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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최근 읽은 SF 시리즈 - 링월드, 별의 계승자

by 만술[ME] 2024. 4. 11.

전에 언급했던 대로 최근 읽은 SF시리즈 두 편에 대한 소개를 올릴까 합니다. 

[링월드 시리즈]

 링월드 시리즈는 래리 니븐의 <링월드>를 시작으로 프리퀄 시리즈와 시퀄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가 오늘 다룰 이야기는 링월드 본편과 시퀄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아래와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1. 링월드 (Rongworld)

2. 링월드의 건설자들(Ringworld Engineers)
3. 링월드의 왕좌(The Ringworld Throne)
4. 링월드의 아이들(Ringworld's Children)

링월드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작품에 등장하는 링월드라는 구조물의 규모입니다. 더 거대한 구조물인 다이슨구의 지름을 슬라이스 해서 반지모양으로 만든 듯한 링월드는 그 지름이 대략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의 두 배, 표면적은 지구의 300만 배에 이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공구조물입니다. 이런 구조물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구조물안에는 어떤 존재들이 살아갈까 하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죠.

아쉬운 점은 구조물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너무 작고 국지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2권부터는 소위 링월드의 생존과 운명을 건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여전히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과 구성원은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거대한 위기의 느낌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이런 실감나지 않는 위기감은 하드 SF적인 거대구조물을 배경으로 하지만, 벌어지는 사건과 등장인물들, 그리고 해결방식이 SF라기보다는 스페이스 오페라 같다는 점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은하계를 거의 순간이동급으로 날아다니고, 행성 하나를 단숨에 파괴시킬 무기와, 하는 것으로 봐서는 시각적 효과를 통한 공포감 심어주기 외에 왜 그런 거대한 전함이 필요한지 알 수 없는 거대 우주선을 보유했으면서도 나폴레옹 시대의 해전과 지상전을 보여주는 <비대칭적> 문명을 보유한 옛날 어느 먼 은하계의 사건들처럼 링월드의 사건들과 그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중세적입니다. 그 최종 해결방법이 궁극적으로는 몸싸움이에요. 더구나 그 링월드라는 멋진 구조물에 서식하는 존재들(도시건설자, 구울, 흡혈귀, 수중인간 등등)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래리 니븐이 링월드의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답하기 위해 2권을 썼다고 하는데, 자꾸 딴지걸면 어떻게 되나 보란 듯 일부러 그런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만약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면, 그리고 벌어지는 서사가 좀 더 흥미로웠다면 거대 구조물 스페이스 오페라로서의 장점이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그 구조물의 신비와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들이 양념처럼 들어가면 최상이죠. 한데, 링월드의 등장인물 중 그나마 매력적인 것은 머리 둘 달린 퍼페티어 종족뿐입니다. 특히 주인공 루이스 우는 평범하면서도 비호감입니다. 연륜과 경험이 가장 큰 무기인데, 작품에서 그게 발휘된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본편인 <링월드>만은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실 다음 이야기들을 위한 서장(원래 니븐의 의도는 후편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고는 합니다)의 성격이 강하고, 거대 구조물도 요즘 같이 전 우주적인 사건들이 영화와 드라마, 소설에서 넘처나는 세상에서 신기할 일이 없을지 몰라도 구체적인 언어와 그 안에 던져진 등장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그 규모감과 신비로움만으로도 책을 읽어볼 가치는 있습니다. 아울러 캐릭터들에 대한 비호감도 처음 접할 때는 덜하고 몇몇 설정은 좀 재미있기도 합니다. 

[별의 계승자 시리즈(거인 시리즈)]

제임스 호건의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국내에 소개되면서 1편의 제목이 시리즈 제목으로 변한 사례인데, 시리즈 각권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별의 계승자 (Inherit the Stars)
2.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The Gentle Giants of Ganymede)》
3. 거인의 별(Giants' Star)
4. 내부우주(Entoverse)
5. 미네르바의 임무(Mission to Minerva)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하드 SF라 할 수 있지만, 내용이나 진행은 하드하지 않고, 과학에 대해서 많이 알면 더 재미있지만, 몰라도 재미있을 수 있게 쓰여 있습니다. 첫 이야기인 1권이 나온 1977년 이후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달의 신비,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 외계 문명과의 조우, 가상현실, 멀티버스 등은 다양한 매체로 다루어졌지만, <별의 계승자> 시리즈는 여전히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 문제들에 대한 접근과 해결이 대충 얼버무리거나 <주어진 것>으로 던져지는 것이 아니고 SF적인 것이라는 점이 매력입니다. 그 사건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딱히 엄청나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시대상과 상황에 잘 맞고, 과학자는 과학자답게, 정치인은 정치인답게, 외계인은 외계인답게 행동하고 사고합니다. 물리학자가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 과학이 아니고 요즘은 이웃에 한두 명은 꼭 있는 전직 특수요원처럼 해결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이 시리즈도 최고는 역시 1권이라 할 수 있는데, 달이라는 천체의 특수성과 신비함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수록 더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호건은 예를 들어 달의 정면과 이면의 차이 같은 알려진 사실에 대해 (소설상으로) 매우 그럴듯하며 흥미로운 해석을 제공합니다. 달에서 무려 5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우주인 화석이 발견된다는 말도 안 되는 소설상의 사실과 이 달의 미스터리들이 착착 맞아가는 과정은 (중간에 어느 정도 예측을 하긴 했어도) 정말 훌륭합니다. 각권이 나름의 결론으로 깔끔하게 끝나고 처음 제시된 미스터리는 해결된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음 이야기에서 그 해결이 틀렸음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아마 <링월드> 보다 <별의 계승자>를 선호하는 것은 제 취향 때문이겠지만, 제가 스페이스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국내 첫 개봉날 <스타워즈>를 관람한 이래 지금까지도 스타워즈 애니메이션 시리즈까지 챙겨보고 있고, 말 많은 시퀄 시리즈까지도 좋아합니다. 다만, 그 많은 이야기들이 <스타워즈>가 아니었다면 70/80 시대에 묶여 있는 낡고 유치한 프랜차이즈라는 것도 잊지는 않고 있을 뿐입니다. 데이비드 웨버의 아너 해링턴 시리즈(국내에는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3권까지만 번역 출판)나 버너 빈지의 <심연 위의 불길>처럼 고색창연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해도 충분히 핍진성을 가진(아너 해링턴 시리즈에서 노골적인 나폴레옹시대 해전을 우주라는 공간에 도입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 낸 SF적 설정들을 보면 탄성이 나올 정도입니다)  SF 다운 스페이스 오페라도 가능하며, 따라서 링월드도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는 멋진 배경이었다는 점에서 많이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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