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한 지 몇 년 되지는 않았지만, 관심 가는 전시를 자주 해서 일 년에 한두 번씩은 찾아가게 되는 미술관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아르누보의 꽃 : 알폰스 무하 원화전>이라는 제목으로 때마다 돌아오는 듯한 무하의 작품 전시가 <또> 있어 다녀왔습니다. (마이아트뮤지엄도 개관 전시로 알폰스 무하 전시를 한 바 있습니다.)
제가 벨 에포크 시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 블로그를 가끔 들르시는 분들이라면 도서 추천 등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인데, 벨 에포크 시대의 미술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경향이 아르누보이고, 아르누보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가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일 것입니다. 딱히 미술에 관심이 없어도 예쁜 그림만으로도 관심이 가고, 그림체만으로도 시대의 풍취를 느낄 수 있어, 전시장에 가면,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책, 영화, 음악 등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접했던 사라진 시대에 대한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은 일부 디자인 장식품을 포함하여 회화(포스터, 드로잉 등) 중심의 300여 점입니다. 시기는 사라 베르나르의 극장 포스터부터 프라하로 돌아가서의 민족주의 시기까지 비교적 고르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슬라브 서사시>는 영상으로만 감상할 수밖에 없기에 베르나르 시기에서 뉴욕 이전까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실 저나 일반적으로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작품들은 이 시기에 집중되어 있으니 크게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구성이나 작품이 그간의 무하 전시회와 비교해서도 알차서 최소 두 시간은 잡아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데, 서울시에 위치한 사설 미술관들이 그렇듯 주차가 만만치는 않은데, 마이아트뮤지엄은 그나마 섬유회관 빌딩에 위치한 덕에 주차가 가능합니다. 다만, 2시간까지 혜택을 받고 이후는 살인적인 강남의 주차요금이 적용되는 관계로 차량을 가지고 가는 경우에는 유의하셔야 할 듯합니다. 아니면 와이프처럼 모 카드의 주말 무료주차 혜택을 이용하시거나, 인근 백화점 무료주차 쿠폰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 관련 상품 중 가장 탐나는 것은 아무래도 이번 전시 작품이 모두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전시도록일 것 같은데, 인쇄질이나 종이질이 좋아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만약 조금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효과를 원하시면 2021년 번역 출간된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을 구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록 작품의 수는 이번 전시도록보다는 적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세부가 수록되어 있기도 해서 일반적인 도록보다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30 × 30 cm의 정사각형 판형이라 이번 전시 도록보다는 약간 큰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묘한 건 원서가 번역본 보다 아주 조금 싸게 국내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음료가 제공되는 패키지 티켓이었던지라 전시를 보고 나서 <무하의 무화과>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음료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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