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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 F&B

[F&B]스타벅스 시애틀 1호점 머그 - 10여년을 함께한 머그잔

by 만술[ME] 2025. 4. 18.

직장에서 종이컵을 지양하고 머그를 사용한 지 제법 오랜 세월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두고 사용하는 머그의 경우 이전 직장에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회사 CI가 박힌 머그를 사용하다 분실한 뒤(머그 분실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글 끝에 부록으로)에는 남자는 핑크라며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분홍색 머그를 이용하다 새 직장에 와서는 에스프레소 4샷에 뜨거운 물을 타마시는 습관에 맞춰 조금 큰 머그가 필요해진지라 예전에 쓰던 스타벅스 시애틀 1호점 머그를 사용 중입니다. 

 

 

이 머그는 아내와 아이를 캐나다로 이민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하던 B가 가족방문 뒤에 선물로 사 온 머그인데, 일반적인 머그의 크기보다 크고 길쭉한 모양에도 의외로 무게 중심도 잘 잡혀서 (특히 음료를 담은 경우에는 더욱) 안정적입니다. 컵의 구경도 적당해서 손이 저보다 큰 사람이면 몰라도 바닥까지 닦아내는데도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아주 밝지는 않지만 흰색이라 커피얼룩이 일반적인 설거지 후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지라 단점은 아니고, 오히려 진한색이라도 커피 얼룩이 보이지만 않지 남아 있는 건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눈에 잘 띄는 게 장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디자인의 특징은 1호점 개점 시의 스타벅스 로고를 사용해서 지금 친숙한 초록이 아닌 갈색이며 (사실 커피를 연상한다면 갈색 로고가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로고의 사이렌도 좀 더 사실적(?)입니다. 머그 옆면에는 테이크아웃 잔에 인쇄된 것처럼 바리스타가 메뉴에 대해 체크할 수 있는 네모들(디카페인 / 샷 숫자 / 시럽 첨가 여부 등)이 주르륵 그려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객 판매용이라기보다는 매장용의 느낌 그대로의 디자인인데, 아마도 이런 디자인이 원조 느낌이라고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합니다. 예전에는 1호점에서만 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국내 인터넷에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스타벅스가 국내 오픈하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편이지만 그 이유는 아는 맛에, 아는 분위기, 그리고 어디에나 있어 찾아 들어가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고, 스타벅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도, 굿즈를 좋아하지도 않고, 그래서 프리퀀시 이벤트 상품에도 관심 없이 20여 년을 지내왔습니다만, 이런저런 이벤트로 받거나 선물 받거나 해서 집 여기저기에 스타벅스 로고가 붙은 굿즈, 머그나 에스프레소 잔이 있기에 스타벅스 잔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머그는 투썸플레이스 론칭 때인가 받은 가로로 긴 로고가 달린 아주 옛날 버전의 머그라는 게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예전 회사는 기업용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했기에 일반적인 머그로 커피를 마시면서 다 마시면 별생각 없이 스위치만 누르면 되었는데, 지금 사무실에는 가정용 드롱기 머신(마그니피카 S)이 설치되어 있는지라 늘 전원이 켜져 있지도 않고, 전원을 켜면 세척부터 한참을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한잔 마시고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잔 마시려면 불편하고 귀찮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의 그랑데 정도 담기는 용량인 스타벅스 1호점 머그에 한 번에 4샷을 뽑아 뜨거운 물 약간 타면 아침나절에 다시 커피를 뽑을 일이 없어 편하더군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빨리 마시지 못하는 경우에도 저는 식은 커피도 잘 마시는지라 문제가 되지도 않고요.

 

아무튼 선물 받은 컵을 알뜰살뜰 10년 이상 사용하는, 절대로 럭셔리하지 않은 급여생활자의 커피생활 이야기였습니다. 

 

 

[부록 - 만술 굿즈 머그 도난 사건(순전히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유념 바람)]

 

이전 직장에서 머그컵 사용 운동을 시행하면서 임직원에게 회사 CI가 박힌 머그를 배포했습니다. 저도 사용하던 머그를 놔두고 애사심(?)을 자랑하고자 하나 얻어서 (다들 같은 컵을 사용하니 헛갈릴 것을 저어하여 제 이름이 적힌 라벨을 하나 붙여 놓았습니다. 이렇게 잘 사용하고 있던 와중 어느 날 알 수 없는 시점,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제 머그가 분실되었고, 이후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분실과 관련해 제 입장은 똑 같은 회사 머그지만 제 이름이 적힌 라벨이 붙은 순간 그 머그는 <아우라>가 있는 유일성을 획득한 것으로 단순한 머그가 아닌 한정판 <만술 굿즈>가 된 것으로, 만술을 존경하고 경애하는 직원들 (근거는 없지만 여성 직원들로 추정됨) 입장에서는 콜렉팅의 대상이 된 바, 이게 머그 도난 사건의 원인이자 진실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주변의 다른 직원들의 생각은 달라서 늘 어딘가 물건을 흘리고 다니는 칠칠치 못한 만술이 커피 내린다고 자기 방에서 들고 나왔다가 어딘가 엉뚱한 곳에 놓고 딴짓을 하다 깜박했거나, 회의실에 들고 들어 갔다 놓고 나왔는데, 청소하시는 분들이 평소 설거지도 잘 안 한 더러운 머그가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그냥 버린 것 아니겠냐는 입장이었죠. 제 반론은 청소하시는 분들의 가장 중요한 직업윤리 중 하나가 물건을 함부로 버리거나 옮기지 않는 것인데, 이름표까지 붙은 머그를 그럴 리 없다는 것이었고, 직원들의 재반론은 그 정도로 머그가 지저분하지 않았겠냐는 것이었는데... 진실은 몇 년간 밝혀지지 않았고, 저도 그 회사를 그만두었으니 밝혀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술 굿즈 머그 도난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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