음반에 <페아노르>(Feanor), <베렌과 루시엔>(Beren and Luthien), <후린의 아이들>(The Children of Hurin), <곤돌린의 몰락>(The Fall of Gondolin), <분노의 전쟁>(The War of Wrath)의 다섯 오페라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실마릴리온>이나 <반지의 제왕>이나 바그너의 <반지>와 같은 구성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것도 아니고, 톨킨의 작품을 좋아하니 콜렉팅의 목적으로 두 음반을 주문할 수도 있겠지만, 들어보니 바그너 스타일의 오페라를 선호하지 않아서인지 감상을 위해서라면 한번 이상 들을 것 같지도 않고, 가수들도 웰시 내셔널 상주 가수들 중심이라 그런지 나쁘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지도 않기에 그냥 곁에 두고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이상의 효과는 없을 듯해서 주문하지 않고 있습니다.
[콕핏 USA 봄버 재킷]
소위 톰 하디 재킷이라 불리는 (그 기원이 명확하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는) 무스탕 재킷입니다. 흔히 B-3 재킷이라 하는데, 아래 사진의 버전은 R.A.F 버전인 듯합니다. 영화 <덩케르크>와 함께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톰 하디가 나온 역할이 R.A.F 조종사니 대충 제가 맞지 싶은데, 인터넷은 다들 B-3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평소 입는 옷은 좋게 말하면 올드머니 룩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럭저럭 옷 입을 줄 아는 직장인 아재룩인데, 추구하고 싶은 바는 제 체격이나 이미지랑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되는 마초룩이라 봄버 재킷은 그냥 몇 년째 위시리스트에만 있습니다. 사실 한겨울에도 from 지하주차장 to 지하주차장의 직장 생활을 하는 소위 얼죽코이고, 코트조차 차에 던져 놓고 다니는 경우도 다반사라 설사 이런 옷이 출퇴근에 적합한 디자인이라 해도 입을 일은 없고, 주말 겨울 외출에도 평소 외출하는 장소를 생각하고 이동수단을 생각하면 딱히 이 정도의 방한은 필요 없습니다. 아마 가장 요긴한 순간은 집에서 입던 복장에 이것 하나 걸치고 분리수거하러 나가야 하는 때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겨울에 10분 정도 분리수거장에 나가기 위해 이 정도 가격의 옷을 구입한다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선택인 바, 앞으로도 위시리스트에만 올라 있을 듯합니다.
[새로운 손목시계]
빨/녹/파 3색 링을 맞추고, 걸려온 카톡이나 전화를 놓치게 하지 않는 매력 때문에 평일에는 애플워치 외에 다른 시계를 찰 일이 없지만, 저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스타일의 옷에 맞춘다고 흰 판의 시계만 있는 것 같아 푸른색 계열의 시계 몇 점을 그간 찜해두고는 있습니다. 아래는 그 몇몇 소개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 피프티 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오래전 동료가 차고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짝퉁 시계를 보고 하나 장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온 브랜드입니다. 물론 가장 저렴하고 욕도 많이 먹는 피프티 식스 라인이지만, 문페이즈까지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니 가격이 그랜저 가격입니다. 제네시스 가격이 아닌 게 어디냐며 지르기에는 딱히 자주 찰 것도 아니고, 사면은 가격이 오르는 모 브랜드와 달리 사자마자 환가 가치가 60%대로 급락할 물건을 사는 것도 그리 합리적인 일은 아닐 듯싶습니다. 다만, 철십자 훈장을 연상시키는 로고의 매력은 떨치기 힘듭니다. 그리고 뒤판은 너무나 아름다워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
일반적인 스톱워치인 크로노그래프도 라면 끓일 때 말고는 쓸모없는 기능인데, 더욱더 쓸모없는 크로노스코프 기능은 천둥 번개가 칠 때 물체와의 물리적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텔레미터(Telemeter),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펄소미터(Pulsometer), 특정 구간의 평균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Tachymeter)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있는 세상에서는 그냥 아름다운 쓰레기죠.^^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실버 스누피 어워드 50주년 기념 버전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시리즈에 기반을 둔, 한정판은 아니지만 한정판 느낌으로 구할 수 없는 <스누피> 시계입니다. 크로노스코프와 같이 그리 쓸모없는 타키미터를 달고 있습니다. 아마 타키미터 달린 시계를 차는 분 중에 그것을 단순한 스톱워치 용도 외에 본연의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사용하는 법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 같음에도 이 버전이 인기 있는 것은 오로지 스누피 때문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그냥 어른도 찰 수 있는 스누피 시계가 갖고 싶은 이유가 이 시계를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은 이유의 전부입니다. 다만 애플워치 페이스 중에 스누피 버전이 나온 뒤에는 그 욕구가 많이 식었습니다. 애플워치는 매 순간 다양한 <움직이는> 스누피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애플워치의 써드파티 워치 페이스를 이용하면 오메가 스누피 어워드 버전의 맛을 미미하게나마 느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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