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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山梨) - 국립청주박물관

by 만술[ME] 2025. 9. 16.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판화, 최소한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판화인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의 진품이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전시회인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山梨)>를 다녀왔습니다. 

 

 

후지산에 오르다, 야마나시(山梨) 전시 개요

 

일본의 야마나시(山梨)현은 후지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한 지역으로 센고쿠시대 등장인물 중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주역과 함께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이의 호랑이 다케다 신겐의 고장입니다. 물론 다케다 신겐의 생애를 보면 그 지명도나 인기와는 별개로 그가 차지했던 땅은 크지 않았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번 전시는 야마나시현립박물관과 인연을 이어온 국립청주박물관이 야마나시박물관의 유물을 제공받은 전시회로 전반기(2025. 9. 4. ~ 11. 2.)와 후반기(2025. 11. 4. ~ 12. 28.)로 나누어 전시품을 교체하여 올 연말까지 전시를 합니다. 

 

전시는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토기와 토우, 불교와 무사시대, 우키요에, 아사카와 형제와 무네요시가 수집한 조선 공예품으로 이어집니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포함한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일 텐데,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의 진품은 9/14까지만 전시되고, 이후는 12/26~28에 다시 전시됩니다. 다른 우키요에 작품들은 2주 단위로 교체되어 전시되기에 전시를 완벽하게 보기 위해서는 전반기/후반기 두 번 보는 것이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방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이렇게 우키요에 작품을 한정적으로 전시하는 이유는 작품의 보존 때문인데, 야마나시현립박물관은 2006년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를 구입한 이래 20년간 3주만 전시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판화인 관계로 처음에 약 1,000장을 인쇄했고, 궁극적으로는 8,000장 정도가 인쇄되었다고 하는데, 알려진 바로는 130점 정도가 현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에도시대 우키요에에 사용된 물감은 빛에 민감해서 하늘의 구름(분홍과 노랑)으로 시작해서 바래는 경우가 많아 상태가 좋기가 힘든데, 국립청주박물관에 의하면 이번 야마나기 소장품의 경우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 보다 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다만, 메트에 소장된 4점의 상태는 전부 다른데, 예를 들어 아래 인용한 메트 보관작품의 이미지를 보면 구름이 남아 있는 정도로 보았을 때, 야마나기 소장품 대비 더 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야마나기 소장품은 구름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선명합니다. 이 작품의 소장처 중에는 유명한 곳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에도 대영박물관, 도쿄 국립박물관 등이 소장하고 있고, 보스턴 미술관 (7점), 메트 (4점), 대영박물관 (3점) 같이 여러 장을 소장하고 있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호쿠사이의 후지산의 36가지 풍경 시리즈의 한 작품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의 주인공인 후지산은 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파도와 같은 색으로 채색되어 유심히 그림을 보지 않으면 후지산이 아니라 또 하나의 파도로 보입니다. 이 작품은 첫 등장부터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다른 우키요에 작품들과 함께 유럽의 화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24.6 cm × 36.5 cm, 우키요에(목판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뉴욕

 

워낙 유명하고, 서양미술사에도 영향을 준 작품인 관계로 이 작품에 대한 연구들이 있어왔고, 현존하는 작품들을 망라하여 목판의 손상정도를 유추해 작품의 순서를 찾거나, 사후 별도의 수정을 거친 작품을 찾는 등의 연구가 있어왔습니다. 다만, 세계 곳곳에 흩어진 작품을 열람하면서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 연구는 디지털 이미지를 가지고 진행하곤 합니다. 그중 원본을 찍어 생성된 이미지가 아닌 복제 이미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이 파도의 문양을 보면 됩니다.

 

왼쪽 - 진품 / 오른쪽 - 복제품

 

이 작품의 목판은 현존하지 않지만, 이 작품을 위해 최소 7면의 목판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우키요에 제작을 위해 목판의 양면이 사용된 것을 감안하면 총 4장의 목판이 사용되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이 작품을 엽서에 인쇄해 가져갈 수 있게 한 코너를 운영하는데, 7번 찍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고 네 개의 스탬프로 인쇄할 수 있게 해 놨습니다. 아무튼 연구에 의하면 7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색상 인쇄 부분 비고
진파랑 외곽선, 카르투슈, 서명, 후지산과 바다 본체 2개의 목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
연파랑 바다 나중에 새로운 목판으로 교체
중간 파랑 바다, 후지산 본체, 어구(漁具)  
연회색/진회색 하늘과 가장 뒤편의 보트 인쇄시 2번 사용
연회색 앞쪽의 보트 두대 나중에 새로운 목판으로 교체
노랑 또는 베이지 모든 보트 나중에 새로운 목판으로 교체
핑크 또는 베이지 구름 모든 판본에서 확인되지는 않는 바, 일부는 생략된 것이거나 변색일 수 있음

 

작품의 전반적인 색인 파랑의 경우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세 개의 단계(연파랑, 중간파랑, 진파랑)를 사용했는데, 가장 어두운 부분은 중간파랑과 진파랑이 겹쳐지게 인쇄한 결과입니다. 위 표에 보시는 것처럼 연파랑 목판은 나중에 새로운 목판으로 교체되었는데, 그 교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아래와 같은 맨 오른쪽하단의 파도 부위입니다. 노랑 목판의 경우도 가장 전방에 보이는 보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야마나기 판본은 첫 목판본을 사용한 판본인데, 전반적으로 새로운 목판본에 비해 원래의 목판이 더 정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 - 새로운 목판 (뾰족) / 오른쪽 - 첫 목판 (둥글)

 

위 - 새 목판 / 아래 - 오리지널 목판

 

이렇게 판본의 교체가 필요했던 이유는 목판본의 손상으로, 100여 개의 인쇄본을 점검해 보면 목판본에 어떤 흠결도 없는 비율은 8% 정도라고 합니다. 이번 전시되는 야마나기의 판본은 카르투슈 부분의 세 번에 걸친 손상 중 첫 번째 손상(좌측 하단)의 흔적이 보입니다. 이 판본은 아울러 후지산 정상 우측의 손상도 목격됩니다. 판본의 손상이 카르투슈 1번 → 후지산  카르투슈 2번(좌측 중간)으로 순차적으로 발생한 것이 연구결과이니 야마나기 판본은 첫 목판의 손상 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또한 후지산의 손상의 흔적은 후속 판본으로 갈수록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특징을 지니는데, 야마나기 판본은 손상 초기의 특징을 보입니다.

 

금번에 전시된 야마나기 판본

 

카르투슈와 후지산의 목판 손상 흔적 (야마나기 판본)

 

100여 종의 판본 분석결과 전혀 손상이 없는 판본의 비율이 8%, 카르투슈 1번 손상이 8%, 후지산의 손상이 13%이니 금번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된 야마나기 판본은 인쇄작 순서상 16%~29% 정도에 해당한다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전혀 손상이 없는 판본으로는 대표적으로 메트 판본 중 하나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국립청주박물관 상설전시 외

 

일본 후쿠오카 근교의 다자이후 규슈 국립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산속에 위치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박물관의 매력이 인상적이었는데, 국립청주박물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산자락에 공원을 지향하는 느낌으로 여러 개의 건물이 늘어서 있으면서도 한옥의 특징적인 느낌을 제법 잘 살린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상설 전시품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 국내 곳곳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들에 비해 특별히 대단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물 흐르듯 이어지는 동선과 함께 전략적인 큐레이션이 같은 유물이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중간중간의 공간이 외부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여유로운 공간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느끼게 해 주고, 곳곳이 전형적인 박물관 보다 갤러리의 느낌을 줄 수 있게 구성되어, 한편에 앉아 휴식을 취하면서 공간이 주는 정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국립청주박물관 특별전시관, 청명관 입구

   

 

 

 

 

상설전시의 최종장 - 신라 금관!

 

전시 공간 외에도 박물관 주변의 산책로도 좋아 계절별로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해 가끔 들르던 공간인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제는 유료 특별전이 유명세를 타지 않는 평시에도 붐비는 장소가 되어버린 지금, 조금 멀리 가야 하지만 좀 더 조용하고 고즈넉한 대안 공간을 찾아서 기쁩니다. 

 

보너스 - 만술부인의 오마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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