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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게임 - 취미생활

[독서]도시전설의 모든 것 (브룬반드 지음) - feat. 급발진, TWG, 바샤커피

by 만술[ME] 2024. 8. 22.

[어떤 이야기]
 
모 자동차 회사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순간에 다음과 같은 <급발진>이라고 부르는 전자적 오류(전문용어로 <전자기기 헷가닥>)가 발생하는 전자장치를 차량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브레이크를 밟으면 악셀을 밟은 것처럼 가속되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밟을수록 엔진은 미친 듯 가속을 한다. 또한 브레이크의 느낌은 마치 악셀를 밟은 것처럼 딱딱해진다. 이때 단순한 전기적 신호로 작동하게 되어 있는 브레이크등은 전자적 장치의 오류로 차단되어 들어오지 않으며, ECU는 풀브레이크 상태를 풀악셀 상태로 거짓 기록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이런 증상과 관련한 국내 최고 전문가들(정비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이들 전문가들은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거나 자동차 설계 등에 관여한 적은 없지만 방송출연 횟수로 미루어 최고의 전문가임이 이미 증명된 상태다)이 판매하는 페달 블랙박스를 구입해 장착하는 것이며 (블랙박스가 자동차의 전자적 오류를 어떻게 예방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런 유형의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이들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감정서>나 <변호>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자동차의 이런 전자적 오류의 영향은 매우 심각해서 페달 블랙박스가 장착된 차량이 이런 사고를 당한 경우에 증거로 제출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자동차의 전자적 오류는 모종의 EMP를 방출하여 녹화된 내용을 삭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점은, 유일하게 제출된 1건의 사고 당시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 전자적 오류는 심지어 브레이크대신 악셀패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영상을 조작해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당시 운전자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내가 브레이크를 못 밟더라"라는 증언에 의거 자동차의 전자적 오류가 인간의 인지능력이나 운동신경에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가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모 자동차회사와 결탁된 것으로 보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런 사고에 대해 ECU, 주변 자동차의 블랙박스, CCTV 등에 의거해 자동차 오류가 아닌 운전자 오류로 판별하곤 하는데, 이러한 판결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관되다는 사실로 미루어 글로벌 기업인 모 자동차회사는 전세계적인 로비를 통해 사법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운전경력 30년 이상의 배테랑 운전자가 실수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쇼츠 동영상을 20분 시청했음에도 핸드폰 시계는 2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표시하는 등의 전자적 오류는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

[책소개]

국내 최고 자동차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창작한 최신 버전의 국내버전 도시전설과 같은 (미국위주의) 도시전설을 모아 놓은 책이 <도시전설의 모든 것>입니다. 저자인 얀 브룬반드는 민담 연구자로 시작해 도시전설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고 분석한 이와 관련하 서적도 몇 권 저술한 그야말로 도시전설 전문가입니다. 1,000쪽이 넘어가는 24가지의 주제로 묶인 각종 도시전설들이 가능한 제보자의 목소리 그대로 수록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에는 브룬반드의 해설이 달려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들의 기원은 정말 오래된 1800년대에 시작된 이야기부터 있고, 대부분 시대를 지나오면 새롭게 각색되거나 반복되어진 이야기인지라 상당수 이야기들은 어떤 버전으로든 <리더스다이제스트>나 <소년지> 등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들이라 신선한 매력은 떨어지지만,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매력은 아직도 여전합니다. 아마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시대를 거듭하며 재생되고, 변이 되고 하는 것이겠지요. 이제 어떤 이야기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클리셰의 지위까지 획득한 사례도 있습니다.

상당수 이야기의 최초 전달자인 <친구의 친구>는 정말 이야기 전달의 묘미라고 생각되는데, 화자가 이야기의 사실관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해주면서 사실성을 적절히 보장해 주는 이중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이런 화법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고, 제일 앞에 언급한 급발진 사고 관련해서도 저는 <친구의 친구>가 당한 일로 전달받은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아울러 제가 지인에게 들은 <너무 사실 같아 사실 같지 않은 이야기들>도 늘 그 지인의 <친구의 친구>가 겪었거나 목격한 이야기였음을 생각하면 <친구의 친구>는 팩트체크로 얼룩진(?) 우리 삶을 조금은 빡빡하지 않게 살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이들 과거의 도시전설이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웃음을 주거나 괴담수준의 공포심을 조장하는 정도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미미하고 (몇몇 브랜드에 대한 괴담을 제외하면) 악의나 상업적 의도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면 요즘은 상업적 의도에 의한 도시전설이 많고 파급적 효과도 큽니다. 위에 언급한 <급발진> 전설도 결국은 그 주동자들의 경제적 이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큰 사고로 변형되어 인명피해를 가져오기도 하며, 설립된 지 20년도 안된 찻집이 200년 된 찻집으로 교묘히 포장되거나(TWG) 가격과 포장만 비싼 커피(바샤커피)가 모로코의 파샤가 마셨던 커피로 포장되어 누군가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쪽에서는 법적인 공방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모호함으로 포장함으로써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소비자가 상상하게 하고 있기는 하죠. 
 

Since가 빠진 1837 - 우린 단지 싱가포르 상공회의소가 설립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그 숫자를 넣었을 뿐이라구요!

  
 

TWG의 커피버전 - 마라케시에 있는 파샤 궁전의 설립연도를 기념하기 위한 1910이라는 숫자와 마라케시에는 궁전을 리모델링한 박물관에 점포 하나 달랑 내놓고 싱가포르에서 주로 장사하면서 &lt;마라케시&gt;를 강조한 멋진 마케팅! (국내 론칭은 역시 이미지가 유사한 L그룹!)



아무튼 혹시라도 고전적인 도시전설들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다만 안그래도 부피가 커서 책 가격이 올라가는데, 하드커버로 내어 (1,000쪽짜리 책을 다른 방법으로 내는 건 분철 밖에 답이 없긴 하겠지만) 5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좀 부담이기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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