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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여행]경기도서관, 또는 경기 독서 체험 테마파크

by 만술[ME] 2025. 12. 29.

소위 핫 플레이스라 불리는 공간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이제는 도서관도 핫 플레이스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고 2026년 1월 정식 개관 예정인 경기도서관이 그 주인공인데, 일단 규모면에서도 국내서 세 번째로 크며, 지자체가 건립하고 운영하는 도서관 중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건축물 때문인데, 외형도 특이하지만, 내부를 보면 도서관보다는 쇼핑몰을 연상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지하 1층부터 전층을 관통하는 나선 계단식 구조는 방문하는 누구나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데, 이 나선 구조 덕분에 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책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쇼핑몰 비슷한 구조는 도서를 배치하고 진열하거나 열람하는 방식에서도 같은데, 중간중간 간이 매대 같은 장소들에 다양한 책이 진열되어 있고, 곳곳에 배치된 의자는 주로 소파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하면 생각할 수 있는 열람실 기능은 전무해서, 제가 가본 모든 도서관 대비 책상이 없는 도서관입니다. 그냥 곳곳에 비치된 것은 책상이라기보다는 카페의 테이블이라 할 수 있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사실 이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도서관을 빙자한 실내 문화 휴게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소장권수도 많지 않고, 분야도 거의 인문사회 분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소장 도서 약 13만 권 중 8만 8천 권 정도가 보존서고에 들어가 있으니, 경기도서관의 비전으로 제시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서관의 달성은 책으로 하기보다는 건축물로 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을 방문한 인상은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시공간에서 관심 있는 전시를 하지 않는 한, 책을 목적으로는 다시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별마당 도서관을 보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저는 책을 그 기능을 희생하면서까지 인테리어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이라면 최소한 그곳의 책은 읽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별마당 도서관이야 이름만 그럴듯한 상업공간의 조형물이나 어트랙션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경기도서관은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시설인데,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책은 인테리어로만 보입니다. 

 

기능적으로도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책이 각층에 분산되어 있어 층별로 나선형 계단을 따라 돌아다녀야 하는데,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자신이 지금 있는 장소는 물론 층조차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둥색이라도 층별로 다른 색을 사용했다면 조금 구분이 되겠지만, 그것도 없고, 층표시도 눈에 띄게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선형 계단은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오르락내리락하기에는 불편합니다.   

 

도서관이 값싼 취업준비 독서실이 되는 것은 저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방적인 열람환경도 도서관의 바람직한 디자인이자 배치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도서관이라면 북카페 정도의 느낌은 되어야지 독서 체험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대적인 도서관의 트렌드가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지하 1층이나 지상 1층 정도의 공간만 커뮤니티로 특화를 하거나 나선 계단만을 활용해도 충분했을 겁니다.

 

아울러 개인돈으로 사 보기는 힘든 값비싼 (권당 수백만 원에 달하는 책도 있다고 합니다) 아트북을 비치한 것은 좋은데, 이 역시 열람보다는 장식의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진열방식이 조용히 앉아 열람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책의 크기나 가격을 생각하면 움직이지 못하니 그 장소에서 볼 수밖에 없게 되어 있는 것은 좋으나 배치가 열람을 전제로 하지 않은 이상한 배치에 앉지는 못하고 서서 열람해야 하고 서서보는 자세로도 높이가 낮아 불편한 것을 생각하면, 이 비싼 책들 역시 인테리어 소품이나 방문객이 한두 번 넘겨보고 가는 체험형 아이템에 불과합니다. 들고 가서 볼 수도 있겠지만 책상이 없는 열람 구조상 무릎에 올려놓고 보아야하기에 힘들고, 책의 무게 때문에 파손되기도 쉬울 듯합니다. 

 

빨간 표지의 책은 어떻게 꺼내 보란 이야기인지?

   

 

공공도서관이 구태여 과도한 건축비를 들여 이런 어트랙션이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도서관이 위치한 수원시의 전임 시장의 페북에 의하면 최초 400억 원 규모였던 예산을 수원시에서 300억 원을 지원하고 결국은 1,230억 원 정도의 예산으로 이 도서관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원시의 도서관 상황은 어떤가 살펴보면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책을 살 예산은 매년 삭감되고 있습니다. 1년에 수원에서 책을 사는데 쓰는 돈이 10억 원 정도니 경기도서관을 위해 수원시에서 내준 300억 원이면 30년간 수원시 도서관에 새책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예산이고, 수원시에 있는 고색역의 도서관의 건립비용이 (부지비용 제외) 100억 원 정도임을 생각하면 자투리 시유지를 활용하면 세 개의 동네 도서관을 지을 수 있는 비용입니다. 그리고 경기도서관의 모토대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서관보다는 내 곁에 있어 언제건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더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독서 현실을 생각하면 현란한 탈거리가 가득한 대규모 놀이공원이 필요한 게 아니고 그네와 시소가 잘 갖춰진 동네 놀이터가 필요한 것이지요.

 

 

*사용한 이미지는 인터넷 기사 등에서 발췌한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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