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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역사와 음악 시리즈

[음악]역사와 음악 (4) 루이 13세 시대의 음악 - L’ORCHESTRE DE LOUIS XIII: Recueil de plusieurs..

by 만술[ME] 2025. 6. 13.

스페인의 역사를 공부하는 김에 오래전 구입해 두었던 조르디 사발의 음반들을 함께 꺼내 들으며, 역사와 음악 이야기를 풀어가며 음반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잠시 시간과 공간을 외도(?)해서 17세기 초반 프랑스로 가볼까 합니다. 루이 13세는 대중적으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에 등장하는 왕으로는 어느 정도의 인지도는 있지만, 단순한 역사적 중요성은 물론 음악과 관련해서도 아들인 루이 14세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루이 14세는 영화 <왕의 춤>을 통해서도 음악과 춤을 정치적으로 잘 활용한 왕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지만 그 아버지인 루이 13세도 음악이나 춤과 관련해서는 아들 못지않게 관심을 갖고 절대군주정의 앞날을 여는데 활용했다고 할 수 았습니다.
 
루이 13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식사시간이나 잠들 때에도 류트와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다고 하며, 류트, 바이올린, 노래를 배웠다고 합니다. 춤에 대해서는 음악 보다는 덜 흥미를 느겼다고는 하지만, 춤의 정치적 중요성을 인지했기에 당대에 유행한 사라방드, 부레, 꾸랑트 같은 궁정 춤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영화 <왕의 춤>에서 볼 수 있듯 이 시대의 <궁정발레>는 현대에 말하는 발레와는 다른 예술로서 지금보다 더 종합예술에 가까워서 노래, 합창, 대사, 춤이나 팬터마임이 곁들여진 앙트레, 그리고 피날레로 전문 무용수와 함께 가면을 쓴 귀족들이 추는 춤으로 마무리되는 예술이었고, 최소 연중 한 번은 왕이 직접 등장해 춤을 추었습니다. 영화에서 루이 14세가 태양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로 등장하는 소위 "태양왕"의 상징 연출은 루이 13세가 1615년 <Ballet de Madame>에서 직접 헤르마프로디테 역할을 맡아 왕권의 상징으로 먼저 유사한 취지로 선보인 바가 있습니다.   
 

 
소개할 사발의 음반 <루이 13세의 오케스트라> (L’ORCHESTRE DE LOUIS XIII : Recueil de plusieurs airs par Philidor L’Aisné)는 기존에 소개한 이사벨 1세, 카를 5세, 콜럼버스와 관련한 음반과는 다른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음반들이 특정 인물의 삶의 중요한 변곡점을 찾아 그 순간과 관련된 음악을 일종의 OST 개념으로 접근한 기획이었다면, 이 음반은 <루이 13세의 오케스트라 - 필리도르 레네가 수집한 여러 음악 모음집>이라는 제목대로 루이 14세의 사서였던 앙드레 다니캉 필리도르가 채집해서 정리한 악보집인 <Rectieil de Plusieurs vieux Airs faits aux Sacres Couronnements Mariages et autres Solenmitez faits sous les Regnes de François I Henry 3 Henry 4 et Louis 13 avec plusieurs Concerts faits pour leurs divertissement Recueillis par Philidor l'Aisné en 1690> (앙리 3세, 앙리 4세, 루이 13세 시대의 대관식, 결혼 및 기타 엄숙한 행사를 위해 작곡한 여러 음악과 궁정 여흥을 위한 콘체르토를 1690년 大필리도르가 모은 선집)을 중심으로 카셀 사본이라 불리는 <Les Musiques royales de 1634 à 1650> (1634년에서 1650년까지의 왕궁 음악집)에서 뽑은 음악 일부를 녹음했고, 따라서 루이 13세의 치세 중의 중요 순간의 기록을 담고는 있지만 OST라기보다는 궁정음악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반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왕세자의 어린 시절 음악>, <1610년 루이 13세 대관식을 위한 음악>, <루이 13세의 결혼식 음악>, <1627년 24대의 바이올린과 12대의 그랑 오부와 연주단이 루이 13세에 바친 연주회>, <1634년에서 1650년까지의 궁정 음악>입니다. 이 다섯 부분의 명칭과 차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그가 좋아했던 꼬냑 이야기도 없고^^) 아버지 앙리 4세의 암살, 어머니인 마리 드 메디시스/메디치 왕비나 동생 오를레앙의 가스통과의 대립이나 위그노 전쟁 이후의 지속적인 충돌, 30년 전쟁 또는 합스부르크 스페인과의 전쟁, 왕비 안 도트리슈와의 갈등과 같은 정치/역사적인 사건은 (다른 음반과 달리) 이 음반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으며, 오직 궁정에서 연주되는 연주곡에만 치중되어 있어 민간 음악이나 노래도 담겨있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단점이라면 총 36개의 트랙이 한 음반에 들어갈 정도로 하나하나의 트랙의 길이가 좀 짧다는 것인데, 이 음악들이 실용적인 목적 때문에 작곡되고 연주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사발의 음악에서 부족한 궁정에서 연주되던 노래는 다행히 다른 좋은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데, <200 ANS DE MUSIQUE A VERSAILLES> (베르사유 음악의 200년)이라는 멋진 기획음반 세트입니다. 20장으로 구성된 이 세트는 2007년 가을 베르사유 궁전에서 바로크 음악 센터 창립 20주년 기념의 4주간의 특별한 콘서트에서 연주된 1600년부터 1800년까지 200년의 루이 13세부터 루이 16세까지의 음악들의 연주회 실황을 담고 있습니다. 20장의 음반 중 루이 13세 시대의 음악은 첫 두장의 CD에 담겨 있는데, 첫 음반은 바로크 초기 <프레시에> 계층의 살롱 음악 증 류트 반주에 의한 독창 <궁중 노래>(air de cour)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음반은 루이 13세 시기의 궁중 음악이라는 제목하에 기악과 중창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발의 음반에 담긴 공식적 음악과 기악이라는 한계를 넘은 세속음악과 성악의 범주까지 맛볼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트의 아쉬운 점은 가사와 번역까지는 들어 있지만, 해설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인데, 발매 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발매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녹음된 멋진 음악이 20장의 음반에 빼곡히 담겨 있는 아름다운 세트

 
루이 13세는 1610년 9번째 생일 직전 아버지 앙리 4세가 암살당한 뒤 왕이 되었지만 성인이 되기까지 메디치 출신인 어머니 마리 왕비가 섭정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이탈리아 출신을 중용하면서 루이 13세가 성년이 된 1614년 이후에도 섭정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1617년 4월 어머니의 총신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콘치니의 체포 시도 중 살해와 쿠데타를 통해 루이 13세가 본격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루이 13세와 스페인의 펠리페 3세의 딸인 오스트리아의 안(안 도트리슈)과의 결혼은 종교개혁과 종교전쟁의 시대에 두 가톨릭 왕국의 정치적 군사적 동맹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다만 4번의 사산으로 둘의 사이에 아이가 없어 부부사이가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었겠고, 영국의 헨리 8세처럼 후계자를 위한 이혼의 허락을 교황에게 구하기도 했지만, 결혼 23년 만에 루이 14세가 태어나는 기적을 통해 프랑스 절대왕권의 상징적 인물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나 루이 13세의 업적은 단지 루이 14세의 아버지라는 것 외에도 그 유명한 리슐리외를 중용하여 절대왕정의 기틀을 잡고, 30년 전쟁 간의 끊임없는 괴롭힘으로 숙적이던 합스부르크 왕가와 스페인의 세력을 약화시켜 프랑스가 유럽에서 큰 세력을 잡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음반에는 이 과정에서 중요 행사에 실제로 연주되었던 음악이 훌륭한 연주로 담겨 있습니다.
 
[부록 - 루이 13세 시대의 다른 음악들]
 
소개한 음반 외에도 루이 13세 시대의 음악을 담은 음반은 몇종이 더 있습니다. 그중 흥미로운 음반은 <Reinas, Airs en espagnol à la cour de Louis XIII> (왕비들 - 루이 13세 시대의 스페인 풍 궁정 아리아 / Mirare)입니다. 이 음반은 제목처럼 두명의 왕비와 관련된 음악을 담고 있는데, 첫 번째 왕비는 당연히 루이 13세의 왕비인 오스트리아의 안입니다. 스페인의 공주였던 그녀는 대규모의 스페인 인사들을 이끌고 프랑스 궁정으로 입성했는데, 그녀는 수행원으로 시녀들 외에도 연극과 무용단을 동행했고 각종 드레스 등의 패션 스타일도 그녀와 함께 프랑스에 들어와 프랑스 궁정에 스페인 풍의 열기를 불러옵니다. 이 스페인 풍의 유행은 음악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궁정 음악가들은 스페인어로 된 스페인 풍의 궁정 아리아들을 작곡하여 왕비에게 바치기도 했습니다. 음악가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노랫말만 스페인어로 바꾸는 것에 그치기도 했지만, 형식도 스페인 풍을 차용해 곡을 쓰는 경우도 많았죠. 음반 제목이 왕비가 아닌 <왕비들>인 이유는, 시대는 제법 뒤이지만 스페인과 관련된 또 한 명의 왕비인 사보이아의 마리아 루이사 때문입니다. 프랑스계인 그녀는 스페인의 펠리페 5세의 첫 왕비로, 스페인에서 그녀의 음악적 스승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무리시아였는데, 그는 그녀를 위해 프랑스 풍의 곡을 작곡하기도 했고, 그의 악보집에는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었습니다. 시대연주라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앙상블 엘 솔의 편성에 맞춘 편곡이나 보이싱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다그마르 샤슈코바(Dagmar Šašková)의 개성적이고 매혹적인 메조-소프라노 음색과 흥겨운 타악기 반주는 이 음반을 즐기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루이 13세 시대에도 베르사유에 궁전이 있기는 했지만, 사냥용도로 사용되었지, 우리가 익숙한 베르사유 궁전은 루이 14세 시대에 시작된 것입니다. 한편 폰텐블로나 생제르맹 앙 레와 같은 다른 궁전들보다 규모나 편의성, 안락함 면에서는 덜했지만, 겨울철 거주 용도로는 루브르가 활용되었는데, 유흥을 위한 용도로는 현재 쿠르 카레로 불리는 곳과 카리아티드 방(그랑드 살레)으로 불리는 두 곳이 활용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이 공간 외에도 왕의 거주, 생활공간도 유흥의 장소로 이용되었는데, 대표적으로 루브르 사우스 윙 1층의 샹브르 드 파라드(Chambre de Parade)는 왕의 기상이나 취침의 의례, 공식 접견 등에 사용된 장소인데 음향 특성이 좋아 궁정 연주가들이 이 방에서 연습을 하곤 했고, 특히 쁘디 꾸쉐(Petit Coucher - 취침 전 저녁 예배) 때에는 이 방에서 음악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발매한 <Les Plaisirs du Louvre, Airs pour la Chambre de Louis XIII> (루브르 궁전의 유흥 - 루이 13세 시대의 궁전 아리아들)은 루브르에서 연주하고 부르던 중창 아리아들을 담고 있는데, 제가 소개한 음반들과 함께 이 음반까지 구비한다면 루이 13세 시기의 궁정 음악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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