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삼아 진행하는 음악 듣기 프로젝트들 덕에 그 프로젝트 외에 듣는 음반의 숫자가 현저히 줄은 관계로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많지가 않습니다.
첫 음반은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인 <고엽>(이런 멋진 한자어로 <번안> 제목을 붙이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이제는 전설 속의 이야기처럼 여겨집니다)의 재즈 버전 때문에 가을이면 즐겨 듣게 되는 캐넌볼 애덜리(라고 쓰고 마일스 데이비스라고 읽는)의 <Somethin’ Else>입니다. <고엽>(Autumn Leaves)을 재즈 버전으로 연주한 음반은 많지만 아마 캐넌볼 애덜리의 이 음반의 버전 보다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연주를 들려주는 버전은 없을 듯합니다. 워낙 유명한 음반이고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명반인지라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족일 뿐이죠. 낮이라면 가을과 어울리는 따뜻한 커피 한잔, 밤이라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취향에 맞는 술 한잔을 준비만 하면 됩니다.
어떤 알고리즘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에서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인) <Vladimir’s Blues>를 느리게 연주한 버전을 반복재생하는 ASMR/BGM이 추천으로 떠서 오랜만에 막스 리히터의 <The Blue Notebooks> 15주년 기념음반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원래는 2004년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저항 앨범으로 마이너 레이블로 발매되었던 앨범인데, 2014년 DG 레이블로 나온 비발디 4계 재작곡 음반인 <Recomposed by Max Richter>의 성공으로 2016년 DG에서 재발매를 하였고, 2018년에는 재녹음본, 대안녹음본 등을 담아 2장으로 늘인 15주년 기념 음반을 발행한 것입니다. 여전히 세상에는 폭력이 난무하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그 추세는 심화될 것 같은 작금의 상황과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얼마 전 비발디의 <Orlando Furioso> 공연 실황을 보고 실망해서 귀를 씻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가 한동안 계속해서 듣고 있는 음반입니다. 말도 안 되게 엄청난 나이브의 비발디 전곡녹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이 음반은 이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음반입니다. 화려한 모델로 표지를 장식한 음반 커버처럼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비발디의 음악을 선사합니다. 라모르, 자루스키 등의 캐스트도 훌륭하고 스피노시의 지휘도 좋습니다. 전형적인 오페라 세리아인 이 오페라를 레치타티보까지 여러 번 반복 재생하기는 좀 힘들고, 스킵해 가며 아리아만 들으면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비발디 아리아의 불꽃축제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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