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직전 독일 쾰른과 프랑크푸르트 인근을 다녀온 이후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전에는 몇 년간 와이프와 아이들은 다양한 나라를 매년 한 나라씩 한 달 유람 스타일로 다녔고 저는 동참했다가 휴가 일정 때문에 초반에만 함께하다 귀국하곤 했고요. 한 달 유람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제가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한 달 유람을 하고 나서는 아이들을 혼자 챙겨야 하는 와이프가 일정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지라 그 몇 년 간이 와이프는 좋기도 했지만 나름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외유가 불가능해지자 핑계김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이후에도 국내 여행에만 치중하고 해외여행은 전혀 내켜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던 마일리지를 정리하다 보니 두 항공사에 아직 쓰지 않은 마일리지가 제법 많이 남아있더군요. 쉽지는 않겠지만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1:1 보상에 베팅을 해보기로 하고, 대한항공의 제 마일리지를 털어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와이프와 아이들 마일리지도 털면 더 멀리 갈 수 있지만, 이번에는 가장 많이 쌓인 제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따져보니 타이완이 좋을 듯했습니다. 트럼프가 취임을 하고 나면 양안관계는 지금 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니 올해 안에 다녀오는 것이 나중에 생각하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국-중국의 관계, 그리고 그 중심에 위치한 양안관계에 대해 제가 아는 한 가장 훌륭한 책은 마이클 베클리와 할 브랜즈가 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 Danger Zone>)입니다. 저자들은 과거 역사의 사례들을 통해 중국의 성장과 희망이 꺾이기 시작하는 현시점이 중국이 무력 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점(danger zone)이라고 합니다. 특히 내년부터 2030까지의 기간이죠. 중국이 행동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꺾인 것이 명확해져 시간이 더 이상 자기들 편이 아닌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은 거의 대등한 힘이 남아 있기에 지금이 주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서 행동에 나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지점은 당연히 타이완입니다.
러시아가 각종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의 배경이 식량과 연료의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점임과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식량과 연료 모두 대외 수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이 그 안전의 확보 없이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감수하고 행동을 결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역사를 생각하고, 타이완 내 친중파가 의외로 강세임을 생각하면 완전한 무력 침공이 아닌 크림반도 스타일의 시나리오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책의 목표는 미국입장에서의 <문제풀이와 해답지> 형식인지라 위에 적은 제 의견과 같은 분석보다는 미국이 해야 할 액션플랜에 치중되어 있습니다만, 왜 중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가 조금은 이성적이지 못한 듯 보이는 강수를 두고자 하는지에 대한 뛰어난 역사-정치학적 해석을 읽을 수 있으며, 특히 트럼프 집권이 현실화되어 미-중 관계가 더 복잡해질 것이 확연해진 지금 필독할 가치가 있는 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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