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비잔티움은 동-서로마의 분리, 십자군 전쟁과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약탈,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폴리스의 몰락과 그것이 서방에 미친 영향이나 성상파괴주의 등의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언급할 때 배경이나 조연으로 드문드문 등장하는 정도가 보통입니다. 비잔티움이라는 용어조차 스스로가 칭하던 이름이 아닙니다. 그래서 비잔티움의 시작과 끝에 대해 체계적으로 시작할 때 참고할만한 책도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인지도 있는 책은 비잔티움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라 할 수 있는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지만 우선 너무 방대하고 역사학자의 전문적인 역사서도 아니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익숙한 이름 새로운 시각>이라는 모토에서 바빌론, 히타이트의 역사서를 출간한 <더숲히스토리> 시리즈로 2023년 <비잔티움의 역사>가 번역 출간된 덕분에 비잔티움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더군다나 원서가 2015년에 출간된 것을 고려할 때 최신의 연구성과까지 반영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비잔티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책을 찾는다고 해도 읽을 수 있는 국내 서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한계지만 말이죠.
<비잔티움의 역사>는 여러 장점이 있는데, 우선 정치사나 전쟁사 같은 사건만을 다루지 않고 시대별로 사회구조와 문화사를 함께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나열들만 읽으며 느끼는 지루함도 적고 (끊임없는 쿠데타를 통한 비슷한 이름을 가진 황제들의 출몰은 계속 읽다 보면 정신없기 마련입니다), 사회와 문화의 차원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어 보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둘째로 저자가 라틴어화 된 이름과 지명을 지양하고 그리스어식으로 고유 명사를 사용한 취지를 살려 번역에 있어서도 가능한 그리스식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현재의 지명을 추가하는 등 독자의 이해를 위한 배려를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부록으로 비잔티움 세계의 이민족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덧붙였는데, 그 내용이 길지는 않지만 책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당시의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서양사를 읽으면서 동-서 로마로 분열된 뒤 동로마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거나, 십자군이 약탈하기 전까지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어떤 도시였는지 궁금하거나, 천년을 이어온 제국이 왜 오스만 튀르크에게 무너졌는지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시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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