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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BBC 뮤직 매거진 선정: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명단, 2025

by 만술[ME] 2026. 7. 24.

전에 BBC 뮤직 매거진에서 발표한 위대한 피아니스트 명단을 올리면서 음반 추천도 함께 한 바 있는데, 2025년에 같은 방식으로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해 선정한 내용이 있더군요. 마찬가지로 100명의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각각 세 명씩 뽑아달라 한 것을 종합한 결과입니다. 이번 글도 지난 글과 같은 방식으로, 요약된 평가는 제 평가가 아니라 매거진의 평가를 요약한 것이며 주황색으로 마킹한 연주자는 제가 해당 연주자가 남긴 전부 또는 대부분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표시한 것입니다. 피아니스트에 비해 바이올린 연주자에 대한 집중 탐구는 극히 일부일 뿐이었음을, 제가 바이올린보다는 피아노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네요.

 

 

21명의 리스트를 보면 힐러리 한이나 야니네 얀센이 40대 중반이니 젊은 현역 거장이라 할 연주자는 전혀 뽑히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피아니스트와 마찬가지로 시대연주를 주력으로 하는 연주자가 하나도 뽑히지 않은 것은 유감입니다. 이전 피아니스 때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양념 차원에서 각각의 바이올린 연주자의 음반 중 좋아하는 한 장을 골라 간단한 이유를 곁들였습니다. 물론 일부는 순수하게 음악적인 선택도 포함되지만 상당수는 개인적인 추억과 인연이 녹아있는 선택입니다. (초록색)  

 

 

BBC 뮤직 매거진 선정: 역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21인

 

  1. David Oistrakh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 따뜻한 음색과 완벽한 레가토, 깊은 음악적 통찰력을 지녔으며 쇼스타코비치 등 당대 작곡가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 거장. 이런저런 레이블에서 나온 정말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지만, 베토벤 소나타의 아름다움을 처음 알려주고, 이후로도 가끔씩은 아는 맛을 찾아 돌아가곤 하는 오보린과의 필립스 세트(현재는 Decca)를 첫 손꼽겠습니다. 
  2. Jascha Heifetz (야샤 하이페츠) -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현대적인 명료함으로 바이올린 연주의 기술적 기준을 새롭게 정의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우상'. 하이페츠의 전집을 가지고 있고, 박스 전체를 몇 번 반복해 듣기도 했지만, 여전히 최고는 하이페츠와 첫사랑에 빠지게 해 준 브루흐 협주곡 1번 음반(RCA/BMG)입니다. 
  3. Fritz Kreisler (프리츠 크라이슬러) - 비엔나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은 독특한 음색과 우아한 스타일을 가졌으며, 수많은 소품곡들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연주자. 크라이슬러의 음반으로는 에프렘 짐발리스트와 바흐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에 자신의 곡을 포함한 다양한 소품을 두 장의 CD에 담은 비덜프의 크라이슬러 컬렉션 제2집을 선택하겠습니다. 
  4. Yehudi Menuhin (예후디 메뉴인) - 전설적인 신동으로 시작해 재즈, 인도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정신을 보여주었으며, 교육자로도 큰 족적을 남긴 아이콘. 음반으로는 제게 엘가 협주곡을 알려준, 작곡가 지휘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EMI의 음반을 선택합니다. 커플링 된 해리스의 첼로 협주곡도 좋습니다.
  5. Nathan Milstein (나탄 밀스테인) - 절제된 세련미와 정교한 음정, 그리고 '황금빛 음색'이라 불리는 순수한 소리로 동료 음악가들로부터 깊은 존경을 받은 연주자. 사실 밀스타인은 음반보다 러시아에서 서구로 : 나탄 밀스타인의 음악적 회고와 회상(정원출판사)이라는 책을 먼저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음반보다도 나탄 밀스타인이라는 음악가를 더 잘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만난 다양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6. Anne-Sophie Mutter (안네 소피 무터) - 화려한 기교와 황금빛 음색을 바탕으로 고전부터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개척하며 현대 바이올린계를 선도하는 여제. 이제는 여제라는 이름이 당연하지만, 제 나이 또래에게는 카라얀이 고른 앳된 소녀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는 카라얀과 함께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5번 음반을 골라야 마땅하지만, 저는 존 윌리암스와 함께한, 기막힌 편곡 모음집 음반인 별을 가로질러(Across The Stars / DG)를 꼽겠습니다.
  7. Gidon Kremer (기돈 크레머) - 지적인 만족보다는 감정적 소통과 음악적 진실성을 중시하며,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함. 특이하게 여길지는 모르지만 그가 솔로로 참가한 바인베르크의 교향곡 21번(DG)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근래 바인베르크의 음악을 많이 다룬 크레머가 뛰어난 지휘자, 악단과 만나 만들어 내는 최상의 하모니입니다.
  8. Hilary Hahn (힐러리 한) - 완벽에 가까운 정밀함과 깊은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갖추었으며, 고전과 현대곡 모두에서 압도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현대의 거장. 제가 보유한 많은 음반 중에서 단 한 장을 고르라면 제가 그녀의 연주를 처음 접했던 바버와 마이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담은 음반(Sony)을 고르겠습니다. 고전적인 레퍼토리는 물론 현대음악에 대한 애정을 음반을 통해서도 늘 표현하던 그녀의 음반 녹음 스타일의 씨앗이라 할 수 있죠. 
  9. Joseph Szigeti (요제프 시게티) - 화려한 기교보다는 지적인 깊이와 예술적 협업(특히 버르토크와의 관계)을 통해 음악의 내면적 가치를 탐구한 학구적 연주자. 시게티의 음반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히 작곡가 버르토크가 피아노를 맡은 뱅가드의 음반을 고르겠습니다.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와 버르토크의 2번 소나타 등을 담고 있습니다.
  10. Ginette Neveu (지네트 느뵈) -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에너지와 비극적일 만큼 아름다운 음색으로 청중에게 깊은 각인을 남긴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구할 수 있는 녹음이 많지 않고 그냥 워너에서 나온 4장짜리 EMI 레코딩 전집이면 됩니다. 
  11. Isaac Stern (아이작 스턴) - 폭발적인 기교와 깊은 통찰력을 겸비했으며, 매 연주마다 음악적 발견의 즐거움을 전달하며 20세기 바이올린계를 이끈 거목. 90년 소니에서 발매한 아이작 스턴 전집 중 바흐, 비발디, 브람스, 차이콥스키 등 스턴의 장기 레퍼토리를 담은, (잘 알려진 스테레오 녹음들이 아닌) 모노시절의 초기 협주곡 녹음집 제1권(3 CD)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턴의 녹음들입니다.
  12. Itzhak Perlman (이작 펄만) - 극강의 난곡도 평온하게 들리게 하는 여유로운 기교와 풍부하고 따뜻한 음색, 그리고 청중을 매료시키는 밝은 무대 매너. 한 시대를 풍미하고 80대인 지금도 공식적으로 은퇴하지 않은 펄만의 음반을 고르면서 존 윌리암스와 함께한 시네마 세레나데(Sony) 음반을 뽑는 것이 그의 성취를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류의 음반을 거침없이, 그리고 최상의 수준으로 선사하는 모습이 펄만이라는 음악가의 진정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13. Arthur Grumiaux (아르튀르 그뤼미오) -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소리와 완벽한 활 쓰기를 통해 바흐와 모차르트 해석의 정점을 보여준 '우아함의 대명사'. 일반인들이 바이올린 소리라는 어떤 이상형을 생각한다고 할 때 바로 그런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 연주자가 그뤼미오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소리로 우아함을 보여준 최고의 연주는 비록 모노 녹음이지만 핸델 소나타집(필립스/데카)이 최고입니다. 
  14. Pinchas Zukerman (핀커스 주커만) - 강렬하고 열정적이며 중심이 꽉 찬 독특한 소리를 지녔으며, 낭만주의 협주곡 해석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함. 바렌보임, 뒤 프레와 함께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집(EMI)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제가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연주자라 순전히 뒤 프레 때문에 선택한 음반입니다.  
  15. Adolf Busch (아돌프 부슈) - 엄격하고 절제된 연주 스타일과 권위 있는 해석을 보여주었으며, 전설적인 실내악단을 이끌며 실내악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인물. 아돌프 부슈를 이야기하며 부슈 콰르텟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부슈 콰르텟을 이야기하면서 죽음과 소녀(EMI)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16. Ivry Gitlis (이브리 기틀리스) - 카리스마 넘치고 직관적인 연주로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독창적인 개성을 뽐낸 예술가. 지난번 피아니스트와 달리 이번 리스트에 뽑힌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음반을 생각보다 적게 가지고 있어, 제가 바이올린에 비해 피아노를 상당히 편애하기는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틀리스처럼 전혀 음반을 갖고 있지 않고 들어보지도 못한 연주자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17. Leonid Kogan (레오니드 코간) - 비브라토를 최소화한 순수하고 투명한 소리와 결점 없는 기교를 바탕으로 실내악과 독주 모두에서 완벽한 음악성을 보여준 거장. 이런저런 코간의 음반 중 멘델스존과 브루흐라는 찰떡궁합 커플링을 처음 경험하게 해 준 로린 마젤과의 뱅가드 음반이 제게는 늘 추억을 상기시키는 음반입니다. 
  18. Bronisław Huberman (브로니슬라프 후베르만) - 강렬한 개성과 예술적 정직함으로 무장한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설에 기여한 인도주의자. 더 뽑아낼 것이 없다며 식상하게 여겼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금 첫사랑의 파릇한 감정으로 들을 수 있게 해 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아를레키노/낙스스)이 최고입니다. 특히나 생기 넘치는 3악장만은 꼭 들어보시기를!
  19. Maxim Vengerov (막심 벤게로프) - 압도적인 기교와 극적인 무대 장악력을 지닌 천재로, 매 연주마다 강렬한 에너지와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이는 연주자. 한때 뱅게로프는 그야말로 정답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도 유독 찬란하게 빛나던 녹음이 이언 브라운과 함께 다양한 작곡가의 소품을 모은 음반(EMI)입니다. 
  20. Janine Jansen (야니네 얀센) - 풍부하고 표현력 넘치는 음색과 전율을 일으키는 연주 스타일로 비발디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서 현대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음. 2000년대 중반 순전히 표지만 보고 고른 그녀의 비발디 4계 음반(데카)을 들으면서 보기 좋은 떡/먹기 좋은 떡 이론이 실증되는 것을 다시금 경험했었는데, 이제는 위대한 연주자의 대열에 당당히 오른 것을 보니 그간의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하나의 음반을 고르라면 역시 비발디 4계 음반이죠.
  21. Christian Ferras (크리스티앙 페라스) - 순수한 음색과 우아한 감수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비극적인 개인사 속에서도 영롱하고 섬세한 음악적 통찰력을 보여준 연주자. 카라얀과 함께했던 DG의 녹음들도 좋고 제게는 추억의 음반이지만, 프랑스 EMI에서 낸 바르비제와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녹음(EMI/워너)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구하기도 쉬운 편입니다.

 

보너스: 이 사람 어디 갔어? - 사심을 담은 추천

 

명단에는 빠져 있지만 추천하고 픈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있습니다. 객관성은 무시하고 사심만을 가득 담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면 그뤼미오와 함께 LP시절 바이올린곡을 선택할 때 늘 1순위에 오르던 헨릭 셰링(Henryk Szeryng), PC 따위는 고려치 않아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어야 하는 정경화, 그가 뽑아내는 바이올린 소리(음색)만으로도 한자리 차지할 지노 프란체스카티(Zino Francescatti), 강철현에서 음악을 뿜어내던 겨울왕국의 얼음공주에서 거트현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한 빅토리아 뮬로바(Viktoria Mullova), 익숙한 음악에 새로움을 들려주는 크리스티안 테츨라프(Christian Tetzlaff), 장르와 시대 구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에서 늘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프랑크 페터 침머만(Frank Peter Zimmermann), 시대연주 속에서 현대적인 즐거움을 발굴해 내는 파비오 비온디(Fabio Biondi), 줄리아노 카르미뇰라(Giuliano Carmignola), ECM 특유의 음향과 잘 어울려 시대연주이면서도 극히 현대적인 음향을 선사했던 존 홀로웨이(John Holloway)를 고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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