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과 캄보디아 여행을 했던 것은 2016년 가을이었습니다. 지금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지역은 아니고 유적과 관광객이 몰려 있는 앙코르 유적지 지역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앙코르 와트는 물론,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레이더 촬영지로도 유명한 타 프롬, 앙코르 톰 등 제가 좋아하는 힌두/불교 신화를 간직한 경이로운 유적들, 톤 레샵 호수와 같은 아름다운 풍광, 저렴한 물가, 허름한 곳에서 먹는 경우에도 맛있는 음식들, 가격에 비해 훌륭한 호텔, (기사와 SUV까지 렌트했기에) 편하고 수준 높은 이동수단, 그리고 간략한 영어 가이드를 겸해주는 렌트 기사를 포함해서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친절한 사람들까지, 저희 가족에게는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였습니다. 주요한 유적지가 몰려 있기에 오전에 돌아보다 호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너무 더우면 풀에서 수영하며 더위를 달래다 오후 일정을 진행해도 무리가 없었고, 차량을 여행기간 전체에 대해 예약을 했기에 교통에 대한 부담도 없었습니다. 관광객 위주가 아닌 현지 맛집을 소개받기도 좋았고요.

2. 최근 캄보디아와 관련된 뉴스를 접하면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던 와이프도 찬찬이 몇몇 기사를 보고는 어떤 상황인지 쉽게 파악하고 기사화되지 않은 내용들도 안 봐도 비디오라는 듯 유추해 내서는 캄보디아 이야기에는 관심을 끊고, 바로 이대남인 아들을 교육하더군요. 가끔 아들을 보면 청(소)년기 저를 상대하던 부모님의 마음도 이렇게 답답하고 대화가 어렵다고 생각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부모 잘 만나 호의소식하는 놈이 고교 2학년까지는 전두환 독재정권 타파를 위해 인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하고자 하는데 대학이 뭔 의미가 있겠냐고 공부를 등한시하다가 고3이 되어서야 철이 들었는지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공부한다고 안 놀아주어 심심해서였는지 그나마 공부해서, 거의 시험 한방에 결정되는 당시 입시제도 덕에 대학은 갔지만, 87년 중요한 변곡점 때 외에는 지나치리만큼 학교생활에 충실해서 이제는 철들었나 싶더니 갑자기 사회학을 전공, 철학을 부전공하고 있던 골수 문과생이 동기들은 인턴이나 학과 추천으로 대기업 취직에 전념할 때, 이과생도 못해먹겠다고 포기하는 물리학을 복수 전공하겠다고 등록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 말이 안 통하는 놈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자신은 엄청나게 차별받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어 변혁이 필요한데, 하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공적 재원을 사용하는 것은 낭비이고 불공정한 것이며, 특히 자신은 그간의 노력으로 이 정도 대학을 다니니 대학에서의 학업성취와는 별개로 그 학벌에 맞는 기업 정도는 기본으로 가는 것이 공정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정책이라는 주제로 확대되면 영락없는 기호 4번이에요. 이런 아들의 세계관과 판단력으로 미루어 와이프 입장에서는 캄보디아에서 아르바이트하면 그 나라 평균임금 수준 따위와는 상관없이 월 1000만 원은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똑똑한 내가 이따위에 속겠냐, 딱 절반 잡아 500 정도 벌겠지, 그래도 개꿀이네'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단단히 교육시키는 것이겠지요.
3. 2024 총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27%가 부정선거가 맞다고 생각하고 16%가 모른다고 생각하며 (2025.2월) 그나마 인식이 개선되었다는 것이 아직도 21%가 부정선거가 맞다고 생각하고 13%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2025. 6월)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에서 캄보디아에서 고수익 일자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고 그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고, 당장이라도 캄보디아에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익스트랙션 같은 영화처럼 캄보디아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자국민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야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뭔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4. 몇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저는 자유여행으로만 여행을 다니기에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캄보디아 거주 우리 국민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나, 캄보디아 전문 여행자 모임 사이트 등 정말 많은 공부도 하고, 준비도 했습니다. 현지에서 저렴하게 예약하는 방법, 기사와 렌트 차량 섭외에 있어서도 이런 사이트의 후기나 평판을 열심히 조사했고, 간략하지만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예약하기도 했죠. 2016년 당시보다 지금은 더 풍부한 정보가 널려 있을 겁니다. 2024년 가을에는 KBS에서 보도해서 크게 공론화된 바도 있으니 조금만 검색하면 그 뉴스를 볼 수도 있겠죠.
5. 물론 내란범에게도 인권은 있고, 범죄를 목적으로 출국했다 감금되었다고 국가가 자국민을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문제보다 더 위중하고 시급한 국내외 현안들이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시선을 향하게 하고, 과장하고, 요점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로 이상한 정서를 형성하는 행위들이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정치권, 언론, 각종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입니다. 최소한 제 주위에서는 이번 일을 정치권이나 언론에 비해 훨씬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뿐인 것을 보면 자극적인 이슈에 중독된 정치, 언론, 그리고 소수의 국민들에 국한된 관심이기는 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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