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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콘서트 고어 활동 재시동

by 만술[ME] 2025. 7. 20.

한 때는, 회사에서 도보로 갈 수 있었고, 마음에 드는 공연을 자주 했기에 LG아트 센터의 연간 패키지를 매년 끊기도 했고, 한 달에 10여 차례 음악회/공연을 다니기도 했지만, 음악회를 안 간지 제법 됩니다. 작년이야 1년 내내 실업자로 살았으니 여력이나 집에서 나올 이유도 없었다 해도, 그 전이나 그 후를 포함해도 제법 긴 기간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악회를 가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회를 잘 가지 않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지나치게 높아진 티켓 가격과 불합리한 좌석 등급

 

아주 오래전이지만 A석이 좋은 좌석이었는데, 어느 순간 S가 생기고, R도 생기더니 그것도 모자라 VIP가 생기는 등 좌석의 등급이 마구마구 올라가고, 그것도 모자라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여기에 연주회장 거의 모든 곳을 최고 등급으로 깔아버린 듯한 불합리한 좌석 배정을 보면 표를 사고픈 생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2. 피켓팅이 되어버린 티켓팅

 

기획사 회원 자격으로 미리 좌석을 배정받거나, 그렇지 못한 일반 티켓팅에서도 어지간하면 쉽게 좌석을 구하고, 최소한 좋은 자리는 아니어도 표를 구할 수는 있었는데, 요즘은 대부분의 공연이 피켓팅이 되었습니다. 그 가격을 주고 공연을 보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3. 뻔한 레퍼토리

 

비싼 표값에 펜덤을 만족시키기 위함인지 연주회에 올라오는 곡들은 전형적입니다. 뭔가 신선한 곡이 드뭅니다. 음반과 스트리밍으로 정말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막상 연주회장에서는 수십 년 전 음악을 처음 듣던 시절에 많이 듣던 (물론 지금도 듣기는 합니다만) 음악 위주로 들어야 하고, 다음번 연주회도 또 비슷한 레퍼토리라는 것이 식상합니다.

 

4. 집에서 듣는 감상의 우월성

 

집의 오디오로 듣는 것이 연주회장에서 듣는 것보다 더 나은 레퍼토리, 더 나은 연주, 더 나은 음질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실황이라는 특수성이 이 모든 것을 상회하는 감동을 줄 수 있고, 주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몰입을 안겨주는 연주회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반면 집에서는 긴 곡을 끊어 들을 수도 있고, 중간에 간주곡 스타일로 장르를 바꿔 들을 수도 있고, 연주회장의 음향 이상의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어쩌다 한번 오는 연주자들을 매일 같이 영접할 수도, 아예 이제는 고인이 된 과거의 명인들의 연주도 실황의 느낌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연주회에 가서 듣는 감상의 장점으로 제게 남은 것은 이제는 연주회장과 실황이 주는 아우라 정도인 듯합니다. 연주회장 로비에 들어섰을 때,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데서 느끼는 묘한 동지의식, 그리고 홀에 울리는 그들의 웅얼거림이 주는 기대감, 연주 시작전이나 악장 간의 잠시의 휴지기에 들리는 작은 소음들이 주는 역설적인 고요함과 정적이 주는 긴장감. 이 연주회장의 아우라는 제 경험에 의하면 연주자의 스타성, 티켓의 가격, 연주회장의 규모, 공연의 레퍼토리와는 상관없이 어떤 연주회, 어떤 공연장이건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 회사의 급한 현안이 정리된 김에 이번 달부터 회사 근처에 도보로 갈 수 있는 콘서트 홀을 가끔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가능하면 실내악이나 독주회 위주로, 레퍼토리나 연주자에 상관없이 표를 구할 수 있고, 평일 저녁이라는 조건으로, 그냥 회사에 차를 놔두고 걸어서 잠깐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연주가 별로면 그냥 인터미션 때 나와 퇴근하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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