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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메트로폴리탄 오페라 2024-25 시즌 개막

by 만술[ME] 2024. 9. 25.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24-25 시즌이 어제 (현지 9/23) 시즌 프리미어 공연인 테조리의 <그라운디드>를 시작으로 개막했습니다. 아울러 주요 공연 실황 오디오를 무료로 스트리밍 해주는 <Free Live Audio Streams> 서비스도 어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개시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메리 조 히스의 은퇴로 데브라 류 하더가 윌리엄 버거와 호흡을 맞춘 지 제법 오래되었는데, 목소리는 비슷한 톤이면서 좀 더 발음을 알아듣기 편해서 좋습니다.
 
레퍼토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메트답게 이번 시즌에도 늘 보던 공연과 새로운 프로덕션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덕션은 우선 개막공연으로 상연된 테조리의 <그라운디드>인데, 조지 브랜트의 동명 희곡을 브랜트 자신이 리브레토로 개작한 내용으로 F-16 전투기 파일럿이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리퍼 드론을 조종하게 되면서 겪는 매우 현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제 프리미어 공연을 들어보니 제법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오페라 같습니다. 10월 중순 HD 공연 실황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니 몇 달 뒤면 온디맨드 서비스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르디의 <아이다>가 마이클 메이어의 새 프로덕션으로 선보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니 신화적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느낌이며 그래서 뭔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엔젤 블루가 롤-데뷔 예정이며, 베찰라, 가란차 등이 합류 예정입니다. 이 공연도 새 프로덕션답게 내년 1월 HD 제작 예정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오스발도 골리호프 <아이나다마르>는 스페인 내전 중 살해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입니다. 스페인 풍의 리듬의 향연이 펼쳐질 것 같은 이 공연은 아쉽게도 HD 프로덕션 계획이 없는 것 같아 오디오 스트리밍으로 만족해야 할 듯합니다. 
 
존 애덤스의 최근작 오페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가 메트에서 작곡가 본인의 지휘로 초연됩니다. 애덤스 노래를 잘하는 줄리아 블록이 클레오파트라를, 제럴드 핀리가 안토니우스를 맡습니다. 이 오페라도 아직까지는 HD 프로덕션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데드맨 워킹>으로 메트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던 작곡가 제이크 헤기가 <모비-딕>으로 메트로 돌아옵니다. 다들 잘 아시는 허먼 멜빌의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고, 댈러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했던 프로덕션과 동일합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의 20년 만의 새로운 프로덕션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반 덴 히버가 타이틀롤을 맡고 피터 마테이가 세레자 요한을 부릅니다. 내년 4월 말 시작하는 <살로메>는 내년 5월 HD 녹화가 예정되어 내년 하반기에나 이 프로덕션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새로 선보이는 프로덕션이고, 매년 빠지지 않는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라 보엠>을 비롯하여, <리골레토>(나딘 시에라의 질다 고별 시즌이라 합니다), <토스카> 등 다양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세비야의 이발사>(아이굴 아크메시나, 안드레이 질리코프스키), <호프만의 이야기>(벤자민 베른하임, 에린 몰리), <피델리오>(리스 다비드센, 데이비드 버트 필립), <피가로의 결혼>(마이클 슈무엘, 올가 쿨친스카), <토스카>(리스 다비드센, 드 토마소)가 새로운 HD 영상으로 제작되어 극장 등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영상으로 이미 많이 있는 오페라도 요즘 메트에 자주 등장하는 신예들의 공연을 추가하는 분위기네요.


 
보너스 - 게오르규 앙코르 난입 사태로 생각해 보는 공연 중 앙코르

게오르규 앙코르 난입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기사를 참고하시고, 저는 공연 중 앙코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우선 오페라 공연에 대한 반응의 온도는 나라마다 공연장마다 차이가 제법 있는데, 예를 들어 메트의 경우는 스타 연주자의 첫 등장에 입도 안땐 연주자를 향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심지어는 무대가 열리면 프로덕션에 대한 박수도 보낼 정도로 연주자에 관대하고 열광적이지만 특정 아리아에 대한 앙코르를 하는 건 못 봤습니다. 있다 해도 매우 드물겠죠. 이건 다른 극장도 비슷합니다. 이유는 오페라는 서사가 있는 <극>이고 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건 이 극적인 긴장감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공연 중간의 앙코르는 2시간~3시간 노래를 해야 하는 성악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고요.  

물론 특별한 경우에 극 중에 앙코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 경우에도 아리아의 종류에 따라 앙코르가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의 상황과 내용이 기쁨이나 환희를 노래하는 경우, 뭔가를 다짐하는 경우(예를 들어 복수)는 그 극적 감정을 앙코르가 배가할 수도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반대로 죽음이나 회환, 슬픔을 노래하는 경우는 앙코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죽음을 노래했는데, 관객의 호응으로 또다시 생명을 연장해서 죽음을 노래야 하다니요! <라트라비아타>의 <지나간 날들이어 안녕>, 이번 경우와 같이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같은 노래는 부득이한 경우에도 앙코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죠. 카바라도시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이제 절망 속에 나는 죽는구나, 내가 이리도 삶을 갈망한 적이 있던가!>하고 부르짖고 나서 한껏 흐느꼈는데, 잠시 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한번 더 삶을 갈망하고 흐느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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