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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스포츠]프로레슬링 또는 WWE에 얽힌 이야기들

by 만술[ME] 2024. 11. 27.
난…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어.

헐크 호건이 얼리밋 워리어와 격돌하는 순간들.
마쵸맨 랜디 새비지가 엘리자베스와 결혼하던 것.
숀 마이클스가 마티 자네티에게 슈퍼킥을 날리며 더 락커스에 종지부를 찍던 장면.
더 락이 락키 마이비아로 데뷔하던 장면과 스티브 오스틴이 링마스터로 등장하던 장면도.
렉스 루거가 요코주나를 들어 매치던 순간이나 브렛 힛맨 하트가 몬트리올에서 배신을 당하던 순간도 봤지.
트리플 H가 헌터 허스트 험슬리라는 재수덩이 귀족 기믹을 수행하며 금발을 날리던 장면과 어디서 닮지도 않은 가짜 디젤과 레이저 라몬을 끌어다 등장시킨 장면도 말이야.

 

 

디젤과 숀 마이클스

 


김일이 국민영웅으로 추앙받고, 그 후계자는 천규덕이라 생각되던 시절, 프로레슬링을 즐겼습니다. 아마 이 시절의 프로레슬링은 차범근의 축구나 고교야구만큼 인기 있는 종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레슬링은 짜고 하는 가짜”라는 폭로가 충격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프로레슬링을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재미없는 이노키와 알리의 대결을 보면서도 누워서 발길질만 해대는 이노키를 응원했으니까요. 다만, 국내 경기는 줄고 오히려 AFKN을 통해 WWF를 보게 된 것으로 달라지기는 했지만.

AFKN을 통해 볼 수 있는 경기는 한정적이었습니다. 매주 슈퍼스타가 자버를 상대로 간략하게 자기 기량을 한껏 보여주고 이런저런 프로모를 진행하는 <슈퍼스타즈>가 주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요즘으로 말하면 PLE인 PPV 게임은 시간지연을 거쳐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친절한 ib스포츠 같은 중계가 없었으니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더 무지막지하게 이상한 발음을 힘주어 쏟아내는 레슬러들의 발음을 알아듣기 위해 무단히 노력해야 했고, 덕분에 딱히 토익이나 토플 같은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영어 듣기 능력이 향상되는 부수적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급기야는 입사 시 치른 토익시험에서 동기중 최고점을 맞더니 몇 년 뒤에는 사내 최고점을 기록해 해외사업부장님에게 저희 사업부장님이 직원들 공부 좀 시켜야겠다고 야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절 수 없이 헐크 호건이나 랜디 새비지를 좋아했지만, 어느 정도 커가면서부터 디젤(캐빈 내쉬), 바티스타, 숀 마이클스, 미스터 퍼팩스(커트 헤닉), 브리티쉬 블독(데이비 보이 스미스), 브렛 하트 등을 선호했습니다. 디젤의 경우는 숀 마이클스의 경호원 기믹으로 나올 때부터, 저 사람이 선수를 한다면 진짜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선수로 전향하자 열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별명이던 <Big Daddy Cool>이 정말 잘 어울렸죠. 바티스타도 비슷한 경우고요. 숀 마이클스는 진짜 성격이 캐릭터에도 드러나는 듯해서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만들어내는 경기의 질에서는 몬트리올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늘 만족스러웠기에 인정을 안 할 수 없었고, 미스터 퍼펙트나 브렛 하트는 기술 시전에 있어 비전문가의 눈에도 너무나 깔끔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아울러 각가 맡은 캐릭터 소화 능력도 훌륭했고요. 브리티쉬 불독의 경우, 승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딜레이드 버티컬 수플렉스를 시전 할 때, 그 딜레이 시간은 늘 경이로웠습니다.

사실 소위 말하는 애티튜드 시대는 이미 직장인이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등성 듬성 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올드 팬들과는 달리 애티튜드 시대에 대해 특별한 로망이나 추억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트리플 H를 제외하면 이시절의 스타들인 더 락, 스티브 오스틴, 골드버그, 브록레스너 같은 선수들에 대해 대단한 선망도 없고, 이후의 존 시나 시대나 로만 레인즈의 시대에 대해서도 딱히 추억이 없습니다. 특히 존 시나나 로만 레인즈의 시대는 작년 말부터 아프리카 TV를 이용해 시청을 재개하기 전까지 시청의 빈도도 거의 일 년에 한두 번이었으니 말할 것도 없죠.

좋아하는 선수 스타일은 깔끔한 테크니션이나 누가 봐도 강력한 파워하우스 계열입니다. 경기 내용상으로는 간섭 없이 클린 핀폴로 이어지는 경기나 적절한 간섭에 의한 핀폴 경기 모두 좋아합니다만, DQ로 끝나는 경기는 좋아하지 않고, 하드코어 한 기믹 매치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얼마 전 벌어진 CM펑크와 드류 매킨타이어의 스틸케이지 매치 같이 잘 짜인 내용에 훌륭한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한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또한 싫어하는 경기 스타일은 랜디 오튼이 자주 보이는 것 같은 뻔히 보이는 셀링을 하는 경우, 코디 로즈나 군터가 보여주는 올드 스쿨 레슬링 스타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현대 WWE의 세 브랜드의 메인 남성 챔피언인 코디 로즈, 군터, 트릭 윌리암스 모두의 경기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군요.^^ NXT 타이틀 홀더 중에는 얼마전 트릭에게 빼앗긴 이단 페이지가 훨씬 뛰어난 선수라 생각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선수들 중에서는 드류 매킨타이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피지컬도 훌륭한데 기술 구사도 좋으니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피니셔가 좀 설득력이 없지만 현시대의 숀 마이클스라 할 수 있는 세스 롤린스도 훌륭하고, 어지간하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케빈 오웬스도 좋습니다. CM펑크는 처음 복귀 시 경기력/체력에 실망을 했지만, 마이크웍이나 존재감에서 인정을 안 할 수는 없었는데, 드류 매킨타이어와 갈등하면서 환골탈태를 해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아울러 정말 맛깔나게 당해주곤 하는 JD 맥도너, 오스틴 씨어리, 그레이슨 월러도 좋더군요.

여성 중에서는 리아 리플리는 존재감이나 실력이나 최고라고 생각하며, 경기 중에 늘 열심히 하는 게 느껴지고 캐릭터 소화도 훌륭한 리브 모건과 첼시 그린은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첼시 그린은 이번 여성부 초대 US 타이틀 토너먼트에 우승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이아 잭스와 티파니 스트래튼의 케미와 경기력도 마음에 듭니다. 이오 스카이도 경기력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만, 이번 워게임스에 비앙카 벨레어 쪽에 엮이는 것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성 디비전은 좋은 선수들도 제법 되지만, 빨리 NXT 선수들로 세대교체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선수들도 제법 되는데, NXT에서 콜업된다고 해도 중요한 건 경기력만이 아니고 좋은 각본과 그에 대한 팬들의 호응일 텐데 RAW나 Smackdown이나 메인 챔피언 라인의 각본 외에 딱히 그럴듯한 내용이 없어 아쉽습니다. 두 브랜드가 모두 여성부 2선 타이틀을 신설하는 만큼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풍성한 재미를 선사했음 하는 마음입니다.

 

국내야 ib스포츠가 2025년까지는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Raw가 넷플릭스로 이전되는 만큼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고, 존 시나의 은퇴투어도 계획되어 있으니 2025년의 WWE는 여전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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