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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 (텐위빈 지음)

by 만술[ME] 2024. 8. 16.

 

 

모회사인 <문학동네>의 힘이 아니고서야 이런 책으로 돈을 벌기는커녕 본전 치기라도 가능할까 싶은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글항아리>의 근간인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입니다. 공개당시 오픈런을 불러일으킨 중국의 국보급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북송말기 청명절, 수도의 자잘한 모습을 그린 그림에 대한 미시적 해설서가 번역출간된 것은 놀랍기도 하고 반가운 일로 정말 글항아리 같은 출판사 아니면 엄두도 못 낼 프로젝트 아닐까 생각됩니다. 

 

<청명상하도>는 북송말기 수도인 변경(허난성 카이펑)의 청명절 모습을 성밖에서 부터 성문을 지나 조금 진입한 부분까지를 그린 세로 28.4cm, 가로 528cm의 <권>으로 되어 있는 그림입니다. 채색은 되어 있지만 <담설>이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내용은 <월리를 찾아라> 북송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저잣거리 풍경으로 (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세지만) 814명의 사람, 28척의 선박, 60마리의 동물 등이 오밀조밀 그려져 저마다의 독특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청명상하도> 전체 - 오른쪽 위부터 시작

 

도서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는 곳곳에서 이들 군상이 벌이는 숨겨진 이야기를 때로는 저자의 상상력을 곁들이고, 때로는 역사적 사실들을 뒤져 36가지의 꼭지로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꼭지마다 한가지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이 꼭지들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장면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책에 첨부된 전체 화보나 책 곳곳에 삽입된 부분 확대도를 보면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김용의 무협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사조영웅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북송의 말기 모습이란 점을 감안하며 즐기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 부모들이 전반적인 느낌과 윤곽, 그리고 분위기만을 보고 넘어가는 반면 아이들은 미세한 부분에 집중하며 놀라운 발견을 하곤 합니다. 전시회장에서 대충 훑어보며 하나라도 많은 그림을 보려는 흔한 감상 방식을 넘어 그림 하나라도 집중하며 숨겨진 이야기(붓자국이나 얼룩, 미묘한 색의 변화 등)를 찾는 감상법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전체를 컬러로 인쇄해야 했기 때문에 이해는 가지만 하드커버나 사철제본도 아닌 250쪽짜리 책이 2만 원이 넘어가는 가격이라는 아쉬움이었고, 둘째는 우리나라의 그림 (예를 들어 그리도 자랑하는 <의궤>) 관련해서 이런 종류의 즐겁고 유익한 책이 없다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월리를 찾아라> 한권이 1만 5천 원 정도 하니 그 돈으로 <청명상하도 - 송나라의 하루>를 읽으며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재미와 북송말기 풍속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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