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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예술 - 공연

[음악]최근에 즐겨들은 음반들 2024년 6월

by 만술[ME] 2024. 6. 27.

제목에 년/월을 특정했지만, 특정한 달에 즐겨들은 음반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올린 이후 몇 달의 기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지난번 올린 후 1년 여가 지났지만, 1년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좀 모호한 <최근>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 음반은 얼마전 젊은 나이에 갑자기 타계한 조디 데보스의 <그리고 사랑이 말하길...>입니다. 이후에도 음반들을 냈지만, 데보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피아노 협연과 함께 이 음반만큼 잘 들려주는 음반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본 윌리암스, 브리튼, 브리지 등의 가곡을 담아 영어로 노래했기에 가사를 듣기도 좋고, 슈베르트나 슈만과 같이 유명한 가곡들은 아니지만 데보스의 청량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이 곡들을 집중해서 들을 때나 그냥 흘러들을 때나 모두 마음에 와닿게 합니다. 제가 처음 음악을 듣던 시절 젊은 거장들로 불리던 음악가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것도 아쉬운데, 이런 젊은 연주자가 갑자기 떠날 수도 있다 것이 아쉽습니다.

 

 

또 다른 의미의 작별 음반인 에머슨 현악 4중 주단의 <끝없는 항해>입니다. 2023년을 끝으로 해체하기 전 내놓은 마지막 음반으로 바바라 해니건, 베르트랑 샤마유가 함께 했습니다. 수록된 곡은 쇤베르크의 현악 4중주 제2번을 중심으로 힌데미트, 베르크, 쇼송의 곡을 담았습니다. 소위 <현대> 음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활동한 시기가 1900년대 중반임을 생각하면, 이미 100년 전에 작곡된 곡들로 이제는 발표당시와 같은 동 시대성보다는 고전으로서의 가치가 더 있고, 듣기에도 그렇게 들립니다. ESQ와 해니건은 그간 여러 작업을 같이 해왔고, 해니건의 노래와 ESQ의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 찰떡궁합입니다.

 

 

톰 포드 (그 톰 포드가 맞습니다) 감독의 영화 <야행성 동물>의 OST입니다. 본지 오래된 영화인데,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감상하면서 코르제니오스키의 음악이 좋아져서 즐겨 듣는 음악입니다. 전반적으로 같은 음형을 영화 장면과 감정의 흐름에 맞춰 반복하는 스타일인데, 이게 귀와 가슴을 잘 파고듭니다. 특히 톰 포드의 멋진 미장센, 배우들의 감정선과 함께 어우러져 현대미술 갤러리의 한편에서 설치미술을 감상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코미타슈, 구르지에프, 몸푸, 그리고 음반에 피아니스트로 참여한 쿠투리에의 첼로 음악 모음집입니다. 안야 레흐너가 첼로를 연주합니다. 몸푸를 제외하면 생소한 작곡가들, 더구나 사실상 작곡이 본업이 아닌 사람들의 곡입니다만,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첼로를 좋아한다면 곁에 두어야 할 음반.

 

 

이퀼베이와 인슐라 오케스트라 연주의 루이즈 페렝 교향곡집은 몇 년 전 발매된 1집에 이은 2집인데, 묘하게도 기존 1집과 합본으로 나와서 2집을 원하는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1집도 중복구매하게 되어있는 단점이 있습니다만, 음악이나 연주는 최고 수준을 보여줍니다. 저는 클래식 음악계의 PC 운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덕분에 이렇게 능력 있고, 당대에도 인정받았던 (물론 그 인정의 기간이나 어려움은 다른 남성음악가들에 비해 심했지만) 작곡가의 음악을 뛰어난 여성 지휘자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들어보면 동시대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훌륭하면 훌륭했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올슨과 러니클이 지휘하는 그랜드 테튼 축제 실황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집입니다. 60여 년 전 첫 베토벤 협주곡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 모든 곡을 100번 이상 연주했다고 하는 올슨의 베토벤은 노대가가 이렇게 친숙한 곡을 연주해도 여전히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아운 음반입니다. 한음 한음이 아름답게 빛나고, 여유로움 속에 힘을 주어야 할 때는 적절히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녹음도 훌륭하고요. 한곡만 선택하라면 4번은 꼭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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