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렸던 글 중에서 몇 편을 기록보관 차원에서 올립니다.
[다양한 조사결과 또는 뻘짓]
페북을 하다보면 지인들이 추천(?)하는 이런저런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조사 결과가 묘하게 일관성이 있는 듯합니다.
아울러 지인을 따라 저도 다녀온 곳을 대충 해봤습니다. 해외 61개 도시를 다녀왔네요.
[가족 인문학 강좌]
이렇게 PPT까지도 한다니까요..ㅠ.ㅠ
돈 없으면 몸이 고생...ㅠ.ㅠ
시우가 지난 달까지 학원에서 고전 독서를 통한 인문학 강의를 들었는데, 토요일 일찍부터 도곡동까지 다녀서인지 피곤해 해서 그만두고 지난주부터 그냥 집에서 내가 주말에 가르치기로 했다. (시간당 4만원 짜리 학원비는 나를 주고, 나는 그걸 기부채납 하기로 했다...ㅠ.ㅠ) “맨날 책만 읽으면 뭐하냐, 써먹어야지”라는 아내의 일갈에 나서게 된 것인데, 내 처지를 보니 생각나는 바가 있어 첫 강의 주제는 <허생전>으로 하기로 했다.^^
작년에 이가원 번역본과 김혈조 번역본을 비교하며 <열하일기>를 읽은지라 <허생전> 정도는 쉬울 줄 알았는데, 실학, 병자호란 등을 설명하자니 광해군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중국사는 명-청의 대립까지는 다뤄야하니 한두 시간에 될 일이 아니더라. 초3짜리에게 빡셀지는 몰라도 5주 정도 듣고나면 조선후기 사회모습, 실학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은 잡히지 않을까? (혹시 <열하일기>를 읽으시려는 분은 직접 발로 뛰면서 사진까지 담은 김혈조 선생의 번역을 강추!)
매주 토요일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강의를 하고, 책 하나당 5~7회 정도의 강의를 하기 때문에 책을 많이 다루지는 못해서, 지금은 <허생전>과 <보물섬>을 마치고 <돈키호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허생전>에서는 조선후기의 사회상과 실학을 중심으로 다루었고, <보물섬>은 영국의 빅토리아시대, 해적의 실제 모습과 각종 매체에 보여진 해적의 모습의 차이 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돈키호테>에서는 일단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묘사된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면서, 이성의 시대, 계몽주의 시대, 낭만주의 시대,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시대별로 <돈키호테>에 대한 시각을 다루었고, 이번 주는 스페인의 역사와 모습 등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 대한 단상]
[내 페친 중에 이 영화를 볼 사람은 없을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적는다.]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를 보면서 문뜩 짐 자무시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영화속의 멸종해가는 종족이란 게, 바로 예술을 향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냐는 것의 유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무려 뱀파이어로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온다), 바이런과 셸리의 관계, 깁슨 기타와 류트 정도는 부가 설명 없이 알아들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TV 예능 이외에 볼 줄 모르는 <좀비들>에 둘러싸여 점점 멸종해간다는 비유? 뱀파이어가 피를 빨 사람은 주위에 널렸지만, 오염된 피로 넘쳐나서 흡혈을 못하고 결국 굶어 죽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네이버에서 1,000원이면 DRM 없이 720P의 화질로 다운받아 볼 수 있고, 훨씬 나은 자막번역, 좋은 음질과 1080P의 화질로 보려면 플레인에서 나온 블루레이를 구해보면 된다.
내가 너무 시니컬 한 것 같다면, 우리는 예술작품을 주변환경과 짝맞춤 하려고 페인트 칠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걸 명심하자.
조금 첨언하자면, 전혀 다른 스타일로 다루었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영화가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 생각합니다. 제로의 마지막 대사가 모든 것을 말해주죠. 그리고 아마 웨스 앤더슨 자신이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구요.
“To be frank, I think his world had vanished long before he ever entered it – but, I will say: He certainly sustained the illusion with a marvelous grace!”
(솔직히 말하면, 내 생각엔 구스타브의 세상은 그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사라져버렸지 ㅡ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겠네, 그는 훌륭한 품위를 지닌 채, 분명히 그 환상을 지켜냈다고.)
[영화 원 자막은 오역의 소지가 있어, 번역은 제가 했습니다.]
아울러 그 <환상>은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죠. 구스타브의 marvelous grace 덕분에 그는 총구 앞에서도 “내 벨보이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으니까요.
[Play it again, SAM]
Audionet SAM V2
A랑 이야기 하다가 문득 지금 쓰고 있는 앰프인 Audionet SAM V2를 구입한 게 무려 2004년의 일이란 걸 깨달았다. 10년도 넘게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면서 엄청 굴려먹고 있는데, 아직 튼튼한 게 다행이다. 요즘 흔한 중국산과 달리 독일 녀석들이 잘만들긴 하나보다.
구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2013년 후속기종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생산 판매되는 현역이었다! (메이커 이야기에 의하면 완벽한 제품이라 더이상 개선할 여지가 없어서 10여년을 현역으로 군림시켰다나!) 만약 이 녀석이 맛이가면 후속기종인 SAM G2를 생각할 수 있는데, 공식 판매가가 무려 740만원이다. 10년만 더 버텨주기를 바래야겠다.
아직 앰프가 멀쩡하니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연식이 되니 좀 걱정은 됩니다. Emotiva 같은 곳에서 그럴듯한 인티앰프 하나 만들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Emotiva야 워낙 가성비가 좋아 분리형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디자인의 앰프가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건 인테리어상 좋지도 않고, 쓸데없이 인터케이블도 하나 더 들어가잖아요?^^
[만술이 두 손 두 발 다 든 책]
자, 이제 샘플을 보셨으니 도전하실 차례입니다!
나는 어지간하면 읽던 책을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는데, 최근 읽다 두 손을 든 책이 있으니, 에밀 뱅베니스트의 <인도유럽사회의 제도.문화 어휘 연구>다. <프리즘 총서>의 취지나 내용이 좋아서 총서의 책을 모두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은 도저히 끝내지 못하겠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리스어, 라틴어 등의 지식은 기본이고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에 사용된 아베스타어도 다루고 있다.
힘들게 읽어 나가다가 인문학을 업으로 삶지도 않고 있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어서 포기...
행여 관심 있는 분들은 프리즘 총서 목록 링크 참조.
이 책, 정말 감당이 안됩니다. 그런데 더 감당이 안되는 것은 이 타임라인을 읽고 단 모님의 댓글
“이란어는 나도 잘하는 편이었는데 어려운 ㅡ 사실은 어렵다기보다 재미없는 ㅡ 책을 골랐네”
네, 저는 재미 없는 책을 골랐을 뿐이에요 ㅡ 이란어 따위는 누구나 좀 하잖아요?^^
[맨스플레인]
고종석의 "에마 왓슨 유엔 친선대사께"라는 경향신문 기고문에 대해 슬로우뉴스에서 "맨스플레인"이라고 비판(또는 그런 비판에 동조)하는 기사를 보니, "니가 페미니즘을 잘 몰라서 그런데" 또는 "내가 페미니즘 좀 해봐서 아는데" 같은 뉘앙스로 고종석을 대한 비판하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이 정도의 글을, 더구나 에마 왓슨 급의 여성에게 '한글로' '한국의 신문'에 기고한 글을 맨스플레인으로 분류한다면, 여성을 상대로는 남성은 동조하거나 아니면 입을 다물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런식이면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학술적으로 비판하는 서평도 맨스플레인이란 소리를 듣을 기세.^^
적어도 맨스플레인이라면 어떤 지인이 겪은 이 정도 사례는 되어야지 하지 않을까?
노땅남성 A : 요즘은 외국어 실력이 경쟁력이야. 너도 하나쯤은 능숙해야해.
젊은여성 B : 저는 영어는 좀 해요.
노땅남성 A : 좀 해서는 쓸모없어, 잘 해야지.
젊은여성 B : 토익 만점 나와요.
노땅남성 A : 요즘이야 다들 시험 점수야 나오지. 시험성적 따위는 중요치 않아. 실전이 중요하지.
젊은여성 B : 미국서 좀 살다 왔어요.
노땅남성 A : 일상 회화 정도야 누구나 하잖아? 전문적인 분야에 써먹을 영어실력이 중요해.
젊은여성 B : 전문서적 몇권 번역도 했고, 동시통역일도 해요.
노땅남성 A : .............
솔직히 에마 왓슨의 HeForShe의 취지에 따르면 맨스플레인이란 용어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행여 겁나서 붙이는 말인데, 저는 고종석 선생의 비판에 동조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슬로우 뉴스의 기사 내용에 더 공감해요. 다만 고종석의 비판에 대한 비판 정도면 될 걸, 고종석을 맨스플레인으로 끌고 들어가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MF[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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