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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첫 음반, 첫 사랑 시리즈

[음악]첫 음반, 첫 사랑 (9) - 엔리코 카루소 히트곡집 1권 (RCA)

by 만술[ME] 2026. 2. 10.

중학 시절 음악 선생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카루소 음반과의 인연도 언급한 일이 있는데, 그 시절 이전부터 카루소는 제게 친숙하지는 않아도 익히 아는 이름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이었는지, 아니면 워낙 유명한 음악가라 이런저런 경로로 이름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름과 성악가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어느 시대 활동한 사람이라던가 어떤 곡을 장기로 했는지 같은 정보는 전혀 없었고 그의 노래를 접한 기억도 없습니다.

 

마가레트 쿠색이 그린 멋진 카루소 그림을 표지로 사용한 LP

 

그의 노래를 실제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때 정도 되면 그가 활동한 시대 정도는 알게 된 시점인데) 1980년 지구레코드를 통해 라이선스로 발매된 엔리코 카루소 히트곡집 1권(The Greatest Hits of Enrico Caruso) LP를 통해서입니다. 이 음반을 실제로 구입한 시점은 대략 85년이나 86년 정도로 생각되는데 발매 시점을 생각하면 아마도 중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제게 심부름시키신 음반이 바로 이 음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주문은 위대한 엔리코 카루소라는 음반이었지만, 대충 위대한(The Greatest), 엔리코 카루소가 다 들어가 있는 음반 제목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시리즈 제2권이 원판으로는 무려 4장짜리 세트로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당시 지구레코드에서 모험을 해가면서 2권을 라이선스로 발매하지는 않았을 것 같기에 국내서 라이선스 LP로 카루소를 들을 수 있는 다른 음반이 또 있었다고는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 음반은 원래 1973년 RCA에서 카루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발매한 음반의 첫 권입니다. 카루소는 나중에 RCA로 흡수되는 빅터 토킹 머신(Victoe Talking Machine)과 경력 극초반부터 1921년 사망할 때까지 관계를 맺고 활동했는데, 이 음반에는 1906년(마르타 중 모든 사람이 내게 나타나는 것 같아)부터 1920년(유대여인 중 라헬, 주님께서 보내신 선물)까지 녹음한 15곡의 노래가 담겨있습니다. 카루소는 많은 곡을 수차례 녹음했기에 애호가 입장에서는 언제 녹음한 음원인지도 중요한데, 다행스럽게 이 LP의 재킷은 원판을 그대로 복사해 놓은지라 수록곡들에 대한 녹음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음반에서 제가 가장 즐겨 들었던 곡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디 퀠라 피라였습니다. 일 트로바토레의 음반을 구입한 것은 카루소의 음반 이후이기 때문에 이 유명한 아리아를 제대로 처음 들은 경험이 카루소를 통해서였고, 음악의 힘과 카루소의 힘이 합쳐져 차후에 다른 성악가의 노래를 들어도 이 첫사랑의 맛과 감동을 넘어서는 경험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카루소의 녹음들을 듣다 보면 녹음이라는 행위에 대해 요즘과 다른 인식을 갖고 좀 술렁술렁하는 감이 있는데 (이 시절 많은 음악가들의 녹음을 들어보면 공통적인 느낌입니다) 유독 이곡에 대해서는 정성을 다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곡의 성격상 절대로 술렁술렁할 수는 없기도 하죠. 지금 들어보면 결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첫사랑에 대한 추억의 효과이건 카루소의 마법이건 간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카루소 녹음 전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니...

 

푸르트뱅글러의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의 카이로 실황이 모노 LP시절 실황녹음의 매력을 알게 했다면 카르소의 이 음반은 제가 그 음악에 대한 사랑의 지평을 SP시절, 더 나아가 에디슨 포노그래프 시절까지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음반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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