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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 (세르히 플로히 지음, 글항아리)

by 만술[ME] 2024. 10. 8.

작게는 우리가 늘 체험하는 물가에서부터 크게는 국제적 정치지형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 삶에서 많은 것을 비가역적으로 바꿔왔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은 2023년 출간되고, 올해 9월 번역 출간된 따끈한 신간으로 이 전쟁의 기원과 원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또는 주변에 네오나치론 같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를 따라 읊으며 양비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분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나 책의 부제가 <역사의 귀환>인 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책이 주는 통찰과 달리 <라이프>지 느낌의 표지는 (아마도 마케팅 때문이겠지만) 아쉽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한 뒤, 현재는 하바드 우크라이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역사학자답게 세르히 플로히는 10세기 형성된 중세국가 <키이우 루스>의 기원신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기원에서 시작해서 민족주의의 부상, 러시아제국의 몰락과 소련의 성립, 소련에서의 우크라이나라는 지역에 대한 의미, 이어지는 소련의 붕괴와 민주화와 권위주의화의 갈등,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다른 길을 걷게 된 우크라이나의 사건들을 되짚으며, 무려 250쪽의 분량을 전쟁발발 직전까지의 역사적 흐름에 할애합니다. 총 566쪽 중 참고문헌과 색인을 제외한 본문 477쪽의 무려 절반을 역사 이야기에 투자한 것인데, 이 전반부가 (특히 뉴스 등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아는 분이라면)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흥미롭고 유익한 부분입니다. 

 

후반부의 내용은 침공 이후 키이우와 동부전선에서의 우크라이나의 극적인 방어, 이어지는 교착상태와 반격, 그에 따른 국제 정세지형의 변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의 출간 이후 미미한 변화는 있었지만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는지라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낡은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필요는 없으며, 이 책의 주요 내용과 장점은 전쟁 자체의 흐름과 진행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전반부의 역사적 관점과 후반부의 국제적 정세에 대한 통찰에 있기에, 오히려 하마스-이스라엘 갈등으로 인해 시야에서 멀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와 왜 우리가 주목해야 되는지를 되새기는 계기로 이 책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 역사의 귀환>은 역사에 대한 조작된 관점이 어떻게 침략 전쟁으로 이어지며, 또 그 명분이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친일 뉴라이트의 역사왜곡이 단순히 <관점의 차이>, <학문적 자유> 따위로 포장되어서는 안되며, 종국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도 왜 이들을 용납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한 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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