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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최근에 즐겨 들은 음반들 (2024년 08월)

by 만술[ME] 2024. 8. 5.

제목에 년/월을 특정했지만, 특정한 달에 즐겨들은 음반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올린 이후 몇 달의 기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난번 올린 후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놀면서 열심히 음악을 들은 결과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 음반은 (수개월 이상 들어보고 올리는 이 글의 성향과 달리) 따끈 따끈한 신보입니다. 지난 23~24 시즌 메트에서 <국경 3부작> 스핀오프 버전인 듯한 캐리 크락넬의 새로운 프로덕션 <카르멘>으로 데뷔한 (최근에 VOD로도 올라왔습니다) 아이굴 아크메시나의 데카 데뷔 앨범입니다. 장기인 <카르멘>을 시작으로 <베르테르>, <카풀레티와 몬테치>, <신데렐라>, <세비야의 이발사> 등의 아리아를 담고 있습니다. 완벽한 메조라기보다는 낮춰 부르는 소프라노에 가까운 음색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아직 나이가 있는 만큼 완성형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메트공연을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요즘 즐겨 듣고 있습니다.
 
 

    
스타이네커가 지휘하는 말러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의 시대연주 버전 말러 교향곡 9번은 이제 시대연주의 흐름이 1900년대 초까지 다가왔고, 말러의 시대가 이미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 줍니다. 당대 연주를 재현하기 위해 각지에서 악기를 공수했으며, 다양한 학술적 연구를 참조한 이 음반은 <맑고 투명함과 포르타멘토>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에도 청량하게 들을 수 있는 말러이자 최소한 한 번은 들어봐야 할 음반입니다.  


 

 
키릴 콘드라신의 LP로 처음 듣기 시작한 이래 제가 즐겨듣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은 한정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키릴인 페트렌코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10번 음반은 이 한정적 리스트에 8번과 9번을 추가하게 하였습니다. (10번은 전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베를리너 필하모니커의 막강한 연주력(특히 솔로들!), 동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이겠는데, 여기에 암울한 스탈린 시기를 느끼게 해주는 작금의 국내상황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동시대음악>으로 만들어주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심규선의 노래들은 이웃인 베리알 님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가 우연히 라디오에서 <부디>를 듣고 이후 여러곡을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부디>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야래향>, <아라리>, <화조도>, <혜성 충돌> 같은 자작곡을 더 좋아합니다. 흔히 들을 수 없는 낱말로 구성된 좋은 가사,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아름다운 멜로디,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그녀만이 가능한 노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중단되었다가 최근에 완성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조금 이전에 완성된 레빈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모차르트의 포르테 피아노를 사용한 최초의 녹음입니다. 음반에는 번호가 붙은 곡들 외에도 미완성의 편린을 레빈이 완성한 곡들까지 7장의 음반에 빼곡히 담았습니다. 곳곳에 반영된 레빈의 즉흥성이 호불호를 가를 수 있지만, 한 번은 들어봐야 하는 음반이라 생각합니다.

 

 



포레의 피아노곡을 모아 놓은 음반으로는 모노시절의 티센-발렝탱, 캐슬린 스토트, 최근의 아믈랭까지 좋은 음반들이 제법 있습니다만, 한장의 음반에 까르뜨 블랑슈(요즘 유행어로는 오마카세) 스타일로 담은 음반을 선택하라면 백건우의 음반을 선택하겠습니다. 녹턴, 발라드, 바카롤 등을 적절히 섞어 담은, 발매된지 20년도 더 된 이 음반은 가볍게 포레의 음악을 듣고자 할 때 여전히 자주 손이 가는 음반입니다. 까르뜨 블랑슈라는 거창한 용어를 썼지만 백건우의 연주는 셰프의 기교를 다한 번드르르한 요리라기보다는 <심야식당>처럼 그냥 있는 재료로 담백하게 맛을 낸, 하지만 매일 밤 찾아가고 싶게 만드는 요리같은 그런 음악입니다. 참고로 음반 표지의 사진은 이제는 고인이 된 윤정희가 찍은 사진이라 다시금 세월을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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