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 게임 - 취미생활

[게임]데드 오브 윈터 : 크로스로드 게임 -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보드게임

by 만술[ME] 2024. 11. 9.

 

 

한때 마이너 한 B급 장르로 여겨지던 좀비 이야기는 이제 국내에서도 <부산행>, <킹덤> 같은 작품 덕에 제법 친숙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는 보드게임 <데드 오브 윈터 : 크로스로드 게임>도 그 장르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배경이 좀비 아포칼립스의 겨울이기에 날이 차가워진 요즈음 시작하기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설정]

 

게임의 설정은 미드 <워킹데드>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피난처에 모인 생존자를 플레이하면서 게임에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드라마처럼 플레이어들은 학교, 주유소, 슈퍼, 병원 등을 수색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동이나 수색에는 좀비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따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좀비를 처치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위험이 따르기는 마찬가지죠. 아울러 피난처도 안전하지만은 않아서 입구가 돌파되어 좀비가 침투해서 생존자를 공격,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데드 오브 윈터>는 일종의 협력 게임이기에 플레이어들이 단순히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게임에 주어진 공동목표를 함께 노력해서 달성해야 합니다. 공동 목표는 게임을 할 때마다 다른 내용을 진행할 수 있도록 몇 가지가 있어 그중의 하나를 골라 게임을 수행합니다. 특정한 자원을 모으거나,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하는 등 이런저런 목표가 있습니다. 아울러 사용자들이 만든 시나리오도 적용할 수 있고 (균형을 위해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겠지만) 자기만의 룰을 만들어 목표를 만들고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데드 오브 윈터>는 이렇게 단순하게 공동목표만을 달성한다고 게임의 승리를 달성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동목표 외에 플레이어 각자는 개인별 비밀목표를 가지고 있고 공동목표뿐 아니고 각자의 개인목표도 달성해야 진정한 승리자가 됩니다. 개인목표는 좀비 아포칼립스 드라마나 영화처럼 게임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공동목표가 특정 수량의 어떤 물품을 모으는 것인데, 개인목표에도 그 물품을 확보해야 한다면 플레이어는 공동목표를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이기적이 되어 자신의 목표를 우선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며,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다른 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게 됩니다.

 

여기에 점입가경으로 플레이어 중에는 배신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신자의 개인목표는 아예 공동목표를 망치고 자신의 목표만 달성하는 것입니다. 확률적으로 플레이어 중에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고 플레이어들은 이번 게임에 배신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기에 플레이 중에 상대를 믿을 것인지 아닌지 늘 딜레마에 빠집니다. 배신자는 언제건 그간 노력해서 달성 중인 공동목표에 한순간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배신자를 색출해서 추방해야 하기에 플레이는 눈치작전이 난무하게 되고 현실적인 좀비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게 됩니다.

 

여기에 특정 상황, 인물, 행동 등에 의해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크로스로드 카드>가 있는데, 이 카드는 같은 시나리오라도 게임에 의외성과 플레이마다의 특수성을 부여합니다. <크로스로드 카드>는 각 플레이어의 턴마다 새로 뽑고 해당 플레이어는 그 내용을 볼 수 없기에 일부러 조건을 발동시킬 수는 없고 카드에 따라 특정 캐릭터에만 적용되는 경우도 많아 어떤 카드가 발동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만 일단 발동되면 경우에 따라 게임의 판도에 제법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캐릭터가 학교로 이동할 때 발동되는 카드가 마침 현재 플레이어에 적용되었다고 한다면, 카드의 내용은 <학교 한편에 자물쇠로 잠긴 문 안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다. 문을 열 것인가 아닌가?> 같은 것이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문을 열었더니 좀비 때가 쏟아져 나왔다거나, 몇몇 생존자를 찾아서 기지로 데리고 온다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장점과 단점]

 

제품의 패키징은 호화로운 패키징은 아니지만 부실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게임판은 너무 얇아서 좋지 않습니다. 캐릭터 정도의 두꺼운 보드지로 게임판을 만들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디자인도 취향에 맞게 스스로 디자인을 해서 즐기시는 분들도 계시죠. 

 

게임의 최고의 장점은 단순한 협력게임이 아닌 협력과 이기심과 배신이 공존하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특히 배신자가 있는 경우에는 한순간에 공동목표가 무너지고 배신자가 승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배신자에게 유리한 게임이란 점인데, 이것은 플레이어들의 수준에 따라 적절히 배신자가 나올 확률을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합니다. 

 

크로스로드 카드 시스템도 장점이자 단점인데, 각 게임의 특수성을 주면서 흥미진진함을 더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생각보다 발동할 확률이 낮아 어떤 경우에는 게임 내내 한 번도 발생 안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취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에만 적용되는 카드가 나왔고 그 캐릭터가 지금 게임에서는 활용되지 않는 다면 한 장을 더 뽑는다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카드를 두 장씩 뽑아서 발동확률을 높인다거나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들이 만든 이런저런 커스텀 시나리오들이 있어 주어진 시나리오가 시시해진 경우에 색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원한다면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게임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모든 보드게임이 그렇지만 최고의 단점은 상황극에 몰입하지 않는 플레이어와 함께 게임을 하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입니다. 진짜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생존한다는 마음과 지금 밖에 좀비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긴박감에 젖어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몰입을 못하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면 그냥 주사위 굴려 좀비 처치하고, 자원을 모아 목표 달성하는 시시한 게임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아마 그렇기에 유튜브에는 게임 플레이 시 틀어 놓기 위한 스산한 음악이나 좀비 소리가 녹음된 BGM이 제법 공유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테마에 흥미가 있다면 한번 플레이해 볼 만한 게임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